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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익편취' 규제에 놀란 아모레, 지배구조 바꿨다 전 계열사 '사정권', 퍼시픽글라스 매각 '코스비전·에스트라' 소유 재배치

최은진 기자공개 2021-06-23 08:07:33

이 기사는 2021년 06월 22일 13: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갑작스레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일부 계열사를 매각하고 지배력을 지주사 아모레G에서 아모레퍼시픽으로 변경하는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말부터 강화된 사익편취 규제가 시행되는 데 따른 선제적 조치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지주사 아모레G가 지배력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전 계열사들이 사익편취 사정권에 들어섰다. 그룹 일감으로 키운 몸집을 규제와 맞물려 다시 축소하고 나선 셈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최근 공시를 통해 아모레G의 종속기업인 에스트라를 아모레퍼시픽으로 흡수합병 시킨다고 밝혔다. 에스트라의 지분 100%를 보유한 아모레G가 아모레퍼시픽의 신주를 받는 형태로 합병이 진행된다.

아모레G의 또 다른 종속기업 코스비전도 아모레퍼시픽 종속기업으로 이전된다. 아모레G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로 역시 아모레퍼시픽의 신주를 배정받는 주식교환으로 지배력을 이전했다.

앞서 올해 초 아모레G는 지분 100%를 보유한 종속기업 퍼시픽글라스의 지분 60%를 외부에 매각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아모레G가 보유한 국내 종속기업은 11곳에서 8곳으로 줄었다. 이 가운데 1곳은 외부에 매각했다. 남은 2곳은 아모레퍼시픽 종속기업인 아모레G의 손자회사로 배치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경쟁력과 계열사간 시너지를 높이는 차원의 의사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면에는 다른 포석도 깔려 있다. 공정거래 규제를 피하기 위한 과감한 결단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해 올해 말 시행 예정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안'에는 강화된 사익편취 규제가 담겨있다. 지금까지 총수일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내부거래만 규제했지만 앞으로는 총수일가가 보유한 기업이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한 자회사까지 규제대상이 된다.

규제 대상에는 계열사를 지배하는 지주사도 포함된다. 오너일가가 지주사 지분 20% 이상 보유하고 있고 지주사가 계열사 지분 50% 이상을 확보하고 있으면 전 계열사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된다.


대규모 기업집단 5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여기에 해당된다. 지주사 아모레G를 모기업으로 계열사들이 수직계열화 돼 있다. 서 회장은 지주사 아모레G와 핵심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 두회사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각각 보유하고 있는 지분율은 53.78%, 10.72%다.

서 회장이 아모레G의 지분율 20% 이상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아모레G가 지분율 50% 이상 보유한 계열사는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된다. 반면 20% 미만 지분율을 보유한 아모레퍼시픽이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종속기업은 사익편취 대상이 되지 않는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을 줄이기 위해 내부거래가 많은 계열사는 아모레G가 아닌 아모레퍼시픽 산하로 지배력을 바꿀 필요가 있는 셈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그간 핵심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을 통해 매출을 올리는 방식으로 몸집을 키웠다. 예를들어 퍼시픽글라스과 퍼시픽패키지의 경우 아모레퍼시픽 등 브랜드 계열사의 화장품 용기 및 포장재를 만들었다. 코스비전 및 아스트라의 경우에는 화장품 제조사로 OEM 사업을 담당했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이 이들 계열사에 집행한 매입비용만 총 1900억원에 달한다. 이들 계열사들의 매출이 9800억원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 20%가 아모레퍼시픽으로부터 창출됐다.

올들어 지배력을 변경하거나 지분매각에 나선 퍼시픽글라스·코스비전·에스트라 역시 내부거래가 많은 계열사로 꼽힌다. 퍼시픽글라스는 연간 매출액 670억원 가운데 아모레퍼시픽그룹 계열사로부터 올린 매출은 520억원에 육박한다. 에스트라는 매출 980억원 중 670억원이, 코스비전은 1280억원 매출 대부분이 계열사 비중이다. 사실상 그룹 일감을 통해 사세확장에 나섰던 계열사인 셈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이 같은 내부거래는 이전부터 논란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밸류체인의 수직 계열화라는 명분 아래 개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더욱이 사익편취 규제가 느슨했던 탓에 내부거래를 단죄하기도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서 회장이 직접 지분을 소유한 아모레G와 아모레퍼시픽에 쏠리는 내부거래만 조심하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화된 사익편취로 인해 자칫 전 계열사의 내부거래가 문제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빠르게 추진하는 분위기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내부거래를 문제 삼으며 감시망을 좁히고 있는 상황인 만큼 몸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서경배 회장의 확고한 지배력 아래 활발한 내부거래가 행해지고 있는 곳"이라며 "이 같은 문제가 계속 불거졌지만 사익편취 규제가 강화된 근래들어서야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측은 "사업 경쟁력 강화 및 시너지 창출을 위해 이번 구조 개편을 결정했다"며 '코스비전과 에스트라가 보유한 자산을 통해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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