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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마케터의 비애 [thebell note]

이효범 기자공개 2020-04-29 13:02:39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8일 07:4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만난 헤지펀드 운용사 마케터 전화기는 쉴새 없이 울렸다. 상품판매를 촉진시키는게 마케터의 역할이지만 이 때문에 전화가 울리는 건 아니었다. 대부분 영업점PB나 고객들의 '민원(?)'이었다. 그는 상승세를 탄 국내 증시와 달리 정체 혹은 하락세를 보이는 펀드 수익률에 대해 해명했다.

지난달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국내 코스피 지수가 1400포인트까지 떨어진 가운데 헤지펀드들의 전략은 엇갈렸다. '숏(매도)' 포지션을 구축하거나 추가적인 하락을 점치고 매수 시기를 늦췄다. 반대로 저점으로 판단하고 '롱(매수)' 포지션을 취한 하우스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주가 상승을 예측한 하우스들이 성과를 냈다. 반대 포지션을 취했던 하우스들은 타격을 입었다. 펀드 수익자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동학개미들은 과감한 베팅으로 수십퍼센트의 수익률 냈는데 헤지펀드가 더 조심스러운 행보로 지수를 하회했기 때문이다.

헤지펀드 매니저 판단에 따른 결과지만 고객이나 판매사들은 마케터를 찾는다. 통상 헤지펀드들은 매니저의 '멘탈 관리'를 위해 외부와의 직접적인 접촉을 최소화 한다. 대신 해명을 해야하는 직책은 마케팅 담당자다. 때로는 고객 혹은 판매사들의 원성이나 비아냥을 속으로 삭힌다.

또 다른 헤지펀드 마케터는 투자했던 종목이 지난해 초 상장폐지 위기에 내몰리자 1년간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다. 헤지펀드에 투자한 PB센터와 고객들에게 직접 펀드 운용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그 자리에서 마케터는 가장 먼저 사죄의 말을 연신 건넨다고 했다. 운용사가 투자실패를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도의적인 차원에서 당당할 수 만은 없는 일이다.

작년만 해도 고객들의 불신이 팽배했다. 하지만 운용상황을 주기적으로 투명하게 전달해온 마케터의 노력 덕분에 이제는 고객들과의 신뢰가 다시 쌓이고 있다. 상장폐지 위기에 내몰린 종목도 최근 거래 재개될 조짐이다. 마케터가 이 소식을 한 PB에게 전달했는데 수화기 너머 안도감에 울먹이는 소리를 듣고 눈시울을 붉혔다.

헤지펀드 마케터들은 최근 운용사 내부에서도 큰 압박을 받고 있다. 라임 사태 이후 헤지펀드 신규 판매가 확연하게 줄었다. 주요 판매채널인 증권사 PB센터 고객들도 헤지펀드에 관심이 떨어진지 오래다. 올들어 헤지펀드 시장 규모는 30조원을 하회했다. 대다수 운용사에서 자금이 빠지면서 마케터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헤지펀드 마케터는 감정노동자나 마찬가지다. 감정노동이란 고객 응대 등 업무 수행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과 달리 특정 감정을 표현하도록 요구받는 근로형태를 의미한다. 라임 사태부터 코로나19까지 1년 가까이 '파고'를 겪고 있는 마케터들은 앞으로 이같은 상황이 얼마나 더 지속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바꿔 말하면 그들의 피로감은 점차 한계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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