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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딜펀드 '완판'의 뒷맛 [thebell note]

허인혜 기자공개 2021-04-08 08:06:24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6일 08시0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렸다. 뉴딜펀드 이야기다. 펀드 시장이 부진한 시기인데도 일주일만에 1500억원을 모두 팔았다. 의미 있는 행보다. 이쯤 되면 관제펀드라는 비판적 시각도 머쓱해진다.

뉴딜펀드가 잘 팔린 이유는 뭘까. 가장 큰 배경은 정부가 밀어주는 펀드였기 때문이다. 증권사와 은행이 펀드 판매에 몸을 사리는 때에 정부의 보증수표가 붙은 펀드가 출시됐다. 잘 팔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시기도 좋았다. 고공행진하던 증시가 박스권에 갇힌 채 한 달이 지났다. 유동성이 넘치는 시기에 증시가 횡보하니 주식투자에 뛰어들었던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은 갈 곳을 잃었다. 역설적이게도 펀드 시장이 죽어있다는 점도 한몫을 했다.

완판의 뿌듯함만 느끼면 좋겠지만 뉴딜펀드의 흥행 이면에는 쓴맛이 남는다. '국민참여형' 펀드라는 이름에 맞지 않는 위험성과 배분 방식 때문이다.

한 수탁사 관계자는 "앞장에 특수목적법인(SPC)이 써 있으면 바로 덮죠. 앞장을 잘 넘어가도 사모사채며 메자닌이 나오면 또 덮습니다. 제안서 끝장까지 본 펀드는 받느냐고 하면, 그대로 돌려주는 일이 더 많습니다"라고 했다.

이 말에 따르면 뉴딜펀드의 제안서는 중간쯤 덮였어야 했다. 뉴딜펀드는 상장기업 주식을 포함해 비상장 기업 주식이나 메자닌 증권에도 투자하는 펀드다. 위험등급 1~2등급의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됐다.

고위험 상품임에도 안전하다는 인식이 박힌 이유는 펀드의 구조 때문이다. 뉴딜펀드는 손실보장형 펀드를 표방한다. 손실구간의 20%까지를 후순위투자자인 정부 자금으로 보장해준다는 게 골자다.

문제는 펀드 수익률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고위험 펀드는 특히 그렇다. 뉴딜펀드는 뉴딜 관련 중소·중견 기업에 절반 이상의 투자금을 넣어야 한다. 사실상 중소·중견 기업의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에 60~70%를 투입한다. 4년 동안 자금이 묶인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뉴딜펀드의 승기는 공모펀드와 사모펀드의 무덤 위에 꽂혔다. 뉴딜펀드가 펀드 시장의 마중물이 될지, 아니면 흔한 관제펀드로 남을지는 이제 운용 실력에 달렸다.

몇 가지 우려에도 뉴딜펀드의 성공을 바라는 이유는 뉴딜펀드의 후순위투자금이 세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 선정 과정이 치열하고 까다로웠다는 점은 위안으로 삼을 만 하다. 앞서 출시된 K뉴딜펀드의 뜨뜻미지근한 수익률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펀드의 성공 기준은 완판이 아닌 수익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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