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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수제맥주]카브루, 21년 장수 비결 '천하장사' DNA①'진주햄' 노하우 이식 체질개선, 박정진 대표 '소통경영' 효율 시너지

박규석 기자공개 2021-03-29 10:17:59

[편집자주]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태동기를 거쳐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하고 있다. 과거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한 소품종 소량생산에서 다품종 대량생산 체제로 전환이 한창이다. 종량세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도입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여건도 마련됐다. 이를 기반으로 코로나시대에 무서운 속도로 가정용시장을 파고 들고 있다. 수제맥주업계 현황과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기업들의 성장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6일 07: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브루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수제맥주 시장을 개척한 ‘1세대 수제맥주’ 기업이다. 수제맥주가 태동하던 시기 이태원을 중심으로 수제맥주 문화 확산을 이끌었다. 현재 가정용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면서 수제맥주업계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2000년 옛 카파인터내셔널에서 출발한 카브루는 수제맥주의 한 종류인 ‘페일 에일(Pale Ale)’을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이며 사업을 본격화했다. 2012년 '수제 맥주 외부 판매권'을 취득해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시장에 진출했다. 2014년부터 현재 사명을 사용하고 있다.

기업 설립 이후 눈에 띄는 변화를 보인 시기는 ‘천하장사’ 소시지로 유명한 진주햄에 인수된 2015년부터다. 진주햄은 카브루 인수 후 경영과 물류, 유통 등의 개선에 힘썼다. 그 결과 동네 양조장 수준이었던 카브루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수제맥주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기업 선진화 초석 '진주햄 노하우’

카브루는 진주햄 계열사 편입 이후 ‘기업’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직원 수가 10여명에 불과해 제대로 된 경영 시스템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양조장 역시 소규모였기 때문에 대규모 생산과 유통 등을 위한 기반도 부족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박정진 진주햄 대표이사 사장(카브루 대표 겸직)은 카브루 인수와 동시에 기업 체질 개선을 단행했다. 1963년 설립 이후 축적해온 진주햄의 사업 노하우를 카브루에 이식하는 게 골자였다.

우선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시설 확대에 집중했다. 2016년 상천 공장, 2018년 상색 공장 건립을 각각 완료했다. 기존에 보유했던 가평 공장을 포함해 총 3곳의 생산시설을 갖추게 된 카브루의 생산량은 이전보다 5배 이상 늘어나게 됐다.


생산시설 규모 뿐만 아니라 공정의 효율성과 관리 등의 질적인 측면도 함께 개선시켰다. 기존에 없던 3자 물류 시스템을 도입했다. 전국 단위 콜드체인(Cold Chain) 물류망과 품질관리(QC) 시스템을 구축했다. 수제맥주업계 최초 해썹(HACCP) 인증을 받기도 했다.

기업 운영을 위한 조직 체계도 재편했다. 과거 업무 분담이 명확하지 않았던 조직을 △전략 △마케팅 △영업 △양조 등의 전문 부서 형태로 세분화시켰다. 조직이 커지면서 직원 수 역시 증가했다. 인수 직후 10여명에 불과했던 카브루의 직원 수는 현재 60여명이다.

이러한 체질 개선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말 기준 카브루의 매출은 101억원이다. 이는 진주햄에 인수된 다음 해인 2016년 말 41억원 대비 146%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이태원과 경리단 길에 국한됐던 판매처 역시 전국 단위로 늘어나 현재는 1400여개 보유하고 있다.

◇‘실무→대표’ 직보 가능한 소통 경영 구축

박 대표의 경영 스타일은 한 마디로 ‘소통’이다. 진주햄 입장에서 카브루는 계열사에 불과하지만 박 대표는 양사의 수장을 겸직하며 카브루의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

임직원과의 소통을 위해 그는 온오프라인 방식을 모두 활용하고 있다. 우선 온라인 소통의 경우 사내 메신저를 통해 실무진이 박 대표에게 직접 보고를 할 수 있다. 정식 절차도 존재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실무자가 대표에게 직접 지시를 받을 수도 있는 구조다. 메신저뿐만 아니라 이메일을 통해서도 업무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 있다.


매월 진행되는 임원진 회의도 직접 주재한다. 부서 단위의 실무진 회의도 참여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올 초부터는 월 3회 이상 출근해 현안을 챙기고 있다. 진주햄 서울사무소와 카브루 본사는 각각 강남구와 영등포구에 위치해 있다. 차로는 약 1시간 거리다. 이는 평소 사소한 일이라도 꼼꼼히 챙기는 박 대표의 진중한 셩격이 묻어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카브루의 경영에 있어 동생인 박경진 진주햄 대표이사 부사장의 도움도 받고 있다. 박 부사장은 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카브루의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카브루의 이사회는 2명의 사내이사와 1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되어 있다. 박 부사장이 경영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회사의 방향이나 전략에 조언을 할 수 있는 구조다. 동시에 형제 경영 또는 가족 경영으로 치우칠 수 있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사외이사 1명을 선임해 독립성도 높이고 있다.

카브루 관계자는 “진주햄이 축적한 사업 노하우는 생산과 유통 등 카브루가 고속 성장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됐다”며 “특히 빠른 의사 결정을 통한 업무 효율성 제고는 경영 선진화 측면에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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