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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엔지니어링, 늘어난 재고자산 해소될까 [인벤토리 모니터]호황기 대비 수주확대, 재공·가공품 자산 급증...하반기 재고자산회전율 개선 기대

김혜란 기자공개 2021-09-06 07:12:02

[편집자주]

제조기업에 재고자산은 '딜레마'다. 다량의 재고는 현금을 묶기 때문에 고민스럽고, 소량의 재고는 미래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또 걱정스럽다. 이 딜레마는 최근 더 심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생산라인은 자주 멈춰서지만 1년 넘게 억눌린 소비 심리는 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벨은 주요 기업들의 재고자산이 재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3일 14: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주성엔지니어링 활동성 지표 개선의 관건은 재고자산회전율이 얼마나 높아지느냐에 달렸다. 재고자산회전율이 높다는 건 재고가 매출로 빠르게 전환됐다는 의미로 실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작년에는 재고자산회전율이 1.25회(회전일수 292일)까지 낮아져 현금흐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올해 상반기엔 전년보다 재고자산이 늘었지만, 재고자산회전율은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고 중 재공품(제작 중인 상품) 증가 폭이 크고 원재료 매입액도 크게 늘었는데, 이는 악성재고가 쌓인 것이 아니라 수주받은 물량을 납품하기 위해 재고를 확보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일 주성엔지니어링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재고자산은 663억원으로 전년 말(555억원)보다 19%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재고자산은 465억원이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재공품 비중이 전체 재고의 72%로 압도적이다. 재공품의 장부가액은 전년 말 대비 28%가량 증가한 547억원이다. 고객사로부터 수주를 받아 원재료를 구입한 뒤 상품 제작에 들어가면 재고자산 항목에 재공품으로 잡힌다.

반도체 장비 원재료인 알루미늄 가공물 등 가공품 매입액도 상반기 347억원으로 전년 말(155억원)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 10년 간 매출이 2727억원으로 최고 수준을 찍었던 2017년 2분기 말 기준 가공품 매입액이 364억원이었다.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호황기로 접어들면서 주성엔지니어링에도 반도체 장비 주문이 몰렸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리 재고를 확보한 것이다.
*연결회계기준 . 반기의 경우 [연환산 매출원가÷{(기초재고+기말재고)÷2}]으로 계산.
재고가 쌓이고 제때 팔리지 않으면 손실로 돌아올 수 있지만 주성엔지니어링처럼 단기간 가공품 매입액과 재공품이 증가했을 경우라면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주문 받은 물량을 맞추기 위해 미리 원재료를 확보한 데다 매입한 원재료 대부분은 납품을 위해 제작에 들어간 재공품으로 바뀐 상태이기 때문이다. 악성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다.

주성엔지니어링 측은 "재공품이 계속 올라가더라도 재고자산회전율이 정체돼 있으면 안 팔리는 악성재고가 맞다"면서 "하지만 가공품 매입과 재공품이 단기간 급증한 것은 납품을 대기 중인 상품이 많다는 걸 나타낸다"고 말했다. 이어 "리드타임(주문부터 납품까지 소요 시간)을 감안하면 올해 연간 재고자산회전율은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 2분기 말 재고자산회전율은 연환산 매출원가(상반기 매출원가 X2)로 계산하면 2.6회로 이미 전년 말보다 개선된 상태다. 재고자산회전일수는 140일이다. 하지만 상반기만 놓고 보면 재고자산회전율은 1.31회(회전일수 278일)로 여전히 낮다. 1년 365일에서 이 재고자산회전율을 나눈 것이 재고자산회전일수로, 회전율과 반대로 일수는 낮을수록 긍정적이다. 판매되지 않고 재고로 머물러 있는 기간이 그만큼 짧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호황기였던 2017~2019년 재고자산회전일수는 최대 167일이었지만 작년에는 292일로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수주 감소로 재고자산회전율의 분자가 되는 매출원가가 전년 대비 54%가량 줄고 재고자산이 늘면서 재고자산회전율이 눈에 띄게 둔화됐다.

다만 재고자산회전일수가 278일이라고 하더라도 연말엔 회전율이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장비의 경우 리드타임이 3~4개월, 디스플레이 장비의 경우 7~8개월이다. 지난해 말 또는 올해 상반기 생산에 착수했더라도 제품이 고객사에 출고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하반기엔 상반기에 쌓인 재고 중 일부가 매출로 전환될 전망이다.

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매출채권회전일수가 지난 3년 평균 33일로 상당히 짧다. 하반기부터는 재고가 매출로 전환되면서 재고자산회전율이 개선될 경우 재고자산→매출→현금으로 이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인 영업순환주기가 크게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3년간 200일 내로 관리되던 영업순환주기는 지난해 300일을 넘겼지만 올해는 연간으로는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점쳐진다.
주성엔지니어링 경기도 용인 R&D 센터 전경. 주력 제품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장비에 대한 융복합 차세대 기술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2019년 준공에 들어가 작년 초 완공했다.10년간 주성의 R&D 투자 비율은 약 18%로 차세대 장비 개발에 많은 역량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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