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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손해보험의 'let: change' [thebell note]

이장준 기자공개 2020-11-03 09:14:27

이 기사는 2020년 11월 02일 0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가 롯데손해보험을 인수한 지 1년이 넘었다. 롯데손보는 여기 발맞춰 최근 새 통합브랜드 'let:'을 만들고 TV 방송 등에 광고를 실었다. 무엇이든 하게 해준다는 뜻의 let과 그 대상을 한정하지 않겠다는 콜론(:)을 합쳐 의미를 부여했다.

문구는 간단하지만 보험에 대한 인식을 고객 중심으로 바꾸려는 오랜 고민이 녹아 있다. 롯데손보 직원들은 이 양식에 맞춰 자신이 만든 상품에 직접 이름을 붙여야 한다. 좋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내부 공모도 연다.

이 과정은 창의성을 요한다. 화재보험이라 해서 고민 없이 'let: fire'로 이름을 붙이면 불이 춤추는 불상사(?)를 원하냐며 깨지기 마련이다. 이름을 짓는 순간부터 상품의 본질에 대한 토론이 시작된다. 가령 어린이보험은 'let: play'로 지었다. 어린이보험에 가입하는 부모는 아이가 무릎 좀 다쳐도 좋으니 마음껏 뛰어놀았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는 데서 착안했다.

브랜드를 통해 고객보다도 내부 직원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더 컸다는 후문이다. 한 임원은 "대한민국 어느 보험사도 보험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며 "고객은 보험사가 끊임없이 무언가 해주길 바라지만 보험사는 팔고 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크다"고 꼬집었다.

보험업계는 유독 불완전판매 등 민원이 많은 동네다. 실생활과 밀접하면서 내용이 복잡한 상품을 팔기에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그렇다고 고객을 수익 창출의 대상으로만 보고 사실상 '강매'를 해온 관행도 부정하긴 힘들다. 고객의 신뢰를 잃고 사업비 출혈 경쟁으로 먹거리도 크게 줄어들면서 상당수 보험사는 채권 매각을 통해 수익성을 보전했다.

그 와중에 업의 본질을 다시 고민하는 건 반길 일이다. 롯데손보에서는 보험 '상품'이라는 말을 쓰면 페널티가 따른다. 표준화된 공산품만 제공하지 않기 위해 보험 '서비스'로 용어를 대체했다. 콜센터 역시 고객서비스센터로 이름을 바꿨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저녁 9시까지, 주말 내내 서비스센터를 열어 놓는다. 고객의 니즈에 맞춰 지속적인 A/S를 하겠다는 서비스 정신에 기반한다.

변화는 '숫자'로도 증명했다. 상반기 롯데손보의 영업이익은 9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72.2% 증가했다. 상반기 수익증권을 포함한 채권 처분이익은 업계 최저 수준인 12억원에 불과했다. 그만큼 보험업 본연의 수익성이 상당히 개선됐다는 의미다. 직원 1인당 생산성 지표인 인적자원투자수익률(HCROI)도 3.4%로 JKL파트너스 인수 전과 비교해 2배 가까이 올랐다.

보수적인 업계 분위기와 암울한 업황을 깨고 롯데손보가 무언가 바꿀 수 있을지(let: change) 추후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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