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4월 07일 07시5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TV에 등장하는 폭발물들은 꽤 시시하게 무력화된다. 눈 딱 감고 선 하나만 자르면 기적처럼 타이머가 멈추고 마니. 때론 김 빠지기 짝이 없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10년간 내 집처럼 편안하게, 10년 후 내 집 마련 더 가볍게.’ 예전 어떤 신도시에 걸렸던 LH의 홍보 슬로건이다. LH가 안고 있는 시한폭탄의 도화선이기도 하다.
10년 공공임대주택은 집 없는 저소득층을 지원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LH가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로 아파트를 빌려주고 10년의 기한이 끝나면 분양으로 돌려 개발이익을 거두는 방식이다. 세입자들은 우선분양권을 갖는다.
처음 입주가 이뤄진 게 2009년이니 이제 슬슬 분양이 본격화되는 시기다. 그런데 분양전환가격의 산정 방식이 갈등에 불을 붙였다. 5년 임대는 건설원가를 기준으로 하지만 10년 임대의 경우 감정평가금액을 초과할 수 없다고만 규정됐기 때문이다. LH는 이를 근거로 시세의 85~90% 수준에서 분양전환가를 정하고 있다.
그간 폭등한 집값을 감안하면 세입자들이 감당할 수 있을 리 없다. 공공임대 단지가 8개나 있는 판교에서 입주민들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달라며 LH를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선 것도 그래서다. 10년 사이 이 지역 아파트값은 3배나 올랐다.
주민들은 10년 공공임대가 들어선 목적이 주거안정인 만큼 분양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제도의 취지를 해친다고 주장 중이다. 당첨되면 계약도 하기 전에 청약통장 효력이 사라지는 데다 5년간 재당첨이 금지되는 등 사실상 이주가 힘들다는 점에서 일리가 있다.
반면 LH는 오랜 기간 평균보다 싼 임대료로 집을 빌려준 것만으로도 주거안정 효과를 봤다고 반박한다. 애초 산정 방식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는 입주민들의 지적과 달리 적법한 통보절차를 거쳤다는 입장이다.
시세보다 너무 낮게 분양가를 책정할 경우 형평성 이슈도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시시비비를 가리기 힘든 일이기도 하다. 문제는 지금 전무후무한 투기의혹으로 LH를 뒷받쳐줄 윤리적 기반이 죄다 무너져 간다는 점이다. LH에 공의(公義)와 선의(善意)가 있었다 한들 이제와서 누가 믿어줄까.
이미 서민들을 상대로 집장사를 한다는 비난여론이 파다한 상황이다. 여기에 10년 공공임대를 5년 만에 조기분양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자 LH 직원들이 미리 알고 무더기로 입주했다는 의심마저 받고 있다.
분양전환을 앞둔 물량만 9만가구가 넘는데 이제 차례로 터질 일만 남은 폭탄과 다름없는 셈이다. 붉은색 와이어같은 영화적 클리셰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고, 후폭풍의 파편을 막아내기엔 LH의 방패 역시 견고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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