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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삼성전자 CE대표, 비스포크 히트주역 '혁신의 대명사' [삼성전자를 움직이는 사람들]④그룹 입장 대변 역할…삼성리서치 통합, AI·IoT 기술혁신 선봉장

손현지 기자공개 2021-08-10 07:20:20

[편집자주]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주역이자 글로벌 시장에 우뚝 선 초일류 기업 삼성전자. 한국의 자랑임과 동시에 반재벌 정서의 중심에서 상반된 시선을 감내하는 곳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정상의 자리를 노리는 무수한 경쟁자들과 정치권·시민단체의 촘촘한 감시망 속에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어려운 길을 걷고 있다. 수 많은 난관속에 삼성전자란 거함을 움직이는 주요 인물들을 조명해 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06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현석 CE(소비자가전)부문 대표는 삼성전자의 토대인 'TV·가전' 역사의 산증인이다. 지난 30여년간 세계적 위상을 드높인 삼성의 TV제품 중 그의 손을 안거쳐간 제품이 없다. 최근엔 주특기인 TV뿐 아니라 백색가전의 트렌드도 리드하고 있다. 소비자가 말하는대로(SPOKE) 이뤄준다는(BE), 이른바 비스포크(BESPOKE) 시리즈로 또 한번의 성공신화를 썼다.

그룹 내에선 '스피커'이자 '싱크탱크'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소비자의 접점이 많다는 장점을 활용해 그룹이 위기일 때 대변인으로서의 임무도 해낸다. 또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선행기술 확보를 자처하며 '개발자형 리더' 면모를 보이고 있다. 삼성그룹이 정체돼 있지 않고 능동적으로 소비변화에 대처하도록 리드하고 있다는 평이다.

◇엔지니어의 자부심, '앞서가는 삼성'

김 대표는 공대 출신 엔지니어다. 전문 경영인과는 성향이 사뭇 다르다. 1961년 1월 서울에서 태어나 한양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포틀랜드주립대 전기전자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삼성의 한양대 라인으로 불리는 전영현 삼성SDI 대표, 윤부근 전 삼성전자 부회장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에는 1992년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개발팀의 수석 연구원으로 입성했다. 입사후 약 25년 간 TV개발이란 한 우물만 팠다. 영상디스플레이사업 관련부서에 몸담으며 모니터개발부터 LCD·LED TV, 3D TV, 스마트TV 등 삼성의 기술 발전을 주도했다. 3DTV와 PDPTV, LCDTV와 QLEDTV 등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할 때 마다 업계의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다.

그 자부심도 대단하다. 1등이 아니면 용납할 수 없던 그의 승부욕은 삼성을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선두주자로 우뚝 서게 한 힘이었다. 지독한 일벌레로도 유명하다. 업무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쳐 대상포진이 만성질환이 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한때는 싸움닭이란 별칭이 붙기도 했다. 경쟁사인 LG와 3D TV 기술력 논쟁에서 거침없는 언행으로 논란이 일었던 것이다. 그러나 신기술에 촉각을 다투는 가전개발 업계에선 오히려 필요한 덕목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2017년 그를 CE부문장으로 임명할 때 "삼성이 글로벌TV시장에서 11년 연속 1위를 달성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팀장시절 부터 신제품 출시 과정에서 언론을 직접 대응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전문경영인이기 보단 엔지니어로서 TV기술에 관해 전문적 지식을 갖추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덕분에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트렌드 변화의 흐름에 대한 안목을 키울 수 있었다. 7개 버튼만으로 모든 것을 조작하는 리모컨, 투명하게 처리한 TV 후면 전선 등도 김 대표의 작품이다.

◇부캐는 '스피커'이자 '싱크탱크'

그의 삼성 내에서의 역할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딱딱한 개발자로서의 면모 뿐 아니라 그룹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다. 이재용 부회장의 공석으로 사면을 호소해야 할 땐 "오너부재로 주요 의사결정에 제약을 받고 있다", "큰 규모의 인수합병을 제대로 풀어나가지 못하고 있다" 등의 발언으로 총대를 메기도 했다.

소비자와의 접점이 많은 CE부문에 속한 만큼 공식석상에 나서는 일이 자연스러웠기에 가능했다. 함께 사장단을 이끌고 있는 DS부문의 김기남 부회장, IM부문의 고동진 사장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하다.


2017년 10월 김 대표의 역할이 더 불어났다. 리서치센터장, 생활가전사업부문장도 겸하기 시작했다. 새롭게 리뉴얼된 '삼성리서치'를 진두지휘하면서 싱크탱크로 각인되기도 했다. 당시 TV,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등을 모두 한데로 모아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는데 집중했다.

그는 사업부 뿐 아니라 경영진들이 터놓고 의견을 공유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일례로 2019년 이 부회장은 삼성리서치 센터를 직접 찾아 "이전엔 없던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자"며 선행기술 연구를 당부한 바 있다. 삼성의 TV와 스마트폰, 생활가전 등 완제품이 부진하다는 평가가 이어진 시기였다.

리서치센터장 활동은 그가 AI와 IoT 등 신기술에 혜안을 갖게된 결정적인 계기이기도 하다. 이후 그는 모든 제품에 AI기술을 접목시키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가전제품과 스마트폰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동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기도 했다. 사용자 맞춤 기능을 탑재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겠단 청사진이었다.

◇소비자 사로잡은 '프로젝트 프리즘'

"소비자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해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겠다"(2019년 IFA(국제가전전시회) 독일 베를린 간담회). 김 대표의 경영철학을 대변하는 일성이다. 그는 2018년부터 사장단(CE부문 대표)에 합류하며 핵심리더로 자리매김했다. 전문분야인 TV뿐 아니라 생활가전 전체 변화의 선봉장에 섰다.

가장 먼저 비전부터 바꿨다. '단조로운 백색 광선을 갖가지 색상으로 투영해낸다는 뜻의 프로젝트 프리즘(Project PRISM)'을 내걸었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이 반영된 ‘맞춤형 가전’ 시대를 만들어 가겠다는 뜻을 담았다. MZ세대로 옮겨간 소비 트렌드를 이해하고 제품과 서비스, 제조와 물류시스템 등을 모두 개편했다.

그 결과물은 바로 비스포크(BESPOKE)다. 비스포크는 맞춤형 양복이나 주문 제작을 뜻한다. ‘되다(BE)’와 ‘말하다(SPEAK)’라는 단어의 결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다양한 소비자 취향에 맞춰 제품 타입, 소재, 색상 등을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용자 경험(UX)을 중심으로 차별화 마케팅을 시작했다.

'맞춤형 가구' 전략은 통했다. 비스포크는 출시 3개월 만에 삼성전자 냉장고 매출의 65%를 차지했다. 이후 에어컨 등 전 가구 시리즈로 확대되며 CE부문의 입지를 견고히 하고 있다. 작년 말 출하량 100만대를 돌파했다. 미국과 유럽시장에도 진출해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비스포크로 '삼성의 혁신'을 촉진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사진=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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