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린빌딩 매물...SK그룹 15년만에 되찾나 소유펀드 운용사 하나대체, 매각 자문사 선정 돌입…SK 우선매수권 행사 유력
고진영 기자공개 2020-07-17 09:17:01
이 기사는 2020년 07월 15일 11: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이 20년째 본사 사옥으로 쓰고 있는 종로 서린동 ‘SK서린빌딩’이 매물로 나왔다. 그룹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어 상징성이 짙은 건물이다.당초 지주사인 SK㈜가 보유했다가 투자금 마련을 위해 유동화했는데 시장에서는 SK㈜ 측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되살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이 경우 SK㈜는 건물을 판지 15년 만에 다시 소유권을 쥘 전망이다.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하나대체투자운용은 최근 서린빌딩 매각을 위해 매각 자문사들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송부했다. 조만간 자문사 선정을 위한 PT(프레젠테이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동산 관계자들은 추후 입찰을 진행해도 원매자들이 소수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워낙 높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선매수권이 있는 딜은 통상 운용사들이 잘 안 뛰어드는데 서린빌딩은 우선매수권 행사가 특히 유력하다”고 말했다.
서린빌딩은 SK그룹에 의미가 남다른 곳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선친인 고(故) 최종현 회장은 흩어져 있던 계열사들을 한 데 모으기 위해 1999년 서린빌딩을 새로 지었다. 지하 7층, 지상 35층 규모로 지주사 SK㈜와 함께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SK E&S, SK루브리컨츠 등 여러 계열사들이 입주해 있다. 건물 최상층에는 선대 회장들의 흉상도 자리잡았다.
그러나 소유주체였던 SK㈜는 2005년 서린빌딩을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에 팔았다. SK인천석유화학(옛 인천정유)의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서였다. 당시 대기업 대부분은 본사 사옥 매각을 터부시했는데 SK㈜의 '셋방살이' 결정은 파격적인 측면이 있었다. 매각가는 4400억원이었다.
SK㈜는 매각 뒤에도 건물을 그대로 빌려 쓰는 ‘세일즈 앤드 리스(sales and lease)’ 방식을 택했다. 그러다 2011년 서린빌딩을 5500억원에 재매입하기는 했지만 소유권을 직접 들고 있지는 않다. 부동산 펀드를 이용해 건물을 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구성된 펀드가 하나랜드칩사모투자신탁 33호다.
해당 펀드는 현재 SK그룹 계열사들이 65.2%, 국민연금이 34.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계열사별 지분율을 보면 SK이노베이션의 지분(23.00%)이 가장 많고 그 뒤로 SK㈜ 13.51%, SK E&S 13.51% 등이다.
등기상 건물 소유권은 펀드가 지정한 신탁자 농협은행에 있다. 농협은행이 건물 지분 인수대금 일부를 차입해주는 동시에 소유권을 가지고 SK㈜가 임차인으로 올라있는 형태다. 펀드 구성원이자 서린빌딩에 입주한 SK그룹 계열사들은 임대료를 지불하면서 펀드 수익으로 이를 일부 만회한다.
구체적으로 SK그룹은 SK㈜가 부동산 펀드로부터 건물 전체를 통으로 임차하고 다시 계열사들에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사옥을 이용하고 있다. 빌딩의 월 임대료는 총 27억원 수준이다. SK㈜는 2015년 임대차 계약에 만기가 다가오면서 건물을 직접 매입할지 여부도 검토했으나 당시 매입 대금과 세금 부담이 만만치 않아 2021년 3월까지로 계약을 연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는 직접 매입할 것으로 보는 시선이 우세하다"며 "다만 우선매수권 행사로 제3자 지정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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