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평, 코로나로 막힌 해외투자 실사 ‘원격’으로 뚫는다 신뢰성·객관성 확보 방점, 미국 중심으로 현지 선두업체와 협력 리스크 완화
이지혜 기자공개 2021-03-02 13:17:55
이 기사는 2021년 02월 26일 09시4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기업평가가 코로나19 사태로 발이 묶인 투자은행업계의 해결사로 나선다. 해외대체투자 현장을 원격으로 실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국내에서 원격현장실사 방법론을 내고 사업화하는 것은 한국기업평가가 처음이다.외국인 방문제한 조치 등으로 현장실사를 할 수 없게 되자 수많은 해외대체투자사업이 멈춰섰다. 갈 곳 잃은 국내 투자자금이 해외펀드로 몰리면서 국내 금융기관이 소외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한국기업평가는 당장 이익을 보려고 하기보다 해외대체투자 시장이 회복돼야 미래가 있다고 판단해 원격현장실사 사업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현장실사 의무화, 감염병 확산 시 ‘대체절차’ 용인
한국기업평가가 ‘해외대체투자를 위한 원격현장실사 방법론’을 마련했다고 26일 밝혔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증권사와 투자자가 해외대체투자사업 현장실사를 하지 못해 지난해 고통을 겪었다”며 “금융감독원이 예외적으로 현장실사의 대체절차를 마련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만큼 원격현장실사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원격현장실사 사업은 사업가치평가본부가 주도하고 있다. 본부 산하의 에너지&인프라부문과 글로벌 파이낸스실, 부동산부문 등이 이 사업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대체투자사업은 증권사가 한두달에 걸쳐 투자자산을 파악한 뒤 투자확약서(LOC)를 작성, 이후 재무적투자자에게 셀다운(재매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세 차례가량 현장실사가 이뤄진다. 이때 현장실사는 필수절차로서 리스크를 줄이려는 금융당국의 의지가 반영됐다.
그러나 최근 이런 방향성에 변화가 감지됐다. 금융감독원이 1월 발표한 ‘증권회사 대체투자 리스크관리 모범규준 마련’에 현장실사 예외조항이 포함됐다. 금융감독원은 이런 절차를 올해 3월부터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금융감독원은 “국내·외 부동산 등에 대체투자를 할 때 현지실사를 의무화해 투자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면서도 “감염병 확산 등으로 현지에 방문하기 어렵다면 현장실사를 생략하지 않고 대체절차를 마련해 실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를 현장실사 대체방안을 이행해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 것으로 바라본다.
국내 금융기관의 투자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업계의 의견을 반영한 조치로 보인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증권사는 기존에 총액인수한 자산을 셀다운하지 못해 새로운 투자기회를 놓쳤다”며 “생명보험사나 공제회 등 국내 주요 투자자들은 해외 유명자산운용사의 블라인드펀드에 높은 수수료를 물고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국내 해외대체투자 규모는 22개 증권사를 기준으로 48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31조4000억원이 셀다운됐고 16조6000억원은 증권사가 직접 보유하고 있다.
◇객관성·신뢰성 확보 ‘방점’…글로벌 네트워크 십분 활용
한국기업평가는 원격현장실사의 핵심이 객관성과 신뢰성 확보에 있다고 바라본다. 한국기업평가는 “해외대체투자자산의 실제 존재여부와 실사진행 장소의 일치 여부를 어떻게 확신할지, 증권사나 투자자 모두 우려할 것”이라며 “신뢰를 얻기 위해 한국기업평가가 잘 아는 사업만, 같이 일한 적 있는 파트너하고만 원격현장실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격현장실사는 ‘사전위험분석과 평가→실사계획 수립→현장실사 진행→실사영상과 보고서 작성→투자자 대상 설명회 개최’ 등 순서로 이뤄진다.
사전위험분석과 평가 단계에서 현장실사를 직접 진행할 현지 협력업체를 선정한다. 이때 협력업체는 현지에서 상위 5위에 드는 시장 리서치기관과 기술전문기관 중, 한국기업평가와 일한 적 있는 곳을 선택할 예정이다.
원격현장실사 대상은 한국기업평가가 사업성평가를 수행한 사업으로만 한정한다. 사업의 실체를 이해하고 법률적 주요사안 검토까지 모두 끝낸 사업만 살펴보면서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려는 것이다.
또 국내 기관투자가 가장 많이 이뤄진 미국에서 일단 사업을 시작한 뒤 시장의 반응을 살피며 유럽 주요 5개국, 호주, 일본 등으로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한국기업평가는 특히 에너지와 인프라를 중심으로 원격현장실사 사업을 전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에너지와 인프라 등 대체투자자산은 대부분 도로와 터널, 발전소 등이라서 실체를 확인하기가 수월하다”며 “부동산은 검증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 자산만 보수적으로 원격현장실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격현장실사의 장점으로 한국기업평가는 △언어의 한계 극복 △객관적․검증된 해석 제공에 따른 사업 이해도 제고 △영구보존 가능 △반복적 현장실사에 따른 시간․금전 비용 절감 등을 꼽았다.
◇경험치 '충분'…시장 상생 목적
한국기업평가가 원격현장실사 사업을 내놓은 데는 지난해 미국 육상풍력발전사업을 진행해본 경험이 작용했다. 증권사가 투자확약서를 작성하기 전 현장실사를 다녀오긴 했지만 투자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한국기업평가는 원격현장실사를 제안해 현지의 협력업체를 선정, 약 두 달의 준비과정을 거쳐 그해 8월 투자자 대상 설명회를 열었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서울의 호텔에서 20여 곳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영상을 보여주고 Q&A를 진행한 결과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사업성평가 전문기관 중 1위에 올라 있다는 자신감이 한국기업평가의 도전을 이끌었다. 한국기업평가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인프라PF 사업성평가 실적을 보유한 데다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해외 발전사업을 대상으로 사업성평가를 진행한 경험도 있다.
다만 한국기업평가는 원격현장실사 사업이 한시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등 예외적 상황에서만 정부가 대체절차를 용인하고 있어서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시계제로 상태'에 빠진 해외대체투자사업을 다시 가동시켜야 우리는 물론 증권사, 투자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이라며 “투자자들이 대체실사에 조심스러워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방법론을 내고 방향성에 대해 시장에 알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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