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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유로화 외평채 흥행 거뜬‥마이너스 금리도 6.25억달러·7억유로 발행…안전자산 부각, 무용론 비판도

피혜림 기자공개 2020-09-11 08:29:09

이 기사는 2020년 09월 10일 10: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달러와 유로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에 성공해 약 15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했다. 7억유로 규모로 발행하는 유로화채권의 경우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를 달성했다.

6억 2500만달러의 달러채 역시 유통물보다 낮은 가산금리(스프레드)를 형성했다. 아시아 국가 중 비교적 높은 국제 크레딧(AA)과 안전자산으로 인정받는 소버린(sovereign) 지위 등에 힘입어 무난히 흥행을 기록한 모습이다.

최근 한국물(Korean Paper) 시장 내 외평채 역할이 모호해진 점은 한계다. 한국물 위상 제고 등으로 외평채의 벤치마크 역할은 국책은행이 대체하고 있다. 외환보유액 역시 타 국가와 비교해 상당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외평채 자체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도 높아지고 있다.

◇외평채, 청약·금리 다 잡았다

기획재정부는 9일 외평채 발행을 공식화(announce)하고 투자자 모집을 시작했다. 발행 통화는 달러와 유로화로 나눠 트랜치(tranche)를 각각 10년물, 5년물로 제시했다. 달러채 이니셜 가이던스(최초 제시 금리)는 동일 만기의 미국 국채 금리에 90bp를 가산한 수준이다. 유로화채권은 미드스왑(EUR Midswap)에 60bp를 가산해 공표했다.

외평채의 인기는 압도적이었다. 달러채의 경우 120여개 기관이 36억달러 이상의 주문을 넣었다. 유럽·중동이 44%를 배정받아 흥행을 이끌었다. 뒤를 이어 아시아와 미국이 각각 38%, 18%의 물량을 가져갔다.

유로화채권에는 더욱 많은 자금이 몰렸다. 발행액의 8배에 달하는 55억유로의 자금이 집중됐다. 참여 기관은 198곳이었다. 흥행에 힘입어 정부는 발행 스프레드를 이니셜 가이던스 대비 25bp 줄인 35bp로 확정했다.

흥행에 힘입어 유로화 채권은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를 달성했다. 쿠폰금리를 제로(0)로 설정해 이자를 내지 않는 대신 할증 발행하는 형태다. 이에 따른 실질 발행금리는 -0.059%다. 앞서 올 1월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유로화 커버드본드 발행에 나서 마이너스 금리로 조달했다.

달러채도 비용 절감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달러채 발행 스프레드는 50bp로, 만기가 약 9년 이상 남은 정부 채권 유통금리가 61bp 수준이라는 점에서 10bp 이상 조달 비용을 줄였다. 쿠폰금리는 1%다.

◇안전자산 부각, 시장 호조 효과도

정부가 본격적인 외평채 조달 준비에 나선 건 올 6월부터다. 당시 정부는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주요 하우스에 전달해 관련 작업에 착수했다. 제안서와 프레젠테이션 평가 등을 거쳐 정부는 BNP파리바와 BoA메릴린치,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JP모간, 미래에셋대우, 스탠다드차타드(SC)를 주관사로 선정했다.

발행 통화와 조달 시기 등을 고심한 끝에 정부는 이달 외평채 발행 계획을 알리고 IR을 시작했다. 7일과 8일 이틀에 걸친 비대면 IR을 통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한국 정부의 안정성을 알렸다. AA급 우량 크레딧과 소버린채권이라는 지위 등은 글로벌 기관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5월을 기점으로 반등한 채권 시장 분위기도 한몫했다. 글로벌 채권 시장은 코로나19 사태로 한차례 냉각기를 맞았으나 4월을 기점으로 회복세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달러채 스프레드의 기준점이 되는 미국 국채금리가 떨어지자 한국물 이슈어들은 사상 최저 금리 기록을 경신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와 풍부한 유동성 등이 시장을 뒷받침한 결과였다.

'무색무취' 비판은 꾸준

정부는 매년 외평채 발행에 나서 흥행 기록을 쌓아올리고 있지만 조달에 대한 비판은 꾸준하다. 특히 이번 조달은 외평채 차환 목적이 아닌, 신규 발행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더욱 거셌다. 외국환평형기금을 15억달러 가량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국가 부채를 늘린다는 우려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외평채가 더이상 한국물 벤치마크로서의 역할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도 한계다.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의 국책은행만으로도 시장 선도 역할을 하기엔 충분한 실정이다. KDB산업은행은 코로나19발 시장 위축 속에서 아시아 최초의 우량채 발행에 나서 달러채 조달의 포문을 열기도 했다.

더욱이 최근 AA급 공기업은 물론 BBB급 민간기업까지도 외화채 발행에 무난히 성공했다는 점에서 벤치마크로서의 지위는 더욱 빛을 바랬다. 코로나19발 금융시장 경색이 해소된 이후 조달에 나섰다는 점에서 시장 선도 역할에서는 다소 비껴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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