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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VG '늦었지만' 제대로 간다 [thebell note]

김현정 기자공개 2021-01-07 07:52:29

이 기사는 2021년 01월 06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체 715개 점포 중 658개. 올 초부터 우리은행 점포에 VG(밸류 그룹)제도가 전격 시행됐다. 산간벽지에 자리해 도저히 묶을 수 없는 점포 등을 제외하고 거의 모두 그룹핑했다. 최근 3년 내내 100~250개 점포에만 적용해오다 대대적 실행에 들어간다.

VG 제도란 현재 모든 국내 시중은행들이 실시하고 있는 허브앤스포크 제도의 우리은행 버전이다. 거점 점포 중심으로 인근 영업점 몇 개를 그룹화해 협업 체계를 구축한 영업 채널을 말한다. 영업점의 인적·물적 자원을 공동 활용하니 효율이 올라간다.

KB국민은행은 '파트너십 그룹', 신한은행은 '커뮤니티 그룹', 하나은행은 '콜라보 그룹'으로 시행 중이다. 2015년 가장 먼저 도입한 국민은행은 이미 2016년 초부터 전국 1100개 점포에 전면 적용했다. 타행 역시 얼추 비슷하다.

우리은행도 도입은 2016년에 했다. 하지만 클러스터형 모델에 대한 거부감과 명확한 역할 부재로 도입 이후 정체됐다. 같은 지점장인데 누구는 스포크장, 누구는 허브장이라는 복잡한 인적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권광석 행장은 지난해 3월 취임 즉시 우리은행만 과거에 머물러 있는 이유를 분석했고 시대 흐름에 발맞춰 변화가 시급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우리은행은 바로 4월부터 2021년 대대적 시행을 목표로 치밀한 준비에 들어갔다.

늦게 시작하는데 다른 은행들의 시행착오까지 그대로 밟을 순 없었다. 뒤처진 3년을 따라잡기 위한 노력은 힘겨웠다. 내부 데이터를 비롯해 타행의 장기 운용 사례를 분석하고 컨설팅사의 자문 등을 거쳐 제도를 다듬었다.

이중보고 체계의 불편함 등 허브앤스포크제도에 뒤따르는 '옥상옥' 문제를 고려해 업무부담을 줄이는 운영시스템을 만들었다. 허브에 책임이 강화되지만 허브장에게 부여된 권한이 한정돼 혼선이 빚어지는 문제점도 반영했다. 우리은행은 VG 그룹장에게 수시 인사권 등 많은 자율 권한을 부여했다.

우수 인력에 대한 평가가 타 영업점에 분배되는 걸 받아들이는 조직문화 역시 조성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영업 현장에서 이 부분에 대한 직원들의 마인드 세팅에 가장 중점을 뒀다”며 “권 행장이 자주 설명회에 참석해 직원들에게 변화의 필요성을 설명했고 설문도 하고 자료도 계속 내보내며 조직의 거부감을 없앴다”고 말했다.

요즘엔 '늦었다고 생각한 순간이 정말로 늦은 때'라는 우스갯 소리가 자주 쓰이는 것 같다. 우리은행은 늦었다고 생각한 순간 절치부심했다. 지금은 '채널' 주도권 경쟁 시대다. 비대면 채널이 중요하다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이나 빅테크사에 없는 대면 채널은 시중은행들만의 차별화된 자산이다. 우리은행이 뒷심을 발휘해 정성껏 내놓은 VG 제도가 훌륭한 고객 접점으로 자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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