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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배드뱅크 배임 소지…금감원 '일방통행' 또 충돌 무작정 출자·배상에 문제제기…섣부른 설립 계획 '진통'

김장환 기자공개 2020-05-11 09:40:54

이 기사는 2020년 05월 07일 13:2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라임자산운용의 부실펀드 정리를 위한 목적으로 당국이 설립을 추진 중인 '배드뱅크'를 두고 은행권이 '배임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최근 금융감독원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내부통제 일환으로 법조계 자문을 거쳐 받은 의견서를 바탕으로 한 입장 정리여서 배드뱅크 설립을 둘러싼 진통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부 은행은 금감원이 주도하고 있는 배드뱅크 설립 참여에 난색을 표하며 이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펀드 부실과 관련해 일괄 보상에 초점을 맞춘 배드뱅크에 무작정 출자하면 훗날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참여가 어렵다는 뜻을 전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상시 자문을 받고 있는 법무법인으로부터 받은 의견"이라며 "배드뱅크 설립 얘기를 처음 금감원 쪽이 꺼냈을 때부터 최근까지 수차례 이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배드뱅크는 라임자산운용의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손실 펀드를 각기 금융사가 개별적으로 갖고 있는 것보다 한 곳에 이관해 처리하는 게 보다 신속하고 공정한 배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금감원 판단에 따라 추진 중인 사안이다.

우리·신한·하나 등 시중은행을 비롯해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KB증권 등 라임펀드 19개 판매사가 각각 출자한 배드뱅크를 설립하고 이곳에서 피해를 일괄 보상하는 구상안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직접 배드뱅크 설립 취지와 일정 등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열린 취임 2주년 서면 간담회에서 "5월 중 배드뱅크를 설립하고 6월에 (라임 손실) 제재에 대한 윤곽이 나올 것 같다"며 "펀드 이관 회사(배드뱅크)를 만드는데 약간 이견이 있는 것 같지만 5월 중에는 조정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문제는 배드뱅크 설립 과정에 은행권과 제대로 된 논의 없이 금감원이 일방적으로 이를 밀어붙였다는 점이다.

다른 관계자는 "지난달 말 라임 사태 관련 논의차 담당자들이 금감원에 내방했는데, 자본시장감독국으로부터 배드뱅크 설립 취지와 방안을 처음 들었다"며 "당장 그 자리에서 강압적으로 결정을 하라는 식이어서 난감한 상황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어 "확실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금감원이 배드뱅크 설립을 먼저 발표한 것"이라고 전했다.

은행권이 배드뱅크 설립에 반발하고 있는 건 판매사들도 라임자산운용 '피해자'란 입장이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펀드를 판매하는 금융사(은행 및 증권사)와 상품을 만든 자산운용사(라임)는 서로 정보를 교류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라임이 부실 펀드를 은행권에 의도적으로 넘긴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알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은행 등 판매사들도 라임 측에 사실상 '사기'를 당한 상황인데 피해 보상까지 전적으로 책임지라는 건 과도하다는 얘기다.

은행권이 배임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이번 사안도 제2의 '키코 사태'로 비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윤 금감원장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키코 피해기업 손해 배상 '권고'는 대법원에서 은행 손을 들어줬음에도 금감원이 밀어붙인 경우다. 산업은행과 시티은행 등은 금감원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배임 소지가 있다며 이를 거절했고 나머지 권고를 받은 신한·하나·대구은행 등도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결정 시일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다만 키코 사태의 경우 대법원 재판까지 이미 끝낸 사안인 반면 라임 문제는 아직 법적 절차를 시작조차 하지 않은 사안이다. 아울러 일각에선 주요 판매사 일부를 중심으로 출자를 해 배드뱅크를 먼저 서둘러 만들고 후에 나머지 판매사들도 참여하는 밑그림을 짜는 방식으로 금감원이 돌파구를 찾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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