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갈림길 선 롯데 화학]빛나는 재무건전성? "롯데는 빚내서 투자안하나"③경쟁사 레버리지 확대 통한 성장…'삼성 빅딜' 이후 주요 딜 순지출 '2500억' 불과

박기수 기자공개 2021-07-13 10:28:33

[편집자주]

현대석유화학 대산공장과 KP케미칼, 삼성정밀화학과 삼성SDI케미칼 등 초대형 매물들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려온 롯데 화학BU의 위상에 업계의 의문 부호가 달리고 있다. 석유화학시장에서 함께 경쟁하던 동종업계 업체들이 하나 둘씩 신사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와중에 롯데 화학의 신사업은 선명도가 떨어진다는 시선이 짙다. 2010년대 국내 화학업계의 상징적 존재로 거듭난 롯데 화학이 10년 뒤에는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을까. 롯데 화학의 사업 현주소와 신사업 전략, 계열사 별 재무 속사정 등을 더벨이 알아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7월 09일 14: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화학업계에서 '재무 건전성'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곳이 롯데 화학BU(Business Unit)이다. 자산총계 20조원을 돌파한 '초거대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성장 과정에서 재무 건전성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롯데케미칼의 연결 순현금은 올해 1분기 말 6037억원을 기록 중이다. 부채비율은 50%(45.9%)를 넘지 않는다.

통상 탄탄한 재무구조는 기업평가에 긍정적이나 그 주인공이 '롯데 화학'일 때 시장의 시선은 갈린다. 동종업계 화학업체들이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시점에 너무 돈을 안 쓰는게 아니냐는 시선이 업계에 짙다. "왜 롯데는 레버리징을 하지 않느냐"라는 시장 관계자들의 목소리가 훨씬 많아진 것이 현실이다.

실제 LG화학이나 SK이노베이션 등 롯데케미칼과 동종업군으로 묶였던 화학사들은 이제 재무 건전성을 염려해야 할 정도로 자본시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15년 말까지만 해도 롯데케미칼과 같이 양(+)의 순현금을 기록하고 있던 LG화학은 올해 1분기 말 순'차입금'만 6조1505억원이다. SK이노베이션 역시 4년 전(2017년 말)까지 1조원이 조금 넘던 순차입금이 올해 1분기 말 7배 이상 늘어 10조원을 기록했다.

롯데 화학의 모습은 정 반대다. 단적으로 롯데케미칼의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2018년 4조원대 후반에서 이후 3조원대 후반대로 줄었다. 보유 현금량 변화에 순차입금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했지만 추세는 마이너스(-)였다.


물론 기존 전통 화학사업이 아닌 '배터리'라는 신사업의 길을 밟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을 롯데케미칼과 1대 1 대응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하면 이 말은 LG와 SK가 업계 변화에 대응할 동안 롯데는 자금력을 집중시킬만한 뚜렷한 신사업을 정립하지 못했다는 말과도 같다. 다른 기업과 달리 '화학 선두주자'로서의 롯데 화학에게 건전한 재무상황은 긍정적인 평가로만 이어지지 않는 셈이다.

그렇다고 롯데 화학BU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삼성그룹과의 '빅딜' 이후에도 현대오일뱅크와 합작사 '현대케미칼'을, GS에너지와 합작사 '롯데GS화학'을 설립하기도 했다. 지금은 흡수합병된 첨단소재 부문은 터키 엔지니어드 스톤업체인 '벨렌코'를 2019년 1787억원에 인수했다.

이외 지배구조 개편 차원에서 롯데정밀화학으로부터 한덕화학 지분을 687억원에 인수하고, 히타치케미칼 인수전에서 맞붙었던 쇼와덴코의 지분 4.46%를 1617억원에 사기도 했다. '인내'의 대상인 합성고무 자회사 롯데베르살리스엘라스토머스에는 수 차례의 유상증자로 이미 2759억원을 수혈한 상태다. 이 금액들만 합쳐도 1조2000억원이 넘는다.

다만 '대형 처분'도 있었다. 미국 엑시올 사가 합작사 LACC 지분에 대한 콜옵션을 발동하면서 지분 일부를 9549억원에 매각했다. 결국 이 모든 딜을 종합했을 때 롯데케미칼이 빅딜 이후 쓴 순지출(Net expenditures)은 2500억원대에 불과하다. 결국 지난 몇 년간 롯데케미칼이 과감히 '지갑을 열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셈이다.


이런 재무구조는 롯데케미칼 외 다른 화학BU 소속 계열사들도 비슷하게 갖추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31.13%의 지분을 보유한 롯데정밀화학은 올해 1분기 말 연결 부채비율이 16.1%에 불과하다.

롯데정밀화학의 1분기 말 연결 자산총계는 1조9172억원이다. 이중 총차입금은 고작 154억원으로 차입금의존도는 0.8%다. 모회사 롯데케미칼이 '현금 부자'인 것처럼 롯데정밀화학 역시 1371억원의 순현금을 보유 중이다. 심지어 이는 작년 '대규모 투자'로 불렸던 솔루스첨단소재에 2900억원을 출자한 후 기록중인 수치다.

업계는 최근 열렸던 그룹 사장단회의(VCM) 이후 롯데 화학BU가 발표한 '9조원 투자'에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모빌리티와 수소·친환경 등 굵직한 어젠다를 설정한 롯데 화학BU는 대형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다만 '강력한 한 방'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 등 화학BU는 그간 재무구조를 잘 관리해왔기 때문에 투자 기조로 돌아서기 부담이 없을 것"이라면서 "다만 여전히 2010년대 중반 '삼성 빅딜'처럼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판을 뒤집을만한 자금 유출이 있을 지는 지켜봐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