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4월 26일 07시4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프라이싱(가격 결정)이요? 중요한 역할이긴 하지만 지금 과연 의미가 있을까요. 일단 돈(수익)부터 먼저 벌어야죠”최근 공모주 상품(하이일드펀드, 코스닥벤처펀드 등) 관련 취재를 하다보면 운용사 실무자로부터 자주 듣는 반응이다. 수요예측 핵심 참여자인 운용사 스탠스는 대동소이하다. 홀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가격 등을 고집하면 물량은 한 주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공모주 시장은 '역대급'이란 수식어가 부족할 정도로 활황이다. 통상 상승과 하락장이 번갈아 반복됐고 변곡점이 오는 시기는 1년을 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 바통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현재 흐름이면 꺼지지 않고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먹거리 기근에 시달리는 운용사들은 '올인' 베팅 전략으로 일관한다. 자금력을 떠나 최대치를 주문한다. 관행이라고 치부하기엔 유례없는 활황장과 운용사 올인 전략에 프라이싱 과정은 생략되고 거품만 가중되는 현상이 올해 유독 심화하고 있다.
물량의 절반을 책임지는 운용사(펀드, 고유 등)의 행보를 쓴 웃음만 짓고 넘길 일일까. 어영부영 용인될 문제가 아니다. 운용사 등 수요예측 참가자는 공모주 물량의 60~80%를 받는다. 이들에게 많은 물량을 준 특권은 투자수익을 통해 돈을 벌라는 이유가 아니다.
운용사 등 공모주 투자 기관의 핵심 역할은 프라이싱이다. 소위 전문가 집단의 가격 책정을 통해 시장과 개인투자자들에게 합리적 가격을 제시하기 위해 ‘물량 배정’이란 혜택을 줬다. 지금은 역할은 없고 오롯이 권리만 챙긴다. 명백하게 주객이 전도됐다.
진짜 문제는 활황이 끝나고 거품이 꺼지면 결국 모든 부메랑과 역풍은 리테일, 즉 개인투자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기관은 보호예수를 감안하더라도 상장 후 나오면 그만이다. 대부분 막대한 수익 후 엑시트다. 거품 낀 주식은 결국 개인 사이에서 머물다 터진다.
개인투자자들은 소수의 '재야 고수'를 제외하면 치밀한 분석보다 시장 기류에 휩쓸려 투자한다. 기관에서 나온 가격에 투자를 하다보니 전문가 집단의 판단과 선택을 추종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보통 기관 경쟁률이 개인청약 결과로 이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장 평가나 열기도 밸류에이션 상승의 잠재력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잠재적 요인을 기관들이 수익창출이라는 목적으로 부추기고 조장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가격 산정이란 본연의 역할을 외면하는 운용사들의 행태가 도를 넘어도 한창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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