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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두산 출발]급한 불 끈 박상현 두산重 부사장, 여전히 무거운 어깨⑧재무 소방수 역할 '성과', 유동성·신용도 챙기기 과제로

박기수 기자공개 2021-01-20 10:26:33

[편집자주]

2020년은 두산그룹의 사사에 남을 만한 해다. 중공업기업으로 변신한 '2기' 두산그룹의 실패를 인정하고 국책은행에 SOS를 요청한 해이기 때문이다. 두산은 두산만의 방식으로 대처했다. 자구안 달성을 위해 오너와 회사 모두가 노력했다. 이제 두산은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에서 기회를 찾는 '3기 두산'으로 거듭난다. 다시 뛰기 위해서는 동력이 필요하다. 동력을 되찾기 위한 두산의 잔여 과제는 무엇인지, 또 3기 두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더벨이 취재했다.

이 기사는 2021년 01월 15일 16: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년 두산중공업을 두고 신용평가사들이 우려했던 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핵심 사업의 부진과 코너에 몰린 재무 상황이었다. 국내 신용평가3사는 결국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을 '투기 등급' 바로 상위 단계인 BBB-로 내렸다.

작년 7월 말 두산밥캣 최고재무관리자(CFO) 였던 박상현 부사장(사진)이 두산중공업 최고재무관리자 CFO로 부임했다. 그로부터 약 한 달여 뒤인 9월 초 두산중공업은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다.

동시에 지주사 ㈜두산은 모트롤BG와 두산솔루스를 매각했고, 두산 오너들은 보유했던 두산퓨얼셀 주식을 두산중공업에 무상 증여하면서 '두중 살리기'에 두 팔을 걷고 나섰다.

◇신평사 "재무개선 성과 인정하나, 등급회복 요건은 아니다"

유상증자 청약률 100.2%,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두산건설 매각이 정체되고 있지만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은 DICC 소송 리스크를 딛고 계획대로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3조 자구안의 반환점을 돌았다는 평가를 받는 이 시점에서 신평사의 반응은 어떨까.

신평사 관계자는 "재무적인 부분은 이제 유동성 부족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상황에서는 벗어났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작년부터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 그룹 차원의 조치가 들어갔고 그 플랜이 대체로 잘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벼랑 끝'인 BBB- 등급에서의 회복도 기대할 수 있을까. 신평사 관계자는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신평사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의 주력 사업인 원자력·화력 발전은 여전 히 불확실성이 내재해 있다"라면서 "친환경 에너지 사업으로의 사업 전환이 이뤄지고 이 시스템이 안착하기 까지는 여전히 사업적 측면에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급한 불은 껐으나 이정도로 신용도 회복이 가능한 정도는 아니라는 의미다.

◇'인내' 속 유동성 챙기기 최우선 과제로

CFO로서는 쉽지 않은 상황일 수밖에 없다. 여전히 3조 자구안 달성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에너지 정책 변화로 주력 사업의 설 자리는 계속 좁아지고 있다. 그러나 사업 전환까지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가스터빈 사업은 이제 막 실증 단계에 들어섰다. 풍력 매출은 작년 3분기 기준 두산중공업 연결 매출의 0.1%에 불과하다. 이 사업들을 키우기 위한 비용도 생각해야한다. 하지만 저신용 탓에 외부 자금조달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1차 목표는 두산중공업의 사업 구조가 친환경 에너지쪽으로 완전 개편되고 안착하기까지 유동성을 최대한 챙기는 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러모로 인내심이 요구되는 시기다.

두산중공업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내부 유보자금을 활용한 외부차입 최소화 및 고금리 조건의 차입금 비중 축소, 장·단기 차입구조의 개선, 고정금리 차입금과 변동금리 차입금간의 적정비율 유지, 정기적인 국내외 금리동향 모니터링 실시 및 대응방안 수립 등을 통한 선제적으로 이자율위험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두산중공업의 차입 구성은 현재 극 단기화 상태다. 국책은행으로부터 긴급수혈을 받은 작년 이 그림은 더욱 심화했다. 작년 3분기 말 두산중공업(별도)의 총차입금 6조301억원 중 단기차입금 비율은 85.6%이었다. 장기차입금 비율은 6.9%에 그쳤다.

두산중공업의 차입금은 대부분 출처가 국책은행이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사채를 제외한 단기+장기차입금 합 5조5083억원중 5조3508억원(97.1%)이 국책은행에서 빌린 금액이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단기차입금의 연이자율은 1.14~5.24%, 장기차입금의 연이자율은 2.34~4.81%이다.

이는 결국 완벽한 자구안 달성이 답이 될수밖에 없는 배경으로도 언급된다. 금융권 일각에서 두산밥캣의 매각이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이에 근거한다.


◇BBB-는 반드시 수호해야 한다

박 부사장의 목표는 현재 신용등급보다 하락하는 상황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등급만 더 낮아져 BB+(투기 등급)이 된다면 조달 금리(3년 만기 일반 무보증사채 기준)는 현재 7%대에서 9%대 중후반으로 급상승한다. 친환경 에너지 신사업을 준비해야 하는 두산중공업으로서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비단 조달 비용만 문제는 아니다. 추가 신용등급 하락은 국내 사업 경쟁력 하락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국내 공공기관은 발주하는 도급공사의 입찰과 관련해 입찰에 참가하는 회사에 대한 사전심사를 수행한다.

조달청의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기준'에 따르면, 전체공사 추정가격이 1500억원 이상인 공사는 BBB- 이상의 신용등급을 받은 회사를 입찰적격자로 선정한다고 규정한다. 박 부사장, 두산중공업이 BBB-를 반드시 수호해야만 하는 또 다른 이유다.


현재는 유예된 상태이지만 BB+로 떨어질 경우 신경 쓰이는 부분이 또 있다. 두산중공업은 '삼척블루파워'라는 회사의 지분 출자자로 2023년 9월에 774억원의 사업비 추가 출자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 삼척블루파워는 삼척화력발전소 1, 2호기 EPC 건설공사를 수행하는 회사다. 만약 2개 이상 신평기관이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을 BB+로 내릴 경우 60일내 추가 출자 의무 분에 대한 출자 이행보증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미 금융권이 두산중공업의 사정을 봐주고 있는 사례도 있다. 2020년 3분기 말 기준 두산중공업은 SC제일은행과 마쉬렉은행(Mashreqbank)로부터 각각 314억원, 698억원을 차입했다. 차입을 단행하며 두산중공업은 BBB 등급 미만으로 등급이 떨어질 경우 일정기한 내 추가 출자를 약속했다. 다만 금융기관은 현재 두산그룹의 사정을 고려해 이 조항의 적용을 유예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 한 해동안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된 점은 위안점이면서 박 부사장의 성과 중 하나로 평가된다. 신평사 관계자는 "현재 수준에서는 신용등급 추가 하락에 대한 위험성은 높지 않게 보고 있다"라면서 "관건은 친환경 에너지 관련 사업의 성장 속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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