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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 '성장둔화 충격' 이유 있는 비전선포 장기 성장가도 작년 급제동, '제일제당·대한통운·ENM' 등 주력사 동력 둔화

이효범 기자공개 2021-11-10 08:08:27

이 기사는 2021년 11월 09일 07: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사진)은 최근 4대 비전선포를 통해 우리가 격동의 시기 한 가운데 놓여있다고 진단했다. 미래 혁신성장에 집중하고 최고 인재들을 위해 조직문화를 바꾸겠다는 포부를 담아 대변혁을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가 임직원들에게 이처럼 급격한 변화를 주문 것은 그룹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사실 CJ그룹의 역사는 성장 그 자체다. 1995년 독립경영을 선언한 제일제당은 채 30년도 되지 않아 연 매출 30조원을 웃도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독립경영 초기만 해도 비슷한 규모의 식품기업이 많았지만 CJ는 바이오, 엔터테인먼트, 물류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혀 쉼 없는 성장을 이어왔다. 이 회장의 부재에도 성장세는 꺾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전례없는 역성장을 했다. 물론 코로나19 확산 영향을 고려할 때 경영환경이 우호적이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처럼 참혹한 성적표는 내부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였던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최근 수년간 추세적으로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주력 계열사 3분기 매출 성장세 하락…지난해 그룹 매출 사상 첫 '뒷걸음질'

CJ제일제당, 대한통운, ENM 등은 최근 올해 3분기 영업실적을 발표했다. CJ제일제당의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은 19조3414억원이다. CJ대한통운은 8조2863억원, CJ ENM은 2조5573억원의 매출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성장률은 모두 전년대비 4~7%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


CJ제일제당은 2020년 매출액 24조2457억원, 영업이익 1조8933억원을 각각 달성했다. 매출 증가율은 8.47%로 앞서 5년간 두 자릿수 였던 것과 달리 한 자릿수에 그쳤다. 단순계산으로 종속기업인 CJ대한통운 실적을 제외하면 성장률을 두 자릿수로 볼 수 있지만 올해 3분기까지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CJ대한통운의 매출 증가율도 한자릿수로 떨어졌다. 지난해 매출액 10조7811억원과 영업이익 3660억원을 냈다. 매출은 전년대비 3.5% 증가한 규모다.

CJ ENM은 역성장했다. 2020년 매출액 2조7183억원으로 전년대비 13.9% 줄었다. CJ ENM은 2018년 CJ오쇼핑이 CJ E&M을 흡수합병해 출범했다. 2018년 연결기준 매출 2조원을 돌파한 이후 이듬해인 2019년 3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이 다시 감소하면서 성장세가 꺾였다.

주력 계열사들의 성장세 둔화에 따라 지주사인 CJ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31조9991억원과 영업이익 1조3903억원을 내는데 그쳤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5.27% 감소했다. 2007년 지주사로 출범한 이후 전년대비 매출이 줄어든 건 처음이었다. 이 회장이 부재했던 2013~2015년 연간 매출성장률이 둔화되긴 했지만 성장세가 지속됐다는 점에 빗대어 보면 이례적인 결과다.

CJ그룹은 그동안 명확한 비전 아래 끊임없이 성장해왔다. 이 회장은 2010년 CJ의 재도약 위해 '그레이트 CJ'를 선언했다. 2020년까지 그룹 매출액 100조원을 달성하고 70%를 해외 매출로 채운다는 게 골자다. 2017년에는 '월드베스트 CJ'를 선포했다. 2030년까지 3개 이상의 사업영역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다. 그리고 이같은 계획은 현재 진행형이다.

CJ는 지난해 비전을 달성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전 자체가 터무니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삼성그룹에서 분리된 제일제당은 당시 매출액 1조6279억원과 영업이익 1119억원을 내는데 그쳤다. 이후 24년이 흘러 CJ는 2019년 연결기준 매출액 33조7797억원, 영업이익 1조509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20배, 영업이익은 10배 넘게 불어났다. 같은 기간 자산은 1조7242억원에서 40조원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위상도 달라졌다. '미풍'을 주력 제품으로 하는 식품기업이었던 제일제당은 점차 사업영역을 확장해 △식품·식품서비스 △바이오·생명공학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신유통·물류 ‘4대 사업군’을 완성하며 국내 유일무이한 라이프스타일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같은 비전을 제시한 건 이 회장이었다. 그는 1997년 제일제당 부사장, 이듬해인 1998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02년 그룹명을 CJ로 바꾸고 회장 자리에 올랐다. 시대의 변화 흐름 속에서 그가 제시했던 비전은 사실상 그룹의 성장동력이 됐다. 이를 통해 CJ는 국내에서 독보적인 사업포트폴리오를 갖춘 그룹사로 성장한데 이어, 명실공히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외연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둔화되는 성장동력 우려…'CPWS' 새로운 엔진 물색

CJ그룹은 그러나 지난해 역성장에 꽤 큰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했던 영역이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 ENM 등 그룹 전체 매출액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계열사들의 성장동력이 떨어진 영향이 가장 컸다.

재계 관계자는 "CJ그룹은 대기업으로 분류되지만 상대적으로 벤처기업과 같이 도전적인 문화를 지향해왔다"며 "기존 대기업들이 가지 않았던 길을 통해 가파른 성장세를 구가해오면서 최근 정체를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계열사들의 부진에 CJ그룹은 2021년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쇄신 의지를 명확하게 드러냈다.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 ENM 등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를 모두 교체했다. 이 외에도 CJ CGV, CJ프레시웨이, CJ푸드빌 대표이사도 모두 바뀌었다.

경영진 교체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예전과 같은 성장세를 회복하지 못했다. CJ의 연결기준 상반기 매출액은 12조48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6% 증가했다. 2015년~2019년까지 연간 매출액은 매년 전년 대비 10% 이상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매출 상반기 매출 증가세도 여전히 둔화된 수준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비전선포를 통해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최근 3~4년 사이 우리는 세상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정체의 터널에 갇혔다"며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과감한 의사결정에 주저하며 인재를 키우고 새롭게 도전하는 조직문화를 정착시키지 못해 미래 대비에 부진했다. 저를 포함한 경영진의 실책"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내외 플랫폼기업의 영역 확장과 기존 산업 내 경쟁 격화로 과거에 비해 성장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수년내 변화의 흐름에 발맞추지 못한다면 성장 둔화가 고착화 될 수 있다는 점에 위기의식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내놓은 비전들이 모두 7년 이상의 장기 목표치를 담고 있다면 이번 비전을 이행하는 기간은 올해 남은 기간을 포함해 2023년까지로 사실상 2년을 조금 넘는다. 그만큼 빠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경영진들의 위기감도 녹아있다.

CJ그룹 관계자는 "그룹 전반적으로 실적이 정체되고 있는 상황으로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점프할 기회가 필요하다"며 "4대 성장엔진으로 삼은 컬처(Culture), 플랫폼(Platform), 웰니스(Wellness), 서스테이너빌러티(Sustainability)를 바탕으로 각 계열사들의 성장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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