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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중견 화장품 이사회 점검]코스맥스, 유명무실 '감사제도' 손 보나②'LG생건·GS그룹' 출신 단골, 회계전문가 영입 선회 '경영위' 운영

김선호 기자공개 2021-03-25 08:11:14

[편집자주]

한류 열풍을 탄 K-뷰티 바람은 중소·중견 화장품 업체에게 한 때 황금기를 선사했다. 그러나 이후 중국 경제보복과 국내 로드숍 한파, 코로나19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 놓였다. 급격한 영업환경 변화 속에 주요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선택과 판단이 갖는 무게감은 더욱 크기를 더해 가고 있다. 외풍에 시달리며 생존의 기로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소·중견 화장품 업체들의 이사회 활동과 성과를 들춰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3일 07: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동안 코스맥스의 감사 활동은 최소한에 그쳤다. 대부분 매년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결산과 주주총회 소집 안건을 가결하는 정도였다. 사실상 감사라는 자리와 이를 채우는 이들이 있을 뿐 본래 기능이 제대로 작동됐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이사회에서 감사가 차지하는 권한은 상당하다. 감사는 독립적으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업무를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제반 업무와 관련한 장부와 관계서류를 해당부서에 제출을 요구하고 경영정보에 접근할 수도 있다.

감사가 지니고 있는 권한과 역할로 보면 경영진과 불편한 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코스맥스는 감사를 맡은 인물을 임원으로 선임하고 그에게 사업 지휘봉을 맡기는 등 오히려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용도로 활용했다.

◇LG생활건강·GS그룹 등 대기업 출신 감사 영입

2014년 2월 설립된 코스맥스의 초기 이사회는 당시 사내이사로 이경수 대표이사 회장, 송철헌 대표이사 사장, 최경 경영지원본부 사장이 사외이사로 이상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가 참여했다.

감사위원회는 별도로 설치하지 않고 1인 감사 체제를 통해 이사진의 업무를 감독하게 했다. 첫 감사는 김재천 현 코스맥스 경영지원본부 부회장이 맡았다. 1952년생인 그는 서울대학교 공업화학과를 졸업하고 LG생활건강에서 경력을 쌓은 화장품 전문가다.

김 부회장의 감사 임기는 2017년 3월까지였지만 2015년에 갑작스레 송 전 대표를 대신해 코스맥스 마케팅 생산본부총괄 대표이사 사장으로 올라서며 이사진에 합류했다. LG생활건강에서 직방판 영업부문장, 중국 통합 법인장, CPO(제품공급최고책임자)를 지낸 경력이 이 회장의 눈에 들었다.


특히 코스맥스으로서는 중국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던 만큼 과거 LG생활건강에서 중국 사업을 맡았던 김 부회장의 역량이 절실했을 것으로 보인다. 2014년 김 부회장의 감사 주요 활동 내역이 전무했다는 점을 보면 그의 이력이 빛을 발한 셈이다. 감사는 주요 임원으로 오르기 전 다시 머무는 거처로 작용한 셈이다.

후임 감사도 화장품업계 출신으로 채워졌다. 한영태 감사는 1948년생으로 연세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후 LG생활건강 영업담당 이사, 더페이스샵 총괄부사장을 지냈다. 최 부회장과 같은 LG생활건강 출신이다.

다음으로 GS그룹 출신의 이완경 전 감사가 선임됐다. 화장품 업계 출신은 아니었지만 GS EPS, GS스포츠, GS글로벌 대표를 맡아온 전문경영인이라는 점이 인정을 받았다. 다만 이들의 감사 활동은 대부분 매년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결산과 주총소집에 관한 건을 가결하는 정도에 그쳤다.


2019년에 들어서 감사가 가결한 안건이 그나마 4건으로 늘어났다. 내부회계관리 규정 개정, 유상증자 참여, 코스맥스인도네시아 출자 안건이 추가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조차 같은 해 이사회의 주요 의결 사항이 36건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은 수치다. 이사의 업무를 감독하는 감사가 이사회 36건의 의결 중 4건만을 살펴보는데 그쳤다는 의미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화장품 업계나 타 업체에서 CEO를 맡았던 임원 출신을 감사로 선임하고 이들에게 재무·회계보다 더 넓은 범위의 경영 전반을 두루 살피도록 했다”며 “그러나 외부에서 재무·회계 관련 전문 역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생기면서 지난해 회계 전문가에게 감사를 맡겼다”고 설명했다.

◇첫 회계 분야 감사 '선임'…갈 길이 멀다

코스맥스는 2020년 처음으로 회계 분야 전문가 방용원 감사를 선임했다. 그리고 감사 활동 내역에 ‘심의’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가결’이라는 용어로 감사 활동을 기록하다가 회계 전문가가 감사를 맡으면서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감사 활동의 보폭도 넓어졌다. 재무와 관련한 안건에서부터 대표이사 선임, 이사회 규정 개정 등도 감사의 심의 안건으로 상정됐다. 코스맥스가 보다 넓은 경영 영역에 감사가 개입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코스맥스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이사회 내에 경영위원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신설된 경영위원회는 기존 이사진(사내·사외이사)을 비롯한 감사까지 포함해 주요 안건을 논의하는 회의체로 구성됐다. 이전까지 유명무실했던 감사가 나름의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가 생긴 셈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코스맥스 감사 제도는 걸음마 단계다. 첫 회계 전문가를 영입하고 심의 안건의 영역을 넓힌 것은 유의미한 성과지만 유통업계 전반에 걸쳐 이사회 내에 감사위원회를 운영하고 감사위원 중 1인을 올해부터 분리 선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참 뒤처진 모습이다.

코스맥스에 따르면 올해부터 이사회를 점차 개편해나가며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이 아니기 때문에 감사위원회 설치 등이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점차적으로 사외이사를 늘려나가며 위원회 구성 요건을 맞춰나갈 예정이다.

상법 제542조의11과 12(감사위원회, 감사위원회 구성 등)에 따르면 감사위원회는 3인 이상의 이사로 구상하고 3분의 2는 사외이사로 채워져야 한다. 또한 감사위원 중 1인은 회계 또는 재무 전문가이어야 한다. 독립적 지위를 가져야 하는 만큼 그 감사위원회 대표(위원장)는 사외이사가 맡도록 돼 있다.

이를 비춰볼 때 사외이사 1인만을 두고 있는 코스맥스로서는 갖춰나가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일단 방 감사를 선임하면서 회계 전문가를 두고 있지만 감사위원회를 구성하기에는 사외이사 수가 턱 없이 부족한 상태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화되고 있는 재계 트렌드에 맞춰 이사회를 개편해나가고 있는 중”이라며 “감사의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한편 이사진의 판단에 따라 사외이사를 확충하고 감사위원회도 설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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