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CB 프리즘]레인보우로보틱스, '콜옵션 성과 보상' 당근책 되나②최대 72억 권리 스톡옵션 대체 염두, 행사시점 주가 전환가액 돌파 관건
김형락 기자공개 2021-11-12 08:15:48
[편집자주]
전환사채(CB)는 야누스와 같다. 주식과 채권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B 발행 기업들이 시장에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이유다. 주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더 큰 경영 변수가 된다.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 변화에 직면한 기업들을 살펴보고, 그 파급 효과와 후폭풍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09일 15: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전환사채(CB) 매도청구권(콜옵션)을 임직원 성과보상 당근책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최대주주인 오준호 레인보우로보틱스 최고기술책임자(CTO)가 CB 전환 이후에도 과반 지분(특수관계인 포함)을 쥐기 때문이다. 지배력 안전판보다는 핵심 인력 이탈을 방지할 보상 체계 수립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레인보우로보틱스는 권면총액 180억원 규모 1회차 CB를 발행한다. 시설자금 130억원, 운영자금 5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납입일은 오는 12일이다. 대신 신기술투자조합 제9호(60억원), NH투자증권(20억원) 등이 인수자로 나선다.
CB에 콜옵션도 배정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지정한 매수인이 최대 72억원까지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투자자와 합의했다. 매수인은 추후 이사회에서 논의해 지정할 예정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콜옵션을 성과 보상책으로 쓰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최대주주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고, 임직원에게 나눠줘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 대체재로 쓰는 셈이다.
공동창업자인 오 CTO가 지닌 경영권 지분이 충분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오 CTO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21.5%를 가진 최대주주다. 2대주주는 지분 8.86%를 보유한 이정호 레인보우로보틱스 대표이사다. 이 대표 외에 오 CTO 가족들도 지분 20%가량을 들고 있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대주주 지분은 58.65%에 이른다. 당장 1회차 CB가 모두 주식으로 바뀌어도 지분 55.49%(특수관계인 포함)를 쥐고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핵심 인력을 붙잡아둘 수단도 필요했다. 기술 기반 벤처기업인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연구인력 유치, 이탈 방지가 성장에 중요한 요소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오 CTO와 이 대표가 공동 창업한 로봇 제조업체다. 국내 최초 인간형 이족보행 로봇인 '휴보(HUBO)'를 개발한 카이스트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센터' 연구진이 뭉쳤다. 원천 기술 개발자인 오 CTO와 제자 이 대표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오 CTO는 기업공개(IPO) 전에도 주식을 풀어 보상책으로 썼다. 오 CTO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 65만5625주(지분 4.06%)를 우리사주조합으로 2018년 7월과 2019년 12월 각각 500원(액면가), 10원에 양도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가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5만3000주(지분 0.33%)도 500원에 우리사주조합으로 넘겼다. 연구개발 인력과 주요 직원 사기를 진작하고,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차원이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지난 2월 공모가 1만원에 코스닥에 데뷔했다.
관건은 기업가치 변화다. 1회차 CB 전환가액은 1만9537원이다. 시가 하락에 따른 전환가액 하향 조정 요건은 없다. 콜옵션 이익 달성 여부는 행사시점 주가 수준에 달려있다. 콜옵션 청구기간은 내년 11월 12일부터 2024년 5월 12일까지다.
투자 유치는 순항하고 있다. 1회차 CB와 별개로 70억원 규모의 3자배정 증자(신주인수권 발행 방식)도 추진하면서 상장 9개월만에 250억원을 추가로 조달한다. IPO로 들어온 공모자금(255억원) 중 212억원도 비축해두고 있다. 공장을 신축해 협동로봇 수주를 늘려 매출을 키워간다는 구상이다. 국내외 시장 확대 전략을 펴고 있다. 협동로봇은 안전장치가 내장된 직렬 로봇팔(manipulator)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 관계자는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 지분이 있어서 CB 콜옵션을 직원에게 나눠주겠다는 의사를 비쳤다"며 "내년 매출 성장을 위해 협동로봇 해외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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