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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억 유증 앞둔 제주항공, 벌써 다음스텝 준비? 감자·증자로 재무개선 본격화, 정관상 '발행가능한 주식총수' 1억→2억 확대

유수진 기자공개 2021-08-13 07:43:41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1일 14: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주항공이 액면가 감액 무상감자를 실시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다.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점점 커지고 있는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안정적인 경영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다. 제주항공은 국제선 수요 저조로 지난해 3360억원에 이어 올 1분기 870억원의 적자를 냈다.

감자 후 곧바로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감자차익으로 결손금을 털어내고 자본까지 확충하면 부채비율 등 재무지표가 눈에 띄게 개선될 전망이다. 특히 정관을 고쳐 발행가능한 주식총수를 늘리는 작업도 실시한다. 추가적인 자금 조달에 나설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제주항공은 13일 오전 제주도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액면가 감액 무상감자(5대 1)의 건'을 처리한다. 발행주식 수는 그대로 유지하되 액면가를 기존 5000원에서 1000원으로 낮춰 자본금을 줄이는 형태다. 안건이 통과되면 오는 30일 자본금이 1925억원에서 385억원으로 변경된다.


줄어드는 자본금(감자차익) 1540억원은 자본잉여금으로 전환해 결손금과 상계처리할 예정이다. 감자 후 자본총계에는 변함이 없으나 자본금이 줄어 잠식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제주항공은 3월 말 기준 부분 자본잠식 상태(잠식률 28.7%)였다. 감자차익으론 3월 말 기준 2768억원이었던 결손금을 절반 이상 털어낼 수 있을 전망이다.

주총에서 감자안이 통과되면 곧장 2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현재까지 확정된 건 최대주주인 AK홀딩스(55.08%)가 적극 유증에 참여한다는 내용 정도다. 2·3대 주주인 국민연금과 제주도는 아직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 상세 일정이나 발행가, 발행주식 수 등 세부 내용 역시 주총 후 이사회 결의 등을 거치며 확정된다.

제주항공이 감자와 증자를 잇달아 실시하기로 한 건 자본잠식과 그로 인한 관리종목 지정 등 머잖아 닥칠 수 있는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다. 저비용항공사(LCC) 특성상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은 만큼 기존 주주들에 기대 코로나19 상황을 견딜 수 있는 체력을 만들려는 의도다.

이 밖에 정관변경 안건도 주총에 올려 눈길을 끈다. 액면가 감액 외에 정관상 발행가능한 주식총수(발행할 주식의 총수)를 현재 1억주에서 2억주로 늘리는 내용이다. 통상 기업들은 신주 발행 계획이 있을 때 해당 한도를 높인다. 정관상 정해놓은 범위 내에서만 신주 발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제주항공의 발행주식총수는 3849만주9615주다. 정관에 명시된 상한(1억주)에서 6150만385주의 여유가 있다.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감안하더라도 이번에 반드시 한도를 늘려야 하는 건 아니다. 발행가와 발행주식 수가 아직 정해지진 않았지만 최근 주가 등을 고려할 때 넉넉하게 잡아도 신주가 1400만주를 넘지 않을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기존 1억주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의미다.

이는 제주항공이 이번 유증 외 추가적인 자금 조달을 검토하고 있다는 시그널로 해석 가능하다. 추후 유증이나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추진하게 될 상황에 대비하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 만약 한도가 부족하면 급히 임시 주총을 열고 정관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소집 공고 등 절차를 밟는데 시간이 걸려 골든타임을 놓칠 우려가 있다.

최근 항공업계 분위기는 여전히 암울하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N차 대유행'이 반복되는 등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여행심리가 되살아나고 실제 국제선 수요 증가로 이어지기까진 적잖은 시간이 걸릴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국내 뿐 아니라 상대국의 상황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자금조달 구조를 유연하게 만들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도를 높인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번에 유증을 하게 되면 당분간은 자본에 큰 무리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조달은) 아직까지 확정된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제주항공 뿐 아니라 항공업계 전반이 취하고 있는 입장이기도 하다.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차원이다. 앞서 진에어도 올 3월 주총에서 발행가능한 주식총수를 1억주에서 2억주로 확대했다. 기발행한 주식수는 4500만주로 5500만주의 여유가 있지만 우선적으로 정관을 고친 것이다. 에어부산 역시 한도를 2억주에서 4억주로 두배 늘렸다.

앞선 관계자는 "제주항공은 타 항공사 대비 발행가능한 주식총수 한도가 적은 편"이라며 "그런 점도 감안했다"고 말했다. 현재 LCC 중 정관상 한도가 가장 높은 항공사는 티웨이항공으로 5억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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