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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온도, 정상인가 37.5도 이상인가? [WM라운지]

조성식 미래에셋생명 자산운용부문대표공개 2021-06-18 08:00:12
코로나 시대의 일상은 온도측정에서 시작된다. 평일에 회사에 출근할 때도 주말에 백화점 주차장에 들어갈 때도 통과해야 할 첫번째 관문은 정상인지, 37.5도 이상 인지다.

오르지 않은 것이 없다. 달걀, 대파에서부터 철근, 구리, 목재 등 건축자재, 컨테이너 운임, 그리고 주가와 집값까지. 우리가 느끼는 물가상승 또는 인플레이션은 발표된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한참 앞선다. 체감하는 자산가격은 상식수준을 넘어선 지 상당히 되었지만 이런 추세를 정상으로 돌리는데 필요한 정책은 여러 이유로 선뜻 꺼내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로 어려워진 일자리와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각국은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실업급여나 재난지원금의 형식으로 직접 지원하기도 하고 채권매입을 통해 현금을 공급하기도 했는데 이 모든 과정의 기본은 낮은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자산가격의 상승은 소비진작으로 이어지는 순기능이 있다.

하지만 이 달콤함에 취해 있다가는 경제의 건강을 잃어버릴 위험 또한 높아진다. 인플레이션의 역습이 그것이다. 그저 그런 인플레이션이 아닌 초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한동안 시장 참가자들에 회자되었다. 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석유를 비롯한 커머디티 가격도 천정을 뚫을 기세로 올랐던 시절이다.

마치 태풍이 지나간 것처럼 코로나가 할퀴고 간 피해의 흔적들을 치유하는데 동원되었던 각종 중장비들을 거두고 정리하는 일이 남겨졌다. 어려운 시기를 잘 견디고 복구하는데 큰 힘이 되어 준 중앙은행과 이에 화답한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이 최대한 우아하고 질서있게 퇴장하는데 온 신경이 집중되어 있는 듯하다. 자칫 금리를 올리는 과정이 거칠게 느껴진다면 주식시장에 투자되어있는 퇴직연금 수급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택가격 조정은 건설경기와 금융기관에도 좋지 않으며 애써 일으킨 소비심리를 차갑게 식힐 수 있다는 점을 정책당국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인플레이션 예측을 잘 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라기 보다 어떻게 정책당국이 그려 놓은 이상적인 상태로 시장을 설득하고 인도할 수 있느냐가 더 본질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6월 5일 G7 재무장관 회의에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사회적 관점에서 도움이 된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2% 정도의 인플레이션과 현재보다 다소 높은 금리수준은 지속가능한 환경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는 인식이다. 시장이 이에 공감하고 질서있게 이를 반영해 주기를 희망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의 단기적 인플레이션 현상은 한시적이라는 논리를 뒷받침해주는 과거의 몇가지 사례들이 있다. 2008년 금융위기의 끝자락에서 커머디티 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기우로 판명되었던 것도 그 중 하나다. 유가가 140달러를 넘고 금을 비롯 비철금속까지 상승으로 치달을 때 한편에선 심해에서 새로운 유정을 찾고 모래와 암반에 갖혀있는 원유를 뽑아내는 기술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리오틴토를 비롯한 세계적인 광산업체들도 활발히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던 것이 커머디티 버블의 끝을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현상이 7월부터 서서히 풀려 나갈 것이라는 뉴스는 지난 2008년 커머디티 버블의 끝을 보는 또 다른 데자뷰 같다.

미국의 실업급여 지원이 8월로 끝나고 아이들이 학교로 복귀하는 가을에는 더 많은 미국인들이 일자리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4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에 무려 0.6%나 기여했던 중고차가격의 상승도 신차공급에 숨통이 트이면 멈출 것이라는 것이 합리적 예상이다. 이 모든 추론은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며 시간이 지나면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뒷받침한다. 이에 더해 과거 40년 동안 싸워왔던 디플레이션으로 복귀하기 보다는 적당한 2% 정도의 인플레이션 하에서, 그에 걸맞는 장기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더나은 미래를 위해 선호된다는 미국 정책입안자의 결론으로 귀결된다.

적정한 금리는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연기금 및 보험회사에도 중요하다는 생각 또한 함의 되어 있다. 많은 연금수령자들의 수익은 채권자산의 수익률에 연동되어 있어, 장기적으로 적정한 금리가 유지되는 것은 중요하다. 금리상승과 주식, 채권 자산가격의 급격한 조정을 우려하는 시장참여자들에 대해 완만하고 적정한 수준의 금리상승을 질서 있게 받아들이자는 중요한 메세지의 축이기도 하다.

이처럼 주류 정책입안자의 논리에 다른 의견을 가진 경제학자도 있다. 이제 지난 40년간의 디플레이션은 막을 내리고 있으며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인플레이션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논리가 그것이다. 런던정경대 교수인 찰스 굿하트는 전세계적인 생산 가능인구의 감소가 그동안 디플레이션 수출국 역할을 했던 중국의 지위를 반전시킴으로써 구조적인 인플레이션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논리를 설파하고 있다. 유소년과 노령층은 소비자로서 인플레이션 유발의 역할을 하는데, 반대편에서 디플레이션 유발 역할을 하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있어 앞으로 구조적 인플레이션 시대는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물론 기술의 발전, 자동화, 가속화되는 이커머스현상, 늘어나는 정년 등 간섭요인 또한 존재한다.

우리가 맞이할 인플레이션의 온도가 36.5도에서 37.5도 사이에 머무를 것인지 그 이상의 영역으로 벗어날 것인지에 대해 고려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들에 대해 논해 보았다. 인플레이션은 정책입안자들의 희망과 논리대로 향후 1~2년간 관리될 확률이 높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37.5도를 넘어가는 상황이 온다면 어떤 조건에서 올 수 있을 지에 대해 미리 생각해 보는 것도 중요한 일임에는 분명하다. 글로벌라이제이션의 후퇴, 패권경쟁에 따른 중국의 세계의 공장 역할의 축소, 전세계적인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추이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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