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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사분석]한화건설, 저금리 녹색채권 도전…실리·명예 다 잡을까23일 수요예측, 총 800억 규모…이라크사업 변수

이지혜 기자공개 2021-04-23 13:02:37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2일 08: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건설이 사상 처음으로 녹색채권을 발행한다. 최근 ‘그린 디벨로퍼’로 도약하겠다는 경영방침을 세운 데 따른 것이다. 그룹 경영기조와 무관치 않다. ㈜한화도 SRI채권(사회책임투자채권, ESG채권)을 발행하기로 했고 그룹 금융계열사도 탈석탄 투자를 선언했다.

한화건설이 이번 공모채를 녹색채권으로 발행함으로써 의미와 함께 금리 인하효과도 함께 누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공모채를 발행하면서 한화건설은 개별민평금리가 치솟았는데 이를 다시 낮추려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라크사업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라크사업은 한화건설의 전체 수주잔고에서 적잖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라크사업은 2017년 이후 정상화 기조를 보이며 한화건설의 실적성장에 힘을 보탰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다시 고전할 가능성이 생겼다.

◇두 달 만의 공모채, 개별민평 인하 목표?

한화건설이 공모채를 발행하기 위해 23일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모집금액은 2년물 300억원, 3년물 500억원 등 모두 800억원이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1600억원으로 증액 발행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발행일은 30일이다. 대표주관사는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다.

한화건설은 공모희망금리밴드를 등급민평금리로 제시했다. 2012년부터 올해까지 공모채 시장에서 꾸준히 자금을 조달해왔던 한화건설이다. 이에 따라 민간채권평가회사 4사(한국자산평가㈜, 키스채권평가㈜, 나이스피앤아이㈜, ㈜에프앤자산평가)는 한화건설의 2년물과 3년물 개별민평금리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화건설이 등급민평을 희망금리밴드로 제시한 데는 개별민평금리를 낮추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파악된다. 민간채권평가 4사에 따르면 19일 기준 한화건설의 개별민평금리 산술평균은 2년물이 2.41%, 3년물이 3.1%다. A- 등급민평금리와 30~60bp가량 차이가 난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최근 건설사 공모채를 향한 투자심리가 우호적”이라며 “개별민평금리를 기준으로 제시하면 시장과 괴리가 클 것으로 보여 등급민평금리를 기준으로 제시했다”고 말했다.

한화건설은 지난해 공모채 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신용도가 A-로 상승한 데 따른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지난해 5월 공모채 발행 당시 단 한 건의 투자수요도 확보하지 못하면서 미매각을 기록한 것은 물론 개별민평금리까지 높아졌다.

◇이라크사업 공정 지연 '변수'

한화건설은 2019년 말 신용등급이 BBB+에서 A-로 높아졌다. 주택사업 호조에 따른 영업수익성 개선, 이라크 사업의 공사대금 회수 여건 개선 등 덕분이다. 주택사업은 지금도 한화건설의 수익성과 사업안정성을 지지하고 있다. 한화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순위 11위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주요 현장에서 분양실적도 우수하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분양실적이 좋은 주택현장을 다소 확보한 덕분에 안정적 수준의 이익을 당분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라크 사업이 다시 발목을 붙잡았다. 이라크 사업은 이라크 재건사업의 일환으로 10만 세대 규모의 신도시(80억 달러 규모), 사회 인프라(21억 달러 규모) 건설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라크 사업은 한화건설 수주잔고에서 40~5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이라크사업은 내전 격화로 공정이 지연돼 한화건설의 골칫거리였지만 2017년 종전, 유가상승에 따른 이라크 정부의 재정 회복으로 사업이 정상화했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다. 이라크 정부의 재정이 악화하면서 공정이 다시 지연됐다.

한화건설은 투입인력 규모를 줄이는 등 공정속도를 조절하고 있지만 공정지연이 장기화하면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라크사업의 공사대금 회수가 지연되면서 공사미수금, 미청구공사 등 2020년 기성채권 규모가 2018년 말보다 4배 증가했다”며 “당분간 공사대금 회수 지연에 따른 과중한 운전자본부담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건설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에서 모두 신용등급을 획득했는데 세 신용평가사 모두 이라크사업을 신용등급 하향 조정 요인으로 제시했다.

◇사상 첫 녹색채권, 의미 잡을까

한화건설의 이번 공모채는 개별민평금리 인하 외에도 의미가 깊다. 처음으로 발행하는 녹색채권이라서다. 한화건설은 이번 공모채 중 3년물 500억원을 녹색채권으로 발행하기로 했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녹색채권 발행규모는 1300억원으로 확대될 수 있다.

한화건설은 한국기업평가에서 녹색채권 인증평가를 받아 최고등급인 G1을 획득했다. 한국기업평가는 “한화건설이 조달자금을 적격 녹색프로젝트에 모두 투입한다”며 “프로젝트의 평가와 선정, 조달자금 관리와 사후보고 등 프로세스가 매우 우수하다”고 밝혔다.

증액 발행하지 않으면 한화건설은 서울역 북부역세권, 대전역세권 복합개발 사업 등 친환경 건축물 건설사업에만 자금을 투입한다. 이 사업은 향후 친환경건축물 인증을 획득할 예정이라는 점에서 적격 녹색 프로젝트로 인정을 받았다.

1300억원으로 증액발행하면 710억원은 친환경건축물, 254억원은 하수처리장, 336억원은 친환경 운송수단사업에 투입하기로 했다. 대전하수처리장 시설현대화, 양주시 광적하수도시설 건설, 신분당선(용산~강남) 복선전철 민간투자사업 1-1 공구사업 등에 조달자금이 쓰인다.

또 조달자금을 별도 ESG계좌를 통해 관리함으로써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자금이 소진될 때까지 한화건설은 해마다 사후보고를 진행해 한국기업평가에서 인증평가를 받는다.

한화건설의 이번 녹색채권은 그린 디벨로퍼로 성장하겠다는 경영방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광호 한화건설 대표이사는 올해 4월 친환경 에너지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특히 풍력발전사업과 수처리분야 등 환경사업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공모채를 증액발행하면 수처리분야 강화 방침과 자금사용 목적이 맞닿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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