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4월 06일 08시0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렸다. 뉴딜펀드 이야기다. 펀드 시장이 부진한 시기인데도 일주일만에 1500억원을 모두 팔았다. 의미 있는 행보다. 이쯤 되면 관제펀드라는 비판적 시각도 머쓱해진다.뉴딜펀드가 잘 팔린 이유는 뭘까. 가장 큰 배경은 정부가 밀어주는 펀드였기 때문이다. 증권사와 은행이 펀드 판매에 몸을 사리는 때에 정부의 보증수표가 붙은 펀드가 출시됐다. 잘 팔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시기도 좋았다. 고공행진하던 증시가 박스권에 갇힌 채 한 달이 지났다. 유동성이 넘치는 시기에 증시가 횡보하니 주식투자에 뛰어들었던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은 갈 곳을 잃었다. 역설적이게도 펀드 시장이 죽어있다는 점도 한몫을 했다.
완판의 뿌듯함만 느끼면 좋겠지만 뉴딜펀드의 흥행 이면에는 쓴맛이 남는다. '국민참여형' 펀드라는 이름에 맞지 않는 위험성과 배분 방식 때문이다.
한 수탁사 관계자는 "앞장에 특수목적법인(SPC)이 써 있으면 바로 덮죠. 앞장을 잘 넘어가도 사모사채며 메자닌이 나오면 또 덮습니다. 제안서 끝장까지 본 펀드는 받느냐고 하면, 그대로 돌려주는 일이 더 많습니다"라고 했다.
이 말에 따르면 뉴딜펀드의 제안서는 중간쯤 덮였어야 했다. 뉴딜펀드는 상장기업 주식을 포함해 비상장 기업 주식이나 메자닌 증권에도 투자하는 펀드다. 위험등급 1~2등급의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됐다.
고위험 상품임에도 안전하다는 인식이 박힌 이유는 펀드의 구조 때문이다. 뉴딜펀드는 손실보장형 펀드를 표방한다. 손실구간의 20%까지를 후순위투자자인 정부 자금으로 보장해준다는 게 골자다.
문제는 펀드 수익률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고위험 펀드는 특히 그렇다. 뉴딜펀드는 뉴딜 관련 중소·중견 기업에 절반 이상의 투자금을 넣어야 한다. 사실상 중소·중견 기업의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에 60~70%를 투입한다. 4년 동안 자금이 묶인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뉴딜펀드의 승기는 공모펀드와 사모펀드의 무덤 위에 꽂혔다. 뉴딜펀드가 펀드 시장의 마중물이 될지, 아니면 흔한 관제펀드로 남을지는 이제 운용 실력에 달렸다.
몇 가지 우려에도 뉴딜펀드의 성공을 바라는 이유는 뉴딜펀드의 후순위투자금이 세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 선정 과정이 치열하고 까다로웠다는 점은 위안으로 삼을 만 하다. 앞서 출시된 K뉴딜펀드의 뜨뜻미지근한 수익률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펀드의 성공 기준은 완판이 아닌 수익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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