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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M&A]산은에 우호적인 HDC현산, 왜?상황 재점검·인수조건 재협의 요구, '파기암시'보단 '인수의지' 관측

유수진 기자공개 2020-06-10 07:58:38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9일 16:5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오랜 침묵을 깨고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업계 내에 널리 퍼져있는 인수포기설을 일축하며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인수의지가 여전히 변함 없다는 사실을 시장에 공유했다.

다만 거래종결을 위한 조건을 새로 꺼내들었다. 지난 6개월간 매물의 가치와 시장상황이 크게 변한 만큼 인수상황 재점검과 조건 재협의 등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기존 계약내용대로 인수를 강행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인수조건을 다시 원점에서 따져보겠다는 건 '파기암시'일수도 '인수의지'일 수도 있다.

특히 이날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과 산업은행에 취한 태도에서 온도차가 감지됐다. 아시아나항공에는 사전 협의 없이 독자적으로 대규모 차입 및 계열사 지원을 결정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낸 반면, 산업은행에는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다. 심지어 산업은행과의 직접적인 논의를 거쳐 이번 인수작업을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를 두고 현대산업개발이 추후 진행될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을 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산업개발은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산업은행이 기존 거래종결 시한인 이달 27일 전까지 인수의지를 명확히 밝히라고 내용증명을 보낸데 회신한 것이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같은 내용을 보도자료로도 배포했다. 해당 내용은 이번 딜의 주요 관계자인 금호산업 및 아시아나항공에도 어느정도 사전 공유됐다.

이날 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의지에 변함이 없다. 인수상황 재점검 및 인수조건 재협의 등 계약 당사자들 간 진정성 있는 노력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성공적으로 종결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인수계약 관련 중대한 상황들에 대한 합리적 재점검과 인수조건에 대한 원점에서의 재협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거래종결기간 연장에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눈에 띄는 건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과 산업은행에 각각 다른 자세를 취했다는 점이다. 아시아나항공에는 직접적으로 불만을 토로했지만 산업은행에 대해서는 일관적으로 우호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동시에 현대산업개발이 그동안 얼마나 성실히 인수 절차를 밟아왔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내용만 놓고 보면 아시아나항공 때문에 인수 작업에 차질이 생겼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구체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를 문제 삼았다. 지난해 12월 주식매매계약(SPA) 및 신주인수계약 체결 당시보다 부채비율이 크게 증가했고 심각한 자본잠식에 이르렀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이 사전동의 없이 긴급자금 1조7000억원 추가차입을 결정하고 계열사에 대한 1400억원 규모의 지원 등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4월 이후 두달간 공문을 11차례 보내 정확한 재무상태와 전망, 추가 차입 규모와 산정 근거 등에 대한 자료제공을 포함해 인수상황 재점검과 인수조건 재협의를 요청했으나 신뢰할 만한 공식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이 새 주인이 될 현대산업개발의 동의 없이 수차례 재무 관련 주요결정을 내려왔다는 게 골자다. 현대산업개발이 계약 파기시 명분으로 내세울 수 있는 부분으로 보인다.

반면 스스로(현대산업개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의지가 변한 적 없으며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는 점을 강하게 피력했다. 러시아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조속히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는 내용과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유상증자 실시와 회사채 발행, 금융기관 대출 등을 실행하고 있다는 점을 하나하나 꼽으며 어필했다. 인수 후 통합(PMI)을 위해 여러 컨설팅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고도 설명했다. 현대산업개발이 딜 진행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는 점은 '비협조적'인 아시아나항공과 대비돼 더욱 돋보였다.

딜을 주도하고 있는 산업은행에 대해서는 상당히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산업은행의 '최후통첩'으로 양측간 직접적인 논의가 가능해졌다며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를 계기로 인수계약에 관한 논의가 계약 당사자들에 국한된 범위를 넘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의 대승적 차원의 실질적인 논의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명시했다. 사실상 산업은행과의 협상을 통해 인수조건을 새로 짜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이날 현대산업개발의 입장발표를 놓고 딜을 엎으려 한다기 보다는 추후 진행될 협상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산업은행과 언론을 대상으로 배포한 자료에서 아시아나항공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으며 딜 지연의 책임이 현대사업개발에 있지 않다는 부분을 명확히 하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실질적으로 아시아나항공, 더 나아가 금호산업에 보내는 직접적인 경고이자 산업은행을 압박하는 효과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매물로서 아시아나항공의 가치가 SPA 체결 당시보다 못하다는 점을 공식화한 만큼 추후 구주가격에 대한 양보를 요구하고 나설 수도 있다. 혹은 유상증자 시기를 조정하거나 산업은행에 보다 획기적인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간 현대산업개발의 침묵에 애태우던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요구안을 최대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금호산업 및 아시아나항공과는 인수 절차를 진행하며 계속 대화를 진행해 왔다"며 "산업은행에 보낸 공문 내용을 보도자료로 배포한 것으로, 회신이 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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