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신평사, ESG 키워드로 '합종연횡'? 경영 컨설팅·채권 인증 시너지 모색, 시장 선점 효과 목표
이지혜 기자공개 2021-03-11 13:02:29
이 기사는 2021년 03월 09일 08시2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용평가사와 회계법인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키워드로 조용히 손잡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와 삼일PwC가 SRI채권(사회책임투자채권, ESG채권)과 관련해 업무협약을 맺었다. 한국신용평가도 삼정KPMG와 '느슨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신용평가사는 SRI채권 인증을, 회계법인은 ESG경영 컨설팅 시장을 정조준하는 만큼 시너지를 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ESG경영과 SRI채권 시장 모두 초기인 만큼 구체적 협력방안을 내지는 못했다. 일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파트너를 서둘러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신평-삼정KPMG, 나신평-삼일PwC 연합전선
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와 삼정KPMG가 SRI채권 인증과 관련해 비공식적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MOU 등 공식적 방식은 아니다”면서도 “한국신용평가와 삼정KPMG가 SRI채권 인증과 ESG경영 컨설팅사업을 연계하는 방향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협력관계는 올초 삼정KPMG가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협약을 맺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일단 비공식적 신뢰관계를 다지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다른 관계자는 “각각 글로벌 회계법인인 KPMG그룹,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 만큼 공식적 절차를 밟기 어려웠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와 삼일PwC는 2월 중순 공식적으로 MOU를 맺었다. ESG경영 컨설팅과 SRI채권 인증 사업을 놓고 협력하는 것이 MOU의 핵심 내용이다. 회계법인이 ESG경영 관련 컨설팅을 제공하고 SRI채권 인증업무는 신용평가사로 연계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삼일PwC 관계자는 "SRI채권 발행시장이 활기를 띠면 ESG경영도 적극적으로 이뤄지면서 선순환 구조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용평가사와 회계법인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협력할지는 아직 논의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ESG경영 컨설팅과 SRI채권 인증 시장이 초기인 만큼 일단 각자의 전문성을 극대화하고자 파트너를 둔 셈이다.
삼정KPMG는 2008년부터 지속가능경영팀을 운영해왔지만 ESG센터를 가동해 회계와 딜, 경영 컨설팅까지 제공한 것은 지난해 10월부터다. 삼일PwC의 ESG플랫폼은 국내 최대 인력을 보유했지만 비교적 최근 꾸려졌다.
사정은 신용평가사도 마찬가지다. 한국신용평가가 지난해 6월 평가방법론을 내면서 SRI채권 인증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들었고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가 올해 들어 사업을 본격화했다.
시장 관계자는 “SRI채권을 발행하려면 ESG경영의 기반이 잡혀야 하기에 회계법인의 컨설팅이 큰 힘이 될 수 있다”며 “채권 분석은 신용평가 고유의 영역이기에 회계법인이 단기간에 따라잡기 힘들다”고 말했다.
◇SRI채권 인증시장 판도 변화 조짐?
신용평가사와 회계법인의 연합을 놓고 SRI채권 인증 시장의 주도권이 바뀌는 조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SRI채권 인증시장은 회계법인이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잡았다”며 “그러나 국내에서는 신용평가사를 향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두터워 신용평가사가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그동안 SRI채권 인증시장은 회계법인의 전유물이나 다름없었다. 2018년 삼정KPMG가 국내 최초의 원화 SRI채권을 인증한 이래 EY한영, 삼일PwC, 딜로이트안진까지 국내 빅4 회계법인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딜로이트안진이 사실상 이 시장을 과점했다. 국내 회계법인 4곳은 국제기후채권기구를 기준으로 사전인증 등을 진행할 수 있는 자격요건을 갖췄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한국신용평가가 한국중부발전 SRI채권 인증을 수주한 이래 올 들어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이 두각을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 LG화학, SK건설 등이 발행하는 SRI채권 인증업무를 신용평가사들이 수주했다. 같은 기간 SRI채권 인증실적을 쌓은 회계법인은 딜로이트안진뿐이다.
다만 삼정KPMG와 삼일PwC는 SRI채권 인증업무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SRI채권 발행은 ESG경영의 실천방식인 만큼 컨설팅업무와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회계법인의 사업구조상 SRI채권 인증사업에서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며 “ESG경영 컨설팅의 부수적 업무로서 사업기회를 계속 열어놓으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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