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ESG 경영의 역설, ㈜한진 택배 수익성 '비상' 원가 부담 증가로 33억 손실, 단가 인상·운영 효율화로 적자 탈출 '안간힘'

유수진 기자공개 2021-05-31 09:18:03

이 기사는 2021년 05월 27일 14: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종합물류기업 ㈜한진의 수익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현재 영위 중인 7개 사업 가운데 매출 기여도가 가장 높은 택배부문이 1분기 적자전환했다. 택배사업 적자는 최근 수년간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다. 되레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비대면 거래와 이커머스 시장이 크게 확대되며 실적 성장을 견인했던 부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경영 강화 차원에서 실시한 택배 분류인력 투입 등으로 원가 부담이 증가한 영향이다. 기존에 없던 비용이 추가되며 수익성을 끌어내렸다. 문제는 비용 성격상 이번 한번으로 끝나는 일회성 이슈가 아니라는 점이다. 당장 2분기에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한진 택배부문 실적 추이. <출처:㈜한진>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한진은 올 1분기 택배사업에서 매출액 2461억원, 영업손실 33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매출은 5.4% 늘었으나 영업손익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택배에서 적자가 난 건 분기보고서 등을 통해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기 시작한 2013년 말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택배부문의 부진은 전체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지난해 매출 기여도가 45%에 달할 정도로 덩치가 큰 주력 사업이기 때문이다. ㈜한진의 1분기 매출은 5536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54억원에서 136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물류와 글로벌부문의 영업익이 각각 12%, 43% 개선됐지만 택배의 부진을 상쇄하진 못했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도 4.73%에서 2.46%로 급락했다.


코로나19 확산 이래 지속되고 있는 물동량 증가세에도 손실을 낸 건 원가 부담이 크게 가중된 영향이다. 작년 말 불거진 택배기사 과로 이슈에 대응하고자 분류인력을 투입하고 택배기사 산재보험 가입 등 처우 개선에 나선 결과다. 손익계산서상 급여가 포함되는 매출원가와 판관비 모두 전년보다 6%, 9% 늘었다. 간선임시편 계약요율을 3% 인상하고 조업단가를 일부 올리며 변동비도 증가했다.

회사 측은 연간 분류인력 투입에 120억원, 산재보험에 40억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2분기와 그 이후에도 관련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된다는 의미다. 별도의 수익성 개선 작업을 진행하지 않으면 또 다시 적자가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한진은 작년 10월 택배기사 사망 사건이 발생하자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코로나19로 인한 물량 급증으로 택배기사들의 업무가 과중됐는데 기업이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 여론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때 약속한 대책이 분류 지원인력 1000명 투입과 터미널 자동화를 위한 투자 확대, 산재보험 가입·건강검진 등 건강보호 조치 등이다. 특히 업무 경감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분류인력 투입에 따른 비용을 전액 회사가 부담하기로 했다. 해당 조치의 결과가 올 1분기부터 손익에 반영되며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이는 한진그룹이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ESG경영 확대 움직임에 발을 맞추는 차원이기도 하다. 근로자 처우는 '사회책임(S)' 항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앞서 대한항공이 작년 8월 그룹사 중 가장 먼저 이사회 산하에 있던 거버넌스위원회를 ESG위원회로 확대 개편했고 ㈜한진도 올 초 같은 작업을 진행했다. 지주사 한진칼도 지난달 동참(ESG경영위원회)했다.

회사 측은 택배 단가 인상으로 대응해 가겠단 계획이다. 2분기 중 개인택배 운임을 인상하고 저수익 고객 중심의 단가인상을 추진한다. 또한 동서울 허브터미널 증설로 일(日) 처리 물량이 40만 박스에서 70만 박스로 증가한 만큼 원가 절감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진 관계자는 "분류인력 투입 비용 등은 연간 비용이라 2~4분기에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1분기 만큼은 아닐 수 있다"며 "2분기부터 시행하는 단가 인상과 운영 효율화도 택배 실적 개선에 플러스(+)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