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기업 재무관리 비상]IPO에도 불똥 튈까…중대재해 위험군 대기④연기금 등 중대재해 '스코어링' 여부 주목, '중후장대' 기업 안전 고삐
이광호 기자공개 2022-02-22 07:42:39
[편집자주]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기업의 우려는 형사처벌로 인한 경영책임자의 부재였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잠재해 있었다. 신용도에 문제가 없는 기업이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는 이유로만 채권 공모에 실패했다. ‘기업 자금줄’을 흔드는 악재로 비화한 셈이다. 채권은 한 단면이다. 유상증자나 인수금융 등 전방위적으로 조달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더벨이 중대재해가 주는 재무적 파장에 대해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2월 17일 16: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산업계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재무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회사채 뿐만 아니라 기업공개(IPO) 등 주식 발행을 통해 자금 조달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도 중대재해처벌법의 여파를 피해가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매년 시장에서 대규모로 자금을 조달하는 상황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판 하락으로 인해 투자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IB업계에서는 여천NCC의 회사채 미매각 사태와 같은 참사가 IPO나 유상증자 등 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과정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수요예측 과정에서 국내외 기관투자가의 외면으로 무산될 수 있다는 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포문을 연 올해 국내 IPO 시장은 대기업 계열사부터 스타트업에서 덩치를 키운 유니콘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IPO나 증자는 기업 입장에서 투자자들로부터 주식 밸류에이션을 평가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회사채 발행과는 비교할 수 없는 빅 이벤트다.
특히 IPO는 기업이 자본시장에 데뷔하는 이벤트일 뿐만 아니라 대규모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이라는 측면에서 기업에 있어 의미가 적지 않다. 일례로 LG에너지솔루션은 IPO를 통해 1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다. 이 자금은 그대로 해외공장 투자 등에서 소요될 예정이다. IPO를 통한 자금 조달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규모의 확대를 위한 투자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일반적으로 IPO 절차는 수요예측 후 공모가 확정으로 이어진다. 수요예측 단계에서 얼마나 많은 기관들이 참여하는 지가 흥행의 바로미터가 된다. 특히 국민연금공단 등 연기금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최근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국민연금에만 6000억원 규모를 배정했다. 연기금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의 참여 여부도 상당히 민감한 편이다.
결국 여천NCC 사태와 같은 중대재해가 IPO 과정에서 발생할 경우 기관투자가 등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때문에 주요 기관투자가들은 투자의사결정 과정에서 ESG를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일부 자산운용사는 ESG투자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이슈가 발생한 기업에 투자할지 심의하고 있다. 중대재해의 경우 ESG 중 사회책임(S) 기준에 해당한다.
국민연금은 투자하는 자산군에 대한 ESG 투자전략 적용을 일찌감치 확대했다. 국내주식은 물론 국내채권과 해외주식·해외채권까지 적용 대상으로 하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의 ESG 체계 개선은 기후변화와 산업안전 강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기존의 평가체계가 ESG 가운데 지배구조(G)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를 환경(E) 요소인 기후변화, 사회(S) 요소인 산업안전으로 넓혀가는 것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공적 성격이 강한 연기금 특성상 사회적 이슈의 중심에 서거나, 물의를 일으킨 기업에는 굳이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IPO를 준비하는 기업들 중에선 아직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중후장대 산업군에 속하는 업체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IPO 뿐만 아니라 유상증자나 프리 IPO 등 주식 발생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에게 중대재해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라며 "모든 연기금이 스코어링 시스템을 마련하지는 않았지만 ESG 중심의 투자는 대세가 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재계 관계자는 "중대재해 고위험군에 속하는 사업을 영위하는 철강, 화학, 항공, 물류기업들은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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