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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 통합' 롯데온 실적 딜레마 '백화점·마트' 판로 이커머스사업부 단일화, '적자 감수' 총거래액 증대 올인

이효범 기자공개 2022-02-16 07:32:27

이 기사는 2022년 02월 15일 14: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온이 지난해 적자를 내면서 롯데쇼핑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매출은 20% 넘게 줄고 영업손실 폭은 더욱 커졌다. 다른 이커머스들이 영업손실을 감수하는 대신 매출을 늘리는 것과 비교하면 롯데온의 실적은 처참하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롯데온 역시 성장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8월 거버넌스 통합으로 백화점과 마트가 롯데온을 통해 판매하는 상품이 늘어날 수록 롯데온의 적자가 더욱 커지는 구조로 바뀌었다. 그동안 꽁꽁 숨겨왔던 GMV(총거래액) 수치를 공개하고 나선 배경이다.

◇백화점 제외 주요사업부 적자 지속…이커머스 영업손실 배경은?

롯데쇼핑은 최근 2021년 영업실적을 발표했다. 연결기준 매출액 15조5810억원, 영업이익 216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전년대비 각각 3.7%, 37.7% 감소했다. 수익성이 더욱 악화된 셈이다.

사업부별로 살펴보면 백화점을 제외하면 할인점, 이커머스, 슈퍼사업부 등의 매출이 모두 감소했다. 특히 이커머스사업부 매출액은 1080억원으로 전년대비 21.5% 줄었다. 영업손실도 1560억원으로 사업부 중에서 가장 컸다.

마트사업부가 320억원 적자를 낸 것과 비교하면 이커머스의 영업손실이 더욱 부각돼 보인다. 매출이 줄고 영업손실이 늘었으나 수치만 놓고 보면 이커머스사업부가 롯데쇼핑 실적 부진의 원인이다.


이커머스사업부의 매출과 영업손익의 동반 감소세는 지난해 8월 실시한 거버넌스 통합과 관련성이 깊다. 구체적으로 백화점과 마트 등 각 사업부에 흩어져 있던 온라인 조직을 비롯한 시스템 및 설비자산(커머스 시스템, 물류센터 자산) 등을 모두 이커머스사업부로 이관했다. 다른 사업부에 흩어져 있던 기능을 통합해 효율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기 위한 변화였다.

자산의 이동 뿐만 아니라 손익 인식 기준도 바뀌었다. 백화점, 마트사업부가 보유한 상품을 롯데온을 통해 판매하면 사업부들은 판매가격을 그대로 매출로 인식한다. 롯데온의 플랫폼을 사용한 댓가인 수수료도 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롯데온을 통한 거래에서 발생하는 물류비 등도 이커머스사업부가 모두 떠안는다.

롯데쇼핑 내 사업부의 상품을 롯데온에서 팔면 이커머스사업부는 매출 인식도 없이 적자만 쌓는 구조다. 반대로 백화점, 마트사업부는 보유한 상품을 판매하면 온전히 사업부의 매출과 이익으로 계상할 수 있다. 이커머스사업부 입장에서는 내부거래가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지난해 4분기 이커머스사업부의 실적이 큰폭으로 저하된 것을 두고 거버넌스 통합 때문이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20년(거버넌스 통합전)과 2021년(거버넌스 통합후) 각각 4분기 순매출액은 304억원과 279억원이다. 작년 4분기에 순매출액은 전년대비 8.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도 228억원에서 488억원으로 커졌다.

다만 거버넌스 통합을 가정해 추산한 2020년 4분기 실적은 2021년 4분기와 비슷한 수준이라는게 이커머스사업부의 설명이다. 2020년과 2021년 각각 4분기 순매출액은 229억원, 279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영업손실도 399억원과 488억원으로 늘어났다. 매출이 늘고 적자가 커졌다.

롯데쇼핑은 그동안 이커머스사업부의 GMV를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이번 실적 발표를 통해 처음으로 수치를 알렸다. 롯데쇼핑 내 사업부들이 롯데온을 통해 거래한 GMV는 2021년 2조4105억원으로 전년대비 48.2% 증가했다. 특히 작년 4분기 기준으로 GMV는 76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4% 늘었다. 결국 이커머스 사업부의 손실은 커졌지만 GMV가 커졌다는 항변인 셈이다.


◇비용 떠안는 이커머스, GMV 확대 역량 집중

롯데쇼핑이 거버넌스 통합으로 이커머스사업부의 수익구조를 다소 불리하게 만든 것은 궁극적으로 GMV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엄밀히 얘기하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백화점과 마트사업부의 온라인 매출을 늘리는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거버넌스 통합 전에는 백화점과 마트사업부가 가진 상품을 롯데온을 통해서 팔면 플랫폼을 사용하는데 따른 수수료 비용과 물류비용 등 감수해야 했다. 이 경우 수익성이 저하되기 때문에 온라인 판매 보다는 오프라인 판매를 더욱 선호할 수밖에 없었다.

큰틀에서 보면 백화점, 마트사업부 등은 이커머스로 이동하는 소비 트렌드를 따라가기 보다 오프라인 채널을 더욱 강화하는데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다. 롯데쇼핑이라는 하나의 법인 측면에서 보면 마이너스 효과다. 결국 각 사업부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기 위해 거버넌스 통합을 실시해 이커머스사업부에 손실을 몰아주는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마트사업부의 실적이다. 롯데쇼핑의 구조조정이 일단락되면서 시장에서는 올해 롯데쇼핑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이커머스사업부의 수익구조 상 GMV가 늘어날 수록 적자를 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마트사업부의 실적 개선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마트사업부는 지난해 매출액 5조7160억원, 영업손실 320억원을 냈다. 전년대비 매출액은 7.2% 줄었고 영업적자는 심화됐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지난해 이커머스사업부의 실적은 거버넌스 통합에 따라 비용이 증가한데 따른 것으로 실적 향상보다는 롯데온의 총 거래액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당분간 쉽지 않겠지만 다른 사업부의 성적이 호전되면서 롯데쇼핑 전반의 실적이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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