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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중견 화장품 이사회 점검]코스메카코리아, '가족경영' 폐쇄성과 효율성 사이'학연·혈연' 얽힌 이사회 관행, 코로나 악재 속 실적 방어 선전

전효점 기자공개 2021-03-26 08:13:25

[편집자주]

한류 열풍을 탄 K-뷰티 바람은 중소·중견 화장품 업체에게 한 때 황금기를 선사했다. 그러나 이후 중국 경제보복과 국내 로드숍 한파, 코로나19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 놓였다. 급격한 영업환경 변화 속에 주요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선택과 판단이 갖는 무게감은 더욱 크기를 더해 가고 있다. 외풍에 시달리며 생존의 기로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소·중견 화장품 업체들의 이사회 활동과 성과를 들춰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3일 13: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메카코리아는 1999년 10월 조임래 대표이사 회장이 설립한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 업체다. 조 회장은 당시 '코스메틱 분야의 메카'가 되겠다는 포부를 삼아 사명을 지었다.

코스메카코리아는 우여곡절 끝에 2016년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고 2018년 미국 잉글우드랩(Englewood Lab)을 인수하면서 최근 5년간 큰 폭으로 사세를 확장했다. 현재 한국콜마와 코스맥스에 이어 국내 3위 화장품 ODM 기업으로 안착했다.

기업 공개 후 미국과 중국 등 해외 곳곳으로 확장을 모색하는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지배구조는 여전히 폐쇄적이다. '성균관대 화학과' 학연으로 얽힌 멤버들이 사외이사와 감사직을 차지하면서 창업주 부부가 주도하는 이사회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다. 자회사 역시 두 아들 조현석 상무·조현철 대표를 구심점으로 경영상의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다.

◇부부 대표 주도 이사회, 사외이사·감사 '성균과대 화학과' 포진

코스메카코리아 이사회는 이달 현재 조임래·박은희 공동 대표이사, 박선기 부사장, 부진효 사외이사 등 총 4인으로 구성된다. 사외이사만 임기가 끝날 때마다 교체됐을 뿐 사내이사 멤버는 거의 변동 없이 이사회를 이끌어왔다.

조 회장 부부 외에 코스메카코리아 이사회의 유일한 사내이사로 등기된 인물은 박선기 부사장이다. 박 부사장은 조 회장과 함께 코스메카코리아를 설립한 창업 멤버다. 코스메카코리아와 함께 중국법인의 등기이사로 활동하면서 주로 중국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업공개 이후에도 부부 공동대표가 주도하는 이사회가 별다른 견제 세력 없이 지속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허술한 사외이사와 감사 제도가 있었다.

현재 상근 감사로 재직하고 있는 오선택 감사는 조 회장과 50년 지기지우다. 두 인물 모두 1953년생으로 성균관대 화학과를 졸업했다. 각각 1977년과 1978년 화장품 회사 '피어리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오 감사는 조 회장이 코스메카코리아를 창업한 후 2008년 코스메카코리아 영입돼 임원 생활을 하기도 했다.

이사회의 유일한 사외이사까지 동대 교수 출신으로 채워지고 있다. 지난해 3월 처음 임기를 시작한 현재 사외이사 뿐만 아니라 전임자 역시 공교롭게 성균관대 화학과 교수다. 1953년생인 조 회장 역시 1976년 성균관대 화학과를 졸업했다. 사외이사진은 사업보고서 상 이사회 상정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결을 표시한 적이 없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비롯해 이사회 내 소위원회는 현재 전무하다. 사외이사에 대한 정기적인 교육도 실시하지 않고 있다. 코스메카코리아 이사회는 상장 후에도 이같은 운영 관행을 이어오면서 사실상 외부 이견을 받아들이기 힘든 구조로 안착했다.

사외이사와 상근감사 제도의 취지는 이사회 업무와 경영진을 감시하는 것이다. 상법을 통해 대규모 주식회사마다 상근감사직을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한 점 역시 우리나라 기업들이 소유와 경영이 대부분 일치하고 경영진과 이사회를 구분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코스메카코리아는 사업보고서에 감사 제도의 취지에 대해 "감사는 이사회에 참석해 독립적으로 이사의 업무를 감독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표면적인 취지와 달리 실질적인 제도의 운영은 이같은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게 고착화됐다.


◇폐쇄성과 효율성 '균형'…2대째 안정적 경영 지표 유지

자회사에서도 비슷하게 폐쇄적인 가족경영의 구조가 반복된다. 미국법인이자 핵심 자회사인 잉글우드랩 이사회 역시 조 회장 일가가 일제히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는 차남 조현철 대표를 비롯해, 조임래 회장은 기타 비상무이사, 장남 조현석 상무는 사내이사로 등기돼 있다. 박 부회장은 잉글우드랩의 한국 자회사 잉글우드랩코리아의 사내이사로 등기돼 있으며, 조 상무 역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같은 가족경영 구조는 폐쇄성과 동시에 어느 정도의 효율성을 담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영의 주도권이 2세로 일부 넘어갔음에도 여러 실적 및 재무 지표들은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조현석 상무는 현재 코스메카코리아에서 경영기획실과 생산사업부를 총괄하는 미등기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현철 대표는 코스메카의 자회사이지만 차세대 성장 동력인 미국 법인을 이끄는 대표로서 활약하고 있다. 조 대표는 2018년 코스메카코리아가 잉글우드랩을 인수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현지 사업을 안착시키면서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업황이 기울었을 때도 코스메카코리아는 실적을 비교적 잘 지켜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준수한 외부 지표로 이사회 지배구조상 폐쇄성의 문제점을 지적받지 않고 있는 셈이다.

코스메카코리아 관계자는 "박선기 부사장은 코스메카코리아의 2대주주로서 1대주주에 대한 경영 견제 기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지난해는 미국법인인 잉글우드랩이 성장하면서 코스메카코리아의 연결 실적을 견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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