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8월 17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VC)은 창업 초기에 집중 투자한다. 투자기업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낮을 때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해 일정 지분을 확보한다. 이후 매출이 발생하는 등 성장세에 탄력이 붙으면 팔로우온 투자를 통해 '잭팟'을 기대한다.과거 백화점식 투자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엔 전문 투자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여러 기업에 투자하는 '다작'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승부를 거는 모습이 눈에 띈다. 똘똘한 투자처에 잇따라 자금을 수혈하며 회수 이익 극대화를 노리는 셈이다.
올해 팔로우온 투자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 팔로우온 투자 실적은 2조2177억원으로 나타났다. 전체 투자실적 3조730억원 중 72.2%를 차지한다. 10건 중 7건 이상이 팔로우온 투자다.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비중이다. 팔로우온 투자 금액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배가량 늘었다.
이처럼 팔로우온 투자가 늘어난 배경으로 지난해 8월 제정·시행된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벤촉법)'이 꼽힌다. 제도적 뒷받침으로 물꼬가 트이면서 벤처캐피탈들이 팔로우온 투자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엔 벤처투자조합이 일정 지분 이상을 확보해 조합과 피투자기업 간 특수 관계가 형성되면 후속 투자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투자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춰 추가로 투자금을 집행하고 싶어도 한계가 있었다. 꾸준히 당국인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관련 내용을 추가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리하여 벤처조합에 자금을 댄 유한책임출자자(LP)들의 전원 동의가 있을 경우 조합이 보유한 투자기업의 지분율이 30%를 넘어도 행위제한에 걸리지 않는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특정 조합을 통해 시리즈A·B·C 등 다양한 투자 단계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지분율을 걱정하며 여러 펀드를 동원하지 않아도 된다.
이 같은 변화 속 행간도 짚어볼만하다. 팔로우온 투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신규 투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제2벤처붐 속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벤처투자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정작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금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기업은 한정돼 있다. 확실한 경쟁력을 보유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팔로우온 투자가 늘어나면서 스타트업 옥석 가리기는 더욱 본격화되고 있다. 사업 초기에 투자금을 확보했더라도 기존 주주들이 추가로 베팅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외면받기 십상이다. 보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팔로우온 투자를 받을만한 조건을 갖추고 시장에서 경쟁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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