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이사회 모니터]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미비, '경영진추천위'로 대체②현대그룹 시절부터 직무대행순서 無, 대표이사 선임권 사실상 채권단 행사
김서영 기자공개 2021-07-09 10:26:55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7월 07일 16시2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MM(옛 현대상선)은 현대그룹에서부터 지금의 금융기관 채권단 관리 체제에 이르기까지 최고경영자(CEO) 승계정책을 마련해두지 않고 있다. CEO 직무 대행 순서도 공개하지 않았다. KDB산업은행(산은) 등 채권단으로 구성된 '경영진추천위원회'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HMM은 정관이나 이사회 규정을 통해서도 대표이사 유고 시 직무 대행 순서도 정해두지 않았다. CEO 승계정책을 제정하고 운영하는 것은 이사회가 할 일이다. HMM은 정관 제35조에 따라 대표이사의 선임을 이사회의 권한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사회 규정 제3조 2항에는 '이사회는 대표이사 및 이사회의장을 선임한다'고 되어 있으나 직무 대행 순서를 따로 밝혀두지 않았다. 정관 제18조 2항에 따르면 '대표이사 유고 시에는 이사회에서 정한 순서에 따라 그 직무를 대행한다'고 나타나 있지만, 이는 이사회 의장에 대한 조항으로 CEO 승계정책과는 거리가 있다.
한국거래소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2016년 4월 지배구조 모범규준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이사회가 경영권 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CEO 승계정책 수립은 기업지배구조 평가의 핵심지표 15개 중 하나로, 이사회 부문에 속한다.
CEO 승계정책은 이사회의 투명성 제고와 이어진다. 이사회가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데 있어 낙하산 인사, 오너 일가의 검증되지 않은 가족 승계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주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CEO가 건강 등의 문제로 갑자기 일할 수 없게 된 비상시에 기업이 입는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고 경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CEO 승계정책을 수립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HMM의 CEO 승계정책은 현대그룹에 속했던 현대상선 시절과 달라지지 않았다. 정관과 이사회 규정 속 관련 조항은 거의 수정되지 않았다. 2005년 정관 제21조 2항에는 '대표이사가 유고 시에는 대표이사가 지명하는 이사로 하되, 지명이 없는 경우에는 이사회에서 별도로 정하는 순서에 의한다'고 나와 있다.

HMM 측은 "현재 CEO 승계 계획과 관련한 운영방안 및 사규는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며 "추후 회사가 정상화되기 전까지 채권단과 긴밀하게 연계하여 CEO 승계정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입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HMM은 CEO 승계정책 대신 '경영진추천위원회(경추위)'를 통해 그때그때 대표이사를 선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경추위는 최대주주(11.94%)인 산은, 2대주주(4.04%)인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채권단측 인사와 HMM 일부 경영진으로 구성돼 있다. 위원회 규모나 위원장 등 세무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다. 사실상 산은의 입김이 강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경추위는 대표이사 임기 말에 회의를 소집해 재선임 여부와 임기, 후임 대표이사 후보 등을 결정한다.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경추위가 낙점한 대표이사 후보자를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출하는 절차다.
현재 HMM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배재훈 사장이 경추위를 통해 선임된 인물이다. 배 사장은 2019년 3월 경추위로부터 CEO 후보자 통보를 받아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올해 3월 배 사장의 재신임도 경추위에서 결정한 사안이다. 사실상 CEO 승계정책을 대신해 후임 대표이사 후보군을 꾸리는 등 승계작업을 도맡아 하고 있는 모습이다.
HMM 관계자는 "HMM이 채권단 관리 체제 아래 있다 보니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 구성된 경영진추천위원회를 거쳐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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