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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60년 히스토리]시대 흐름 따라 변화한 평가기준, 어떻게 달라졌나②도급한도액제 발전…외환위기·금융위기 거치며 경영평가 비중 확대

고진영 기자공개 2021-09-08 07:42:22

[편집자주]

건설업계에선 해마다 시공능력을 줄세우는 성적표가 매겨진다. 항목별 점수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업계의 '파워 시프트(Power Shift)'를 짐작해볼 수 있는 연례 이벤트와 다름없다. 특히 대형사들에게는 상징성 싸움이자 자존심 문제로도 의미가 있다. 도입 60년, 시공능력평가를 통해 시장의 판도 변천사를 되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3일 09:5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공능력평가제도는 도입 뒤 60년 동안 수 차례의 변화를 거쳤다. 당초 ‘도급한도액제’ 형태로 출발했는데 건설사마다 공사 1건의 최고 한도금액을 매년 산정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이후 일련의 건설환경 변화를 반영하면서 지금의 시평제도까지 이르렀다.

특히 평가기준에서 재무, 기술력 가운데 어느 쪽을 더 중시해야 하는가를 두고 시대별 요구가 달랐다. 건설업황이 위기와 회복을 반복함에 따라 경영평가액, 공사실적평가액의 반영 비중에 여러 번 조정이 이뤄진 것도 이때문이다.

1961년 시작된 도급한도액제는 모든 공공 또는 민간공사에서 도급업자를 선정할 때 의무사항으로 적용됐다. 건설업체를 등급별로 나눠 도급이 가능한 공사의 상한선과 하한선을 설정하던 ‘청부상하한제’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건설업자는 공사실적으로 매겨지는 '영업세 연평균액'을 기준으로 그 300배 이상 규모인 공사는 수주할 수 없었다. 발주에 앞서 건설업체의 역량을 미리 가늠해 발주자와 공급자, 둘 모두를 보호하자는 취지였다.

1986년에는 단순 실적 등에 기반했던 산정 기준을 4가지로 세분화했다. 실적평가액과 경영평가액, 기술투자액, 상벌액 등 4가지 평가요소를 합쳐 계산하는 형태로 개정됐다. 그러다 ‘시공능력평가’로 명칭이 바뀐 것은 1997년이다. 이때부터 지금과 같은 공사실적평가액, 경영평가액, 기술능력평가액, 신인도평가액을 기준으로 쓰기 시작했다.

이후 시공능력평가에 대해 업계에서 가장 의견이 분분했던 쟁점은 4개의 평가항목 중 어디에 가중치를 둬야 하는가였다. 여기에는 업황이 크게 작용했는데 IMF 외환위기를 거친 뒤론 자연히 경영상태 평가 비중이 높아졌다. 대규모 건설공사를 맡은 업체가 부도를 맞기라도 하면 하도급업체 등으로 퍼지는 후폭풍을 감당하기 힘들었던 탓이다.

실제 2000년 개정된 건설산업기본법 시행규칙은 공사실적평가액의 반영 기준을 기존 70%에서 60%로 줄인 반면 경영평가액의 반영 비중은 50%에서 100%로 대폭 늘렸다. 건설사들의 재무구조 개선을 유도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차츰 부실기업이 정리되고 경제가 회복하자 이런 방식에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경영평가액이 자본금에 의해 좌우되다 보니 사실상 자본규모가 순위를 가르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자본금이 많은 회사의 경우 시공능력이 실제에 비해 과다 평가되는 문제도 있었다.

특히 2004년 현대건설이 40여년만에 1위를 삼성물산에 뺏기면서 이런 이슈가 업계의 화두로 부각됐다. 당시 현대건설이 시공실적과 기술자 수에서 경쟁자들을 압도했는데도 삼성물산이 높은 경영평가액 덕분에 선두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이듬해인 2005년 마침내 시평제도에 개정이 이뤄졌다. 건설업체의 공사실적, 기술력 향상을 꾀하겠다는 뜻을 내세워 공사실적은 기존 60%에서 75%로, 기술능력평가액은 20%에서 25%로 강화했다. 경영평가액의 반영 비중은 100%에서 90%로 내렸다. 하지만 조정 정도가 너무 약하다는 반발은 여전했다.

결국 2010년 재차 기준이 바뀌었다. 경영평가액 반영 비중은 75%로 더 축소됐고 반대로 기술능력평가액은 30%로 확대됐다. 또 경영평가액의 한도 제한을 '최저자본금 또는 공사실적평가액의 5배 이내'에서 '3배 이내'로 낮췄다. 실질자본금이 시평액을 왜곡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바뀐 기준도 오래가진 않았다. 2010년대 초반 건설사들이 줄도산 위기에 내몰린 탓이다. ‘분양시장 버블’에 확장을 거듭하던 건설사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침체된 시장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미분양이 우후죽순 속출했다. 현대건설이나 한화건설, 대림산업(현 DL이앤씨) 등 상위 건설사들은 해외수주로 활로를 모색했지만 국내수주에 집중했던 중견사들은 위기를 피해가지 못했다.

대한건설협회가 2013년 발표했던 통계에 따르면 당시 시공능력 상위 100개사 중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이 10곳, 워크아웃을 진행 중인 기업도 11곳이나 됐다. 일부 우량 대형사를 제외한 대부분 건설사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던 시기다.


중견건설사들이 잇따라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에 빠지는 운명을 맞자 국토교통부는 2016년부터 달라진 기준을 적용했다. 악화한 건설업황 현실을 감안한 조치였다. 우선 경영평가액 반영 비중을 70%에서 80%로 다시 높였다.

또 경영평점 평가지표 중 유동비율을 삭제하고 차입금의존도와 이자보상비율을 추가해 종전 4개로 구성됐던 지표를 5개로 늘렸다. 신인도평가액 비중 역시 25%에서 30%로 올렸다.

공사실적 평가방법에도 변화가 있었는데 반영 비중은 70%로 내렸다. 다만 그 전에는 근 3년간의 공사실적을 단순히 평균집계했으나 개정을 통해 더 가까운 연도의 공사실적에 가산점을 주고 연차별 가중평균을 내도록 했다. 최근 1년간 실적에 1.2점을, 2년 전 실적엔 1점을, 3년 전실적엔 0.8점을 부여하는 식이다.


이처럼 집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개정에도 불구 시평제도의 구조적 한계에 대해서는 꾸준히 말이 나오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시공경험이나 기술능력보다는 자본금의 많고 적음에 따라 순위가 갈린다는 지적이다. 실질 재무제표가 나쁜 업체도 단순한 자본금 과다로 재무상태가 좋은 듯한 착시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2021년 시공능력평가(토건) 기준으로 전체 평가액에서 항목별 구성비를 보면 경영평가액이 38.6%로 실적평가액(38.1%)보다 소폭 많았다. 20년 전인 2001년의 경우 실적평가액이 약 48%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나 경영평가액이 이를 추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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