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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은행 외도에 누가 돌 던지랴 thebell note

김규희 기자공개 2022-03-03 07:55:22

이 기사는 2022년 03월 02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수출입은행 입장에서는 답답한 마음이 컸을 겁니다. 국내 수출기업을 도와 2조원 계약을 따내고 매년 수백억원의 이자이익까지 기대하는 상황이지만 오히려 욕을 먹었으니 말입니다.”

설 연휴 직후 만난 금융권 고위 간부의 말이다. 오랜 기간 직·간접적으로 해외수출금융을 다뤘던 그의 입에서 아쉬운 소리가 튀어나왔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힌 상황에서도 동분서주하며 계약을 따왔는데 박수를 쳐줘도 모자랄망정 비난을 해대고 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수출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수출입은행은 국내 ‘시어머니’의 눈치에 몸살을 앓았다. 지난달 한화디펜스가 이집트를 상대로 체결한 2조원의 K9 자주포 수출계약이 논란이 됐다. 수출입은행이 이집트 정부에 돈을 빌려주고 K9 자주포를 구입하도록 하는 형식이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동 순방 중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게 계약을 추진했다는 우려다. 이집트가 돈을 갚지 않는 경우 무기 수출 계약뿐 아니라 금융 디폴트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오해에 불과하다. ‘특혜’인 것처럼 그려졌으나 실상은 해외수주 사업 대부분이 이같은 방식으로 체결된다. 재정 여력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은 사업에 필요한 재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수출기업에게 금융주선까지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공적수출신용기관(ECA)인 수출입은행은 한화디펜스의 요청을 받아 대출의향서(LOI)를 발급해줬고 지난해 8월과 11월 두 차례 이집트 현지 출장 등을 통해 금융조건에 대해 합의했다. 한화디펜스는 수출입은행의 금융지원에 힘입어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여론에 몸살을 앓자 수출입은행은 잠시 외도를 하는 모양새다. SNS 등 온라인 소통채널을 확보하고 국내 접점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문 업체를 통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홍보 콘텐츠를 제작하고 대국민 소통을 활성화 한다.

매우 생경한 모습이다. 수출입은행은 그동안 수출 활성화 특명을 받아 수출기업과 해외 발주처를 상대해왔다. 국내와 소통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여론과의 간극은 커졌고 결국 오해가 생겼다.

홍보가 활발했다면 이번과 같은 해프닝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수출기반자금 지원 사례는 그동안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2009년 UAE와 186억달러 규모의 원전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2011년 대우조선해양은 인도네시아와 11억달러의 잠수함 3척 수출 계약을 따냈다. 2012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인도네시아에 잠수함과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을 수출하는 과정에도 수출입은행의 금융 지원이 있었다.

국내 소통을 강화한다고 수출 지원 실적이 늘어날리 없지만 이를 나무랄 수도 없다. 불필요한 뭇매로 직원 사기가 떨어지는 상황은 막을 필요가 있다. 수출입은행의 외도에 돌을 던질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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