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5월 20일 07시0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약한 고리 하나가 전체 사슬의 강도를 결정한다. 이른바 ‘미니멈의 법칙’이다. 독일 화학자 유스투스 폰 리비히가 제시한 개념인데 공모 회사채 시장에 빗대니 딱 어울린다. 공모채 시장에서 A급 이하 비우량채가 존재감을 잃자 전체 시장의 활기가 사라졌다. 3~4월 A급 이하 비우량채 발행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조 단위로 감소하면서 전체 공모채 시장도 크게 위축됐다.정부가 공모채 시장을 되살리려고 각종 정책을 내놨지만 정작 비우량채 발행사들은 입맛만 다시는 눈치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는 자칫 유동성 위기 기업으로 낙인찍힐 우려가 있다. P-CBO로 가자니 자금집행까지 시간이 걸리는 데다 조달금리도 알 수 없다. 저신용등급 회사채·CP를 매입하기 위한 SPV 설립안도 나왔지만 갈 길이 멀어보인다.
A급 발행사들이 가장 눈여겨 보는 회사채 차환 지원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이 프로그램은 KDB산업은행이 인수단으로 참여해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발생한 미매각분을 가장 먼저 인수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시행된 지 약 한 달이 지났지만 시장기대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다. 채권시장 안정펀드가 ‘밀어주고 끌어주는’ AA급 공모채에 치중됐기 때문이다. 3월 이후 산업은행이 인수단으로 참여한 공모채 딜 중 A급은 한일홀딩스뿐이다. 얼마 안 되는 실탄 중 수천억원이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AA급에 쏠린 것이다. 취지와 달리 산업은행이 인수한 미매각분도 거의 없다.
물론 산업은행의 입장도 이해는 된다. 비우량채 발행량이 워낙 적어 지원하고 싶어도 돕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수요예측에서 흥행할 법한 발행사는 산업은행을 배제하고, 상황이 어려운 곳은 아예 발행을 미뤄버리니 본래 취지대로 제도를 운영하기 힘들었을 터다. 그러나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경쟁력 있는 발행사들은 공모채 시장을 떠나 사모채 시장으로 숨거나 은행대출 확대로 가닥을 잡았다.
올해와 달리 지난해는 그야말로 비우량 공모채의 전성기였다. 비우량 기업의 조달안정화에 힘입어 시장 발전과 신용위험 축소라는 공모채 시장의 취지가 되살아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선순환 구조는 찬물을 맞았다.
산업은행의 역할은 이런 선순환 구조가 다시 활기를 띠도록 불씨를 되살리는 것이다. 기회는 여전히 남아있다. 6월과 7월에만 각각 약 1조원가량의 A급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약한 고리가 강해져야 전체 사슬이 튼튼해진다. 주요 대기업으로 포진된 비우량채 시장이 살아나야 전체 공모채 시장이 활기를 띤다. 헐거워진 사슬을 다시 조이려면 약한 고리 보수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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