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투자센터 개편 배경은...'인오가닉' 성공 DNA 유공·한국이동통신·하이닉스 등 대표적 인오가닉 성장 사례…본격 사업확장 신호탄
이우찬 기자공개 2021-01-27 11:23:43
이 기사는 2021년 01월 26일 14: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오가닉(Inorganic) 전략은 자체 경쟁력 확대를 통해 회사를 성장시키는 오가닉(Organic)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인수합병(M&A)이나 지분투자 등 외부 수혈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일컫는 용어다. 어느 정도 검증된 핵심 사업영역을 단기간에 키울 수 있는 전략으로 꼽힌다.인오가닉 전략을 통해 성장한 대표적인 그룹이 SK그룹이다. SK그룹은 1980년대 유공을 인수하며 석유에서 섬유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만드는데 초석을 놨으며, 90년대 한국이동통신 인수를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2010년대 인수한 SK하이닉스는 SK그룹을 재계 3위로 올려놓은 원동력이 됐다.
SK그룹의 인오가닉 전략의 핵심에는 지주사인 SK㈜의 투자센터를 꼽을 수 있다. 지주 산하에 투자 1센터, 2센터, 3센터, I Cube센터 등 4개 센터를 통해 신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SK㈜가 최근 4대 핵심사업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SK㈜가 그리는 4대 핵심사업은 △첨단소재 △그린 △바이오 △디지털이다. 첨단소재는 반도체·배터리 소재, 그린은 수소, 바이오는 신약개발, 의약품 위탁생산(CMO), 디지털은 모빌리티, AI 등을 포함한다. 이같은 전략에 따라 기존 4개의 투자센터를 △첨단소재 투자센터 △그린 투자센터 △바이오 투자센터 △디지털 투자센터로 바꿨다.
투자센터 개편은 핵심 사업들이 인오가닉 전략을 통해 사업성, 미래 비전 등 측면에서 어느 정도 검증을 끝냈다는 의미로 본격적인 사업 확장 국면으로 진입하겠다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SK㈜ 관계자도 "2021년은 4대 핵심사업 실행을 본격화하는 원년"이라고 밝혔다.
SK㈜는 이미 지난해 초부터 수소사업 전략을 세워 방향성을 고민하고 지분 투자 기업을 물색했으며, 관련 조직으로 12월 수소사업추진단을 구성한 바 있다. 이후 플러그파워에 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중국 완성차 기업 지리자동차와의 공동 펀드 추진 또한 이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SK㈜는 펀드규모, 투자처 등 구체적인 협력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수소차 등 친환경 모빌리티를 포함한 다방면의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플러그파워 직접 투자에 이어 완성차 기업과의 펀드조성 협력으로 핵심 사업영역에 인오가닉 접근을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SK㈜가 인오가닉 전략으로 단기간에 결과물을 만들어낸 부문은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소재 쪽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2015년 11월 반도체용 특수가스 제조기업 SK머티리얼즈와 2017년 8월 반도체 웨이퍼 제조기업 SK실트론 인수로 반도체 소재 부문에서 인오가닉 전략을 펼친바 있다. 자회사 SKC를 통해서는 지난해 초 1조1900억원을 투입해 SK넥실리스(당시 사명 KCFT)를 인수하며 전기차 배터리 핵심 부품인 동박까지 사업영역을 넓혔다.
신약개발, 의약품위탁생산(CMO) 중심으로 사업을 키우는 바이오의 경우 최근 들어와 그룹 핵심사업으로 급부상하는 모습인데, SK㈜의 인오가닉 전략이 뒷받침하고 있다. SK㈜는 지난해 12월 미국 로이반트에 2억달러(약 2200억원)를 투자해 '표적 단백질 분해' 플랫폼을 활용한 신약 개발에 나선 바 있다.
디지털 사업영역의 경우 모빌리티, 인프라기업 등에 대한 선제 투자가 진행됐다. 쏘카, 그랩 등 모빌리티 기업 투자, 물류 인프라기업 ESR(e-Shang Redwood Group) 등이 손꼽힌다.
재계 관계자는 "첨단소재, 그린, 바이오, 디지털은 SK가 5년 이상 전부터 봐오던 사업영역들"이라며 "투자센터 개편은 인오가닉으로 사업성 검증을 끝낸 핵심사업들에 본격적인 힘을 싣고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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