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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M&A]자본잠식 위기에도…CB 발행 규모 축소 이유는시장 예상보다 2000억 축소...현산 의식한 조치 관측

유수진 기자공개 2020-07-02 13:44:06

이 기사는 2020년 06월 30일 13: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이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을 상대로 3000억원 규모의 영구 전환사채(CB)를 발행한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실적 악화로 2분기 중 완전자본잠식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자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자본확충 조치다. 채권단은 지난 4월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 규모의 긴급자금 지원을 결정하며 그 중 일부를 영구채 매입으로 전용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채권 발행 규모가 예상보다 작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초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5000억원 규모의 CB 매입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CB 발행한도를 대폭 확대해 뒀으나 실제 발행 규모는 3000억원에 그쳤다. M&A 성사의 키를 쥐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을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채권단은 2분기 중 아시아나항공의 완전자본잠식이 기정사실화할 것으로 보이자 신속하게 영구채 추가 매입 카드를 꺼내들었다. 자본이 모두 바닥나면 자산유동화증권(ABS)과 리스항공기 등에 대한 조기회수 트리거가 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1분기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6278.7%, 자본잠식률은 81.2%였다. 진행 중인 M&A가 마무리될 때까지 버티기 위해선 채권단의 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5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정관상 발행가능주식총수와 CB 발행한도를 확대하는 안건을 처리하기도 했다. 주식 발행한도를 기존 8억주에서 13억주로, CB 발행한도는 기존 7000억원에서 1조6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CB의 경우 지난해 이미 5000억원 규모로 발행한 적이 있어 이번에 무조건 한도를 늘려야 했다. 주총 직전 현대산업개발이 반대의 뜻을 표했지만 개최를 강행했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이번 CB 발행 규모가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배경에 현대산업개발이 있다고 본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가 본계약 체결 당시보다 대폭 증가하고 채권단이 추후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자사의 지분율이 희석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여객수요 회복 시점이 여전히 불투명해 대규모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동시에 현대산업개발의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다는 이유다. 앞서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9일 보도자료에서 "아시아나항공은 긴급자금 1조7000억원의 추가 차입 및 차입금의 영구 CB 전환, 정관 변경, 임시 주총 계획 등을 통보하고 사전 동의 없이 이사회에서 승인했다"며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당시 산업은행은 "영구채 지원을 위한 정관변경 및 임시주총 개최는 아시아나항공의 계속기업 유지를 위한 필수 조치임에도 현산 측이 부동의해 동의없이 진행하게 됐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후 현대산업개발이 다시 입을 굳게 다물자 인수 의지에 대한 확답만 주면 최대한 협조하겠다며 전향적인 입장을 취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CB 인수 규모를 줄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HDC그룹 입장에서는 채권단의 CB 매입이 신경쓰일 수 밖에 없다. 추후 주식 전환을 결정하면 채권단이 주요 주주가 되기 때문이다. 채권단이 매입한 아시아나항공 CB는 총 8000억원 규모로 산업은행(6869억원), 수출입은행(1131억원)이다. 전량 출자전환시 2대주주 지위를 얻게 된다. 동시에 신주발행으로 기존 주주의 지분율 희석이 불가피하다.

특히 코로나19 여파 장기화로 추후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한 지원이 이뤄질 경우 대주주의 지분율 유지가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 항공사에 대한 기안기금 지원은 주식 전환이 가능한 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형태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부채비율을 낮춰주기 위한 목적이라지만 대주주 입장에선 마냥 반가운 제안이 아닌 셈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CB 5000억원 어치를 인수한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실제로는 규모가 절반 가까이 작아졌다"며 "현대산업개발을 의식했거나 사전 교감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추가로 발행할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에 조달한 3000억원 중 1500억원으로 차입금을 상환하고 100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쓸 계획이다. 나머지 500억원으로는 자회사인 에어부산 영구CB를 매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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