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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운용을 움직이는 사람들]'소리없이 강한' 양봉진, 글로벌 헤지펀드 선구자⑥엔지니어 거쳐 운용업계 입문...GIS운용조직 12년 전담, 불모지 개척 첨병

김시목 기자공개 2020-09-08 12:53:36

[편집자주]

1974년 국내 최초 투자신탁사(한국투자신탁)를 모태로 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50년 역사는 국내 투자신탁 및 자산운용 업계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한다. 한국투자금융그룹(구 동원그룹)에 인수된 이후 더욱 가파른 성장을 이어오며 국내 굴지의 자산운용사로 발돋움했다. 캡티브 수요없이 일궈낸 고객자산 70조, 순이익 400억원은 국내 유일무이한 성과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중심에서 성장과 변화를 주도하는 핵심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7일 07: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쉿! 소리없이 강하다’ 1998년 국내 자동차는 물론 광고 업계를 휩쓴 레간자 차량의 광고 문구다. 양봉진 GIS(Global Investment Strategy)운용본부장이 걸어온 자취는 레간자 광고를 떠오르게 한다. 조용하고 묵묵한 듯했지만 결실은 늘 묵직했다. 경영학과 출신의 엔지니어 이력 등 타고난 진취성과 변화에 대한 갈망은 성과 창출의 동력이자 강점이다.

양 상무는 12년간 서정두 글로벌운용총괄(전무)를 보필하며 글로벌 개척을 주도했다. 헤지펀드 비즈니스 시작 초기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해외 재간접 PEF, 멀티에셋펀드 등의 연착륙을 이끌었다. 현재 GIS운용 수탁고 7조원 등 글로벌 역량을 갖춘 최상위 운용사로 도약해 온 중심에 늘 그가 있었다. 서 전무는 물론 조홍래 사장의 신임도 두텁다.


◇ 호기심 넘친 어린 시절, 엔지니어 거쳐 운용사 입문

양 상무는 어린 시절 유달리 호기심이 많았다. 착실하고 평범한 여느 학생들과는 다소 달랐다. 타고난 성격 탓인지 고등학교에서도 활동이 다양했다. 친구들과 모여 밴드를 결성하는가 하면 기계체조에 꽂혀 흠뻑 빠졌다. 안마 국가대표 메달리스트 출신의 체육 선생님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평행봉, 곤봉 등을 익혔다. 시작하면 해내야 직성이 풀렸다.

공부도 곧잘 하면서 경영학과 학위를 땄다. 진공에 큰 뜻은 없었다. 졸업 시즌에는 엔지니어에 관심을 보이면서 첫 직장에 들어갔다. 운용업과는 동떨어진 엔지니어 회사였다. 당시만 해도 증권이나 운용업 등에 큰 관심도 없었다.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문을 두드린 곳이 LG그룹 시스템 통합 및 자문 IT 계열사인 STM(현 LG CNS)였다.

첫 직장 생활이 길지는 않았다. 그의 성향을 채워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계열사 중심의 업무 패턴에 일은 고되었다. 정신적으로도 너무 지쳐서 1년 남짓한 시간 만에 나왔다. 구인 공고를 뒤져보다 우연히 찾게 된 곳이 국민투자신탁(현 현대투자신탁운용)이었다. 새로운 업무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커졌다. 입사 초기엔 지점에서 일을 배웠다.

6개월 뒤 본사 상품개발팀으로 들어왔다. 파이낸셜 엔지니어링, 금융학과 프로그래밍 등 지금은 익숙하지만 당시만 해도 신사업에 가깝던 프로젝트를 맡았다. 액티브 상품 일변으로 패시브나 시스템 펀드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을 때였다. 처음 만든 상품이 인덱스 펀드였다. 이후에 운용 조직인 투자공학팀으로 옮겨와 본격적으로 자산 운용을 맡았다.

첫 운용사 조직은 5년 가량 몸담았다. 외수 펀드로 명성을 떨친 스타 매니저 선배가 투자자문사 CIO로 옮길 때 함께 마이에셋투자자문자산운용으로 적을 옮겼다. 이후 액시온투자자문을 거쳐 한화자산운용 AI 부서로 다시 이직했다. 지금의 한국투자신탁운용은 2008년에 입사했다. 과거 현대투자신탁운용 직속 선배였던 서 전무가 손을 내밀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공부만 하는 성향은 아니었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궁금한 것도 많고 호기심이 상당히 많은 아이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첫 직장이나 이후 운용사에 발을 들인 이후에도 한 가지 일이 아닌 여러 일을 할 수 있었던 기반”이라며 “서 전무가 저를 잘 알고, 저도 그분을 잘알기에 업무 시너지가 상당할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 글로벌 헤지펀드 개척 '첨병', 과정 넘어 결실로

한국투자신탁운용으로 적을 옮기고 부여받은 미션은 헤지펀드 비즈니스였다. 당시만 해도 국내 운용사의 글로벌 헤지펀드 역량은 불모지에 가까웠다. 사실상 맨땅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에겐 안주를 거부하고 도전적인 성향과 잘 맞았다. 서 전무가 헤지펀드 사업의 적임자로 양 상무를 선택한 점도 결국 이와 무관치 않았다.

초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금융위기 소용돌이 속에 해외 헤지펀드 시장은 급격히 싸늘해졌다. 고객 자금은 당연히 쓰나미처럼 빠져나갔다. 당시 운용 자산은 4000억원 수준이었지만 1년여 만에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하지만 그룹에선 결국엔 키워야 할 비즈니스 영역으로 구분하고 정리 대상은 선별하고 양질의 자산 편입을 늘리는데 주력했다.

GIS운용팀을 맡은 이후 본부로 조직이 커지는 동안 성과는 눈에 보였다. 현재는 20여명 본부 산한에 GIS1팀과 GIS2팀으로 구성된다. GIS1팀은 재간접 헤지펀드와 재간접 PEF 등을 전담한다. 운용자산은 2조5000억원 안팎에 달한다. GIS2팀의 경우 자산배분형 상품인 멀티에셋펀드, EMP펀드, 해외 위탁(주식형) 상품 등으로 수탁고가 5조원이다.

특히 재간접 방식으로 글로벌 헤지펀드와 PEF 등에 투자하는 비즈니스를 키워오는 동안 쌓인 해외 네트워크와 경쟁력은 핵심 자산이다. 반짝 노력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경우 조직이 세팅된 후 글로벌 운용사들과 꾸준한 네트워크와 투자자산들을 시스템화하면서 니즈가 있는 기관 및 법인 고객들에 신속한 대응이 가능한 구조다.

현재 글로벌 헤지펀드 비즈니스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양분하고 있다. 오너 기반 운용사 두 곳만이 조직을 꾸리고 운용하는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투입 비용 대비 성과 창출에 대한 확신이 떨어진다. 하지만 오너와 그룹의 꾸준한 지원과 배려 속에 업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헤지펀드 비즈니스 운용사로 도약했다.

위기 속에 한국투자신탁운용의 GIS운용본부와 글로벌 헤지펀드 비즈니스를 개척한 양 상무는 조직으로부터도 두터운 신임을 받는 위치에 올랐다. 과제는 외형에 정비례하는 이익창출력을 제고하는 일이다. 비즈니스 특성상 단박에 결실을 맺긴 힘들지만 지금까지 만들어낸 성과를 이어간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이미 그에게 특명이 내려졌다.

양 상무는 “오랜 기간 글로벌 비즈니스를 해올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조직이 주는 저력과 안정성”이라며 “큰 그림을 그려가는 분들이 꾸준히 사업을 지지해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와 비교하면 GIS본부가 도약한 것은 맞지만 여전히 할 일이 많다”며 “저는 물론 후배 실무자들과도 끝없는 동기부여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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