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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쭐 시대'와 국민연금의 ESG 행보 [thebell note]

오찬미 기자공개 2021-06-03 09:31:07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1일 0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착한 소비가 점차 트랜드가 되고 있다. 올 초 한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가 형편이 어려운 형제에게 공짜로 치킨을 대접한 사연이 알려지자 '돈쭐'내주자는 운동이 일었다. 돈으로 혼쭐을 낸다는 의미의 행동이 강하게 일어나면서 해당 프렌차이즈점에는 치킨 주문이 쇄도했다.

반면 '갑질'사태와 구설 등에 오른 기업들은 한순간에 존속의 위협을 겪었다. 대리점 갑질 사태, 불가리스 코로나19 예방 주장 등으로 소비자에 '혼쭐'이 난 국내 2위 유제품 기업 남양유업은 결국 경영권을 사모펀드(PEF)에 매각하는 것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이런 현상은 몇몇 기업이나 사례에 국한되지 않는다. 선진 시장에서는 이미 윤리적 가치를 표방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뉴노멀’로 자리잡았다. 미국과 유럽의 대다수 '큰손'들은 ESG 기준에 미달하는 곳에 대해 투자를 금지하는 내용을 원칙으로 삼았다. ESG 가치를 지키지 않는 기업은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는 방식의 네거티브 스크리닝을 일찍부터 도입했다.

이런 점에서 국민연금이 최근 '탈석탄'을 선언하고 석탄 산업에 대해 네거티브 스크리닝을 도입하기로 한 점은 고무적이다. 윤리적인 행위에는 비용이 따르기에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체질 개선을 도모하기 힘들다. 실제 국내 석탄 기반 기업들은 사업 전반을 재편하는데 다소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소비자가 비윤리적 기업을 혼쭐 냈듯이 국민연금은 ESG 기준에 미흡한 석탄 기반 기업들의 투자를 거두겠다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당장 비용과 사업 재편을 해야하는 기업에게는 냉혹한 처사로 비칠 것이다. 그러나 한 번쯤 겪어야 할 과제라면 빠르게 글로벌 수준으로 '캐치업(Catch up)' 하는게 더 실리적이다. 그래야 해외자금을 유치하고 글로벌 경쟁력까지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ESG 모범생인 착한기업에 대해서는 내년까지 전체 자산의 절반을 투자하는 '돈쭐'을 계획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행보에 따라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걸맞는 ESG 구축에 한층 박차를 가할 것은 분명하다.

"돈을 마음껏 벌라. 그렇지만 네 양심과 이웃의 건강과 재산을 해치면서까지 벌지는 말라" 윤리투자의 시초가 된 감리교의 창시자 존 웨슬리가 '돈의 사용법'에 대해 한 말이다. 착한 기업, 착한 투자자까지 되기 어렵다면 나쁜 기업, 나쁜 투자자만큼은 피하는게 맞다. 그게 ESG 시대를 살아가는 경제구성원의 지혜다. 국민연금을 필두로 국내 연기금, 기관투자자들이 앞장서 국내 경제에 ESG 색채를 입히는 노력을 더 강화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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