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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상사의 재도약 도전기]LG상사 '1등 DNA' 새겨질까②상사업계 만년 3위 '도약' 절실...LX 분리 후 7개 사업목적 추가 '눈길'

박상희 기자공개 2021-05-24 13:12:08

[편집자주]

수출로 먹고 살던 시절 '무역 첨병'으로 불린 종합상사의 위상은 '과거의 영광'이 됐다. 자원개발, 식량산업, 발전사업 등으로 사업다각화에 나섰지만 몇년째 실적과 수익성은 정체기에 빠져 있다. 와중에 상사를 중심으로 하는 대기업집단이 2곳이나 출범했다. LG상사를 중심으로 계열분리하는 LX그룹과 현대종합상사를 핵심 계열사로 분리독립한 현대코퍼레이션그룹이 주인공이다. 종합상사의 변신과 비전, 그리고 과제를 종합적으로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5월 20일 14: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상사는 2017년 이전까지 LG그룹 계열회사로 편입되지 않았다. '구씨 가족회사'로 불린 LG상사는 10년 간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됐다. 이 기간 LG상사의 경영 성적은 'B+'라는게 업계 중론이다. 자산이나 매출 기준 종합상사업계 중상위 성적을 유지하는데 만족했다.

‘구본준의 때’가 오기를 기다린 것일까. LG상사는 올 정기 주총에서 구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던 2009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사업 목적을 추가하기 위해 정관을 변경했다. 구 회장은 최근 LX그룹 출범사에서 '1등 DNA'를 언급했다. '만년 3등'이었던 LG상사의 경영 성적은 1등 DNA와는 거리가 있었다. 과연 1등 DNA는 LG상사에 새겨질 수 있을까.

◇구본준 출범사 '1등 DNA' 언급...LG상사 세계 개척 강조

LX홀딩스 출범에 따라 LG상사,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 LG MMA가 자회사로, LG상사의 자회사 판토스가 손회사로 편입됐다. 5개사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16조248억원, 영업이익은 4025억원이다. LX홀딩스를 포함한 자산총액(공정자산)은 8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핵심 계열사인 LG상사(자회사 판토스 포함)의 매출액은 11조2826억원으로, 그룹 전체 매출의 70%에 달한다. LG상사 영업이익은 1598억원으로 전체 그룹사 영업이익의 39%에 해당한다. LG상사가 LX그룹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중요성을 가늠할 수 있다.

구 회장은 LX홀딩스 출범사를 통해 "우리 안에는 '1등 DNA'가 있다"면서 "국내 팹리스와 인테리어 자재, MMA, 포워딩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팹리스는 반도체 설계 기업인 실리콘웍스를 지칭한다. 실리콘웍스는 지난해 국내 팹리스 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인테리어자재는 LG하우시스를, MMA는 국내 MMA(메틸메타크릴레이트) 시장 1위 기업인 LG MMA를 의미한다. 포워딩 사업은 물류 자회사인 판토스를 가리킨다.

구 회장은 "세계를 무대로 한 개척정신이 자리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룹 신사업의 첨병으로 자리잡을 LG상사를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LG상사는 상사업계에서 자산으로든 매출으로든 상사업계 1위를 해본 적이 없다. 종합상사 1위는 수십년 간 포스코인터내셔널(옛 대우인터내셔널)이 차지하고 있다.

LG상사의 성적은 만년 3위 수준이다. 국내 종합상사의 매출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발발하기 이전인 2019년 기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24조4226억원(7대 종합상사 내 매출비중 36.3%)으로 가장 크다. 삼성물산(상사부문)이 13조 8617억원(매출비중 20.6%)이 뒤를 잇고 있다. LG상사는 10조 5309억원(매출비중 15.7%)으로 3위다.

LG상사는 구 회장이 LG전자로 이동한 2011년 기준 자산 1조3986억원에서 2020년말 기준 5조3959억원으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4조9410억원에서 11조2826억원으로 증가했다. LG상사도 덩치를 키웠고 외형 성장을 이뤄냈지만 상사업계 순위를 뒤바꿀 정도는 아니었다. 달리 말하면 LG상사는 '구본준이 없는' 10여 년간 안정에 방점을 둔 경영을 해왔다는 의미다.

출처: LG상사, 코로나19 발발 이전 2019년 기준

◇LG전자·화학 등 LG그룹 계열사 물량 의존도 축소 과제

LG상사는 구 회장을 최대주주(3.01%)로 하는 구씨 일가 가족 기업 체제를 2016년까지 유지했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대주주 지분율은 27.62%였다. 2017년 구 회장을 비롯한 구씨 일가가 보유 지분을 ㈜LG에 넘기면서 LG상사도 LG그룹 계열사로 편입된다.

구 회장은 LG상사 개인 최대주주 위치에 오른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대표이사 부회장을 지냈다. 이후 구 회장은 LG상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 구 회장은 물론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구씨 일가도 마찬가지였다. LX관계자는 "구본준 회장이 2011년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이후 구씨 일가가 LG상사 이사회 일원으로 참여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LG 임원은 LG상사가 2017년 LG그룹 계열사로 편입되기 이전에도 꾸준히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조준호 대표이사, 하현회 전 대표이사 등이 ㈜LG CEO 재직 당시 LG상사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는 LG상사의 사업구조와 무관치 않다. 상사의 기본은 무역인데, LG상사의 경우 총매출의 대부분이 전자·화학 등 계열사 관련 거래에서 발생한다. 한국전력 및 지에스이앤알(옛 STX에너지) 등을 주요 고정거래처를 확보하고 있지만 LG상사의 트레이딩 상품 포트폴리오 가운데 LG그룹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2015년 물류회사인 판토스를 인수하기 이전까지 집중도는 더 높았다. 2014년 11조3721억원의 전체 매출 가운데 8조1869억원이 산업재부문에서 나왔다. 자원·원자재부문은 3조1852억원에 그쳤다.

산업재부문은 국내를 포함한 세계 각 지역의 전기·전자 부품, 석유화학, 철강, 기계 등의 제품을 수출입, 삼국간 판매하는 무역 중계 중심의 사업과 화공 플랜트, 발전 플랜트 등 각종 플랜트 및 인프라 시설에 대해 투자 개발 건설을 진행하는 프로젝트 사업을 포함한다.

판토스 인수 이후 산업재부문은 산업재·솔루션부문으로 이름을 바꿔 달았지만 영위하는 사업은 변화가 없다. 주요 석유화학제품 및 전기·전자부품 등의 제품 수출입 및 삼국간 판매를 담당한다. 지난해 전체 매출 11조2826억원 가운데 산업재·솔루션부문 매출은 5조3258억원으로 절반에 달했다.

구 회장은 LX홀딩스 출범사를 "앞으로 우리가 가진 '1등 DNA'를 LX 전체에 뿌리 내리자"고 말하며 마무리했다. LG상사 역시 다른 계열사처럼 업계 1위가 돼야 한단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전처럼 LG그룹 계열 물량에 의존하는 사업 구조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LG상사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12년 만에 사업목적을 추가를 위한 정관 변경을 의결했다. △친환경 사업 추진을 위한 폐기물 수집 및 운송·처리시설 설치 및 운영 △디지털경제 확산에 따른 전자상거래·디지털콘텐츠·플랫폼 등 개발 및 운영 △헬스케어 사업 추진을 위한 의료검사·분석 및 진단 서비스업 등 7개 분야를 사업목적으로 추가했다. LG상사는 2009년 신재생에너지를 사업목적에 추가해 사업영역을 확장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LG그룹에 별도 상사나 물류회사가 없기 때문에 LG그룹 계열사향 LG상사의 매출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구본준 회장의 1등 DNA 언급은 LG그룹 그림자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사업을 키워야 한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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