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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 가스 운송 진출...계열물량 축소 효과 기대 연말 사익편취 규제 대상 편입,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 52.38%

박상희 기자공개 2021-09-09 07:29:49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6일 15: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글로비스가 가스 해상운송 시장에 진출하면서 수소 글로벌 공급망 구축 초석을 다졌다. 현대글로비스는 가스 해상운송 시장 진출이 다가오는 글로벌 수소 사회 실현을 위한 밸류 체인 구축을 위한 복안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수소 운송이 본격화하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현대차그룹 계열 물량 비중을 낮추는 효과도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현대글로비스의 숙원이다. 2015년 오너일가 지분율을 30% 아래로 낮췄지만 지난해 공정거래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현대글로비스는 6년 만에 다시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됐다. 지난해 현대글로비스의 내부거래 비중은 52.38%에 달했다.

◇트라피구라와 10년간 암모니아 및 LPG 해상운송 계약

현대글로비스는 세계 3대 원자재 트레이딩 기업인 ‘트라피구라(Trafigura)’와 운송 계약을 맺고 오는 2024년부터 향후 최대 10년 간 암모니아 및 액화석유가스(LPG) 해상운송에 나선다고 최근 밝혔다.

현대글로비스와 손잡은 트라피구라는 스위스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으로 석유, 가스, 광물, 비철금속 등을 취급하는 원자재 트레이딩 회사다. 2020년 기준 약 173조원의 매출과 3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글로벌 업계 3위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번 사업을 위해 약 2000억원을 투자해 VLGC 2척을 건조하고 글로벌 해상운송시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신조 선박은 적재 규모 8만6000㎥의 초대형으로, 글로벌 가스 운반선 가운데 최대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전세계적으로 암모니아를 선적할 수 있는 VLGC는 20여척내외(VLGC 전체 선대의 10% 이하)로 알려져 있다.

통상 LPG 위주로 운송하는 기존 가스선과 달리 현대글로비스 VLGC는 화물창을 특수 재질로 제작하여 암모니아까지 운송할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특히 현 기술 수준에서 가장 효율성이 높은 수소 저장·운송 매개체로 꼽히는 암모니아의 해상운송에 주목하고 있다. 향후 암모니아의 대량 운송 시대가 도래할 경우 현대글로비스 VLGC가 암모니아 해상운송에 최적화된 선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글로벌 원자재 기업과 장기 계약을 통해 가스 해상운송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게 됐다”라며 “청정 수소 인프라 구축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액화수소까지 운송을 추진해 글로벌 수소 유통 주도권을 선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선 집중 해운업 외연 넓히는 효과...해운부문 비계열 매출 비중 60% 육박

현대글로비스가 수소 구축망 구축에 힘쓰는 것은 도래할 수소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다. 세계 수소위원회가 지난 2017년 공개한 ‘수소 규모 확장(Hydrogen, Scailing Up)’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수소 시장은 2050년 2조5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해 전체 에너지 수요의 18%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글로비스가 속한 현대차그룹도 수소 밸류체인 구축에 힘쓰고 있다. 현대차는 수소차 분야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의 수소사업은 수소차, 수소충전소, 연료전지 보급 등 수요 측면에 맞춰졌다. 장기적으로 급성장할 수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수소 공급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국내 10여곳의 대그룹들과 '수소 경제' 발전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의 수소시대를 대비한 가스 운송 사업 진출은 현대차그룹 차원의 수소 밸류체인 구축과는 별개로 풀이된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이번 가스 운송 계약은 트라피구라와 맺은 것으로 현대글로비스는 운송만 담당할뿐 현대차그룹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혹여 현대차 등 계열사에서 수소를 수입하더라도 현대글로비스와 매출 관계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출처: 현대글로비스(반기 기준)

오히려 트라피구라와의 이번 계약은 현대글로비스 전체 매출에서 현대차그룹 계열 물량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트라피구라와의 계약은 10년 장기로 이뤄지는데, 업계에선 계약 규모를 수백억~수천억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트라피구라와의 계약 조건 상 계약 금액을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현대글로비스의 내부거래 규모는 3조36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 5조7338억원(해외 매출 제외) 가운데 52.38%에 해당한다. 적지 않은 비중이다. 현대글로비스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매출처는 여전히 현대자동차와 기아로, 그 비중은 반기 총 연결매출액 대비 각각 35.92%, 26.83%(해외 종속법인 포함)에 달한다.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차가 생산하는 자동차의 해외 수출을 담당하기 위해 세워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글로비스 전체 매출에서 현대차그룹이 차지하는 물량 자체를 줄이는 것을 불가능하다. 계열 매출 이외의 외부 매출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현대글로비스는 크게 3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 국내외 시장에서의 물류 매출인 물류 △ CKD부품 판매 매출 및 중고차, 트레이딩사업 등을 포함한 매출인 유통 △ 선사운영 관련 매출인 해운 등이다. 이 가운데 물류부문은 비계열 물량 비중이 30% 초반 수준이다. 반면 완성차해상운송을 포함한 해운부문의 비계열 물량 비중은 60%에 육박한다. 여기에 트라피구라와의 계약은 해운부문에서의 비계열 물량 비중을 더욱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글로비스는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일 때마다 주목을 받아왔다. 총수 일가 지분을 29.9%로 낮추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사각지대에 있었지만 지난해 12월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으로 다시 규제 대상이 됐다.

현대글로비스는 현재 29.9% 수준인 오너일가 지분율을 20% 아래로 낮추면 규제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이 지분 10%를 추가로 매각하면 된다. 다만 오너일가가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을 20% 아래로 낮추더라도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완전히 벗어날 순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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