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판 짜는 현대운용, 외형 확대 속 '성장통' [자산운용사 경영분석]①M&A 후 조직 재정비, 매출 급증·이익 감소…정욱 단독 대표 체제 원년
양정우 기자공개 2021-03-22 08:27:45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8일 15: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무궁화신탁 품에 안긴 현대자산운용이 새 판을 짜는 과정에서 성장통을 겪고 있다. 과감하게 조직을 확대하면서 매출 볼륨을 키웠으나 수익성은 뒷걸음친 성적을 거뒀다.인수합병(M&A) 후 과도기 단계에 고수해온 공동 대표 체제는 이제 막을 내렸다. 올해부터 정욱 단독 대표가 경영을 총괄한다. 정 대표는 외형 확대라는 소기의 성과를 이익 증대로 연결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조직 확대 사력, 매출 2배 껑충…'캐피탈 펌' 진화 초석
현대자산운용은 지난해 영업수익(매출액)과 당기순이익으로 각각 213억원, 1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수익(121억원)은 전년보다 2배 가까이 급증했으나 순이익(19억원)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은 최근 5년을 통틀어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 한동안 매출 규모가 100억원 수준에서 정체돼 왔으나 지난해 단번에 200억원 대로 확대됐다. 펀드를 운용한 대가인 집합투자기구운용보수(97억원)는 예년 수준을 유지했으나 자산관리수수료(42억원)가 껑충 뛰었다. 자산관리수수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투자자문수수료(36억원)였다.
기타 수수료도 68억원에 달해 매출 확대에 효자 노릇을 했다. 2019년까지 영업수익으로 잡히지 않은 계정이지만 지난해 신규 수익으로 계상됐다. 현대자산운용은 근래 들어 영국 스코틀랜드 오피스빌딩에 투자하는 공모 펀드뿐 아니라 사모 부동산 펀드를 다수 설정했다. 이들 펀드에서 부동산 매입보수와 자문보수로 수령한 대금이 새로운 수입원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무궁화신탁은 지난해 3월 최대주주로 등극한 뒤 대대적 조직 개편에 착수했다. 과거 여느 자산운용사와 비슷하게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 PE(private equity) 등으로 본부 체제가 유지돼 왔다. 하지만 M&A 후 혁신에 속도를 내면서 부문 대표만 10여 명에 달하는 조직으로 탈바꿈했다.
경영지원그룹(MBC, Marketing group, Back Office group, C&R group)이 IB(MIB부문, HIB사업부문, SIB부문, FIB부문), PE(1~4부문), DI(1~4부문), AM, REITs 등 주축 파트를 지원하는 플랫폼 기업을 추구하고 있다. 이른바 '캐피탈 펌(capital firm)'을 목표로 1년 새 새로운 조직으로 거듭났다. 이런 파격적 변화에 따른 첫 소득이 바로 매출 규모의 급증이다.
◇정욱 대표 체제, 수익성 개선 미션…1년새 임직원 3배 '승부수'
다만 아직까지 새로운 판이 안정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매출 외형을 키운 성적을 남겼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몸집을 크게 키운 게 비용 구조의 악화로 이어졌다. 2019년 말 총 58명에 불과했던 임직원 수가 지난해 말 159명으로 급증했다. 1년 새 인력 확충에 사력을 다하면서 판관비가 자연스레 늘어났다. 역시 1년 만에 98억원에서 190억원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자산운용업의 판관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단연 급여 계정이다.
현대자산운용은 비용 지출을 감내하면서도 사세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존 자산운용사가 수탁고 기반 운용 보수에 무게 중심을 둔 것과 달리 신규 비즈니스를 통한 수수료 창출을 추구하고 있다. 앞으로도 사업 영역별로 전문 인력을 추가 충원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수익성 하락은 올해 단독 대표로 거듭난 정욱 대표의 숙제로 남아있다. 지난해 3월 공동 대표로 부임한 정 대표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단독 대표로 선임됐다. 그간 장부연 전 대표와 함께 조직 재편의 틀을 잡았다면 이제 정 대표가 외형 성장 속 실속을 챙기는 임무를 전담해야 한다.
1961년생인 정 대표는 경희대학교 회계학과를 졸업한 인사다. 1989년 교보생명보험에 입사해 국제신탁(우리자산신탁 전신), 한국자산신탁 등을 거쳤다. 공동 대표로 선임된 후 경영지원 부문을 맡아왔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 출신인 장 전 대표는 비상임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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