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수협 신경분리의 현주소 [thebell desk]

김장환 금융부장공개 2021-05-27 07:33:42

이 기사는 2021년 05월 24일 07: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협은행은 지난해 예상치 못했던 경영진 변화를 겪었다. 연임이 유력했던 이동빈 수협은행장이 지난해 9월 전격 사임했다. 3년 임기를 마친 후 이사회 등 안팎에서 연임 권유를 받았고 본인이 'OK'만 하면 충분히 연임할 수 있었다는 게 지인들의 말이다. 하지만 받아들이지 않고 은행을 떠났다.

많은 이들이 욕심을 내는 '행장' 자리를 서둘러 떠난 이유는 뭘까. 수협중앙회의 과도한 경영개입 스트레스가 컸다는 게 주변인들의 말이다.

이 행장은 3년간 많은 성과를 내왔지만 RAROC 하락 등 수익 성과는 그닥 좋지 않았다. 자본적정성을 우선시한 영향이었는데 수협중앙회는 이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속된 말로 "돈 벌이에만 집중하라"는 게 수협중앙회의 요구였다. 은행의 미래보다 자신들의 공적자금상환을 위한 배당금을 늘리는데 집중하라는 압박이었다.

수협중앙회는 2028년까지 수천억원대 공적자금을 상환해야 하는 미션을 안고 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로 휘청이면서 정부로부터 1조1518억원대 달하는 자금을 빌렸다. 5년 전부터 상환을 시작해 남은 금액은 8500억원 가량이다.

돈을 빌린 주체는 수협중앙회인데 상환은 수협은행이 책임지는 기형적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 2016년 수협중앙회의 신용사업부문을 분리해 수협은행이 탄생한 영향이다.

수협중앙회는 매년 수협은행으로부터 받은 배당금으로 이를 갚기로 했다. 신경분리 후 별도 경제사업도 영위하고 있지만 "공적자금 상환은 수협은행 몫"이란 논리만 펼치고 있다.

문제는 수협중앙회가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어려울 정도로 수협은행을 옥죄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은행 출신으로 행장에 올랐던 이 행장은 그나마 가림막 역할을 해줬는데 내부 출신인 김진균 현 행장이 지난해 11월 등판한 이후에는 그 압력이 필터링 없이 내려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올해 실시한 경비 축소다. 김 행장은 올 들어 본점은 70%, 대다수 영업점은 50% 넘는 경비 감축 지시를 내렸다. 수협중앙회의 요구에 따른 일이다.

영업 일선에선 비명이 터져나오고 있다. 과도한 경비 축소로 정상적인 대출 영업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마케팅비에 소모품, 유류비뿐 아니라 식비마저 쓸 수가 없는데 사무실에만 앉아 있어야지 영업을 할 수 있겠느냐"란 게 수협은행 관계자의 말이다.

수협중앙회는 수협은행을 옥죄면서도 자체적인 공적자금 상환 노력은 별로 기울이지 않는 모양새다. 심지어 상환액을 줄여달라는 요구까지 하고 있다. 어업인 지원을 원활히 하려면 세금감면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펼친다. 실질적으로는 1조원 넘는 혈세로 지원한 공적자금의 이자를 없애달라는 요구다.

이 같은 논리를 만든 건 2015년 부임한 김임원 전 수협중앙회장이다. 해양수산부와 한국세법학회를 등에 업고 세금감면 주장을 처음 내놨다. 임준택 현 회장이 이를 이어받아 논리를 완성시켜뒀다. 받아들여진다면 상당수 혈세를 돌려받을 수 없다.

그런데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수익사업 계획을 세워놓고 있으면서도 이 같은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는 게 의문이다. 돈 갚는 게 어렵다는 수협중앙회는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들여 옛 노량진수산시장 부지의 복합 개발 사업을 할 예정이다.

부지가치만 최소 5800억원, 이익추정치는 1조원에 달하는 사업이다. 사실 부지만 팔아도 남은 공적자금을 대다수 갚을 수 있지만 그럴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그러면서도 공적자금 상환 책임은 모두 수협은행에만 떠넘기고 있다.

5년여 전 신경분리가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만 해도 "경영에서 아예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해도 상당 부분에서 독립이 이뤄질 것"이라던 수협은행(당시 이원태 행장)의 외침은 이제 공허하게 느껴질 뿐이다. 수협중앙회의 빚을 갚은 도구로 전락한 셈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