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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비메모리 경쟁력 점검]TSMC 투자규모 왜 못 따라잡나, 에비타와 비교해보니③파운드리 투자 경쟁에선 밀리나, 현금창출력 웃도는 규모로 캐팩스 집행

김혜란 기자공개 2022-03-21 13:59:37

[편집자주]

삼성전자는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며 반도체 불모지에 씨앗을 심었다. 그 싹이 자라 '세계 1위 메모리 강국'으로 꽃피우기까진 18년이 걸렸다. 2005년에는 파운드리(위탁 생산)에 도전했다. 반도체에 세트(완성품)까지 다 하는 기업은 삼성이 유일하다. 삼성은 2030년 비메모리에서도 1위가 되겠다는 새 비전을 제시하며 반도체 신화 제2막의 장을 열었다. 삼성 반도체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이를 뛰어넘을 미래를 조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16일 10: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시장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쩐의 전쟁'이었다. 파운드리 재도전을 선언한 미국 종합반도체기업(IDM) 인텔이 대규모 투자 전략을 발표했고, 세계 1위 파운드리 대만 TSMC는 역대급 캐팩스(CAPEX,설비투자액) 계획을 내놓으며 질주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구체적으로 확정해 시장에 새롭게 발표한 파운드리 캐팩스는 170달러(약 20조원)다. 삼성은 지난 1월 컨퍼런스콜에서도 캐팩스 계획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 유동적으로 조정할 것"이라고만 했다.

반면 경쟁사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십조원의 새 투자 계획을 제시하며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예고하고 있다. 순현금만 100조원이 넘는 삼성전자가 투자 경쟁에서 주춤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삼성의 캐팩스 숫자 자체는 확실히 적어 보인다.

그러나 삼성은 이미 파운드리 부문에 사업부가 창출하는 에비타(EBITDA, 상각전영업이익)를 훨씬 웃도는 투자금을 집행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메모리와 세트(완성품) 부문까지 모두 키워야 하는 삼성 입장에선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은 데다 당장 이익 창출력이 크지 않은 파운드리에 '올인' 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선제적으로 투자경쟁에 참전하기보다 시장 흐름을 지켜보며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투자 규모 충분한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시장점유율 50%가 넘는 TSMC와 삼성전자(약 17%)가 '1강 1중'의 판세를 형성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5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미세공정으로 반도체 칩을 만들 수 있는 기업도 삼성과 TSMC 두 곳뿐이다. 대만 UMC, 미국 글로벌 파운드리, 중국 SMIC가 그 뒤를 잇고 있으나 모두 한 자릿수 점유율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2030년까지 비메모리 분야에 133조원을 투입해 세계 1위에 오르겠다고 선언('반도체 비전 2030')한 시점은 2019년이다. 목표 시점까진 앞으로 9년 정도가 남았다. '반도체 비전 2030' 선언 이후 삼성이 내놓은 후속조치는 뭐가 있을까.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23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 주지사 관저에서 텍사스 주지사, 존 코닌 상원의원 등 관계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부지로 텍사스시 테일러주 선정 사실을 발표했다. 그랙 애벗 텍사스 주지사(왼쪽), 김기남 삼성전자 회장(자료: 주지사 트위터, 삼성전자)

그 이듬해 경기 평택캠퍼스 'P3'에 극자외선(EUV) 전용 파운드리 라인 구축을 발표하고 착공에 들어갔다. 오랫동안 끌어왔던 미국 2공장 건립 문제도 지난해 말 텍사스 테일러주에 부지를 확정했으며 2분기 첫 삽을 뜬다.

TSMC를 꺾을 비장의 무기로 내세운 최첨단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개발을 위한 투자도 지속했다. 작년엔 기존 투자 규모를 171조원으로 상향했다. 삼성은 지난해 3분기 컨콜에서 "파운드리 부문에서 인프라와 장비 등 전례 없는 투자를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격차 더 벌리는 TSMC, 추격 고삐 죄는 인텔

TSMC나 인텔이 작년부터 상당히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보여주는 것과 비교하면 삼성전자는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상당히 신중한 편이다. 순수 파운드리인 TSMC의 작년 연간 캐팩스는 300억달러(약 37조원) 수준으로 '역대급' 이었다. 올해는 전년 대비 40% 증가한 420억달러(약 51조원)를 투입, 확장전략을 더욱 가속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조 바이든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인텔 역시 적극적인 생산능력(CAPA, 캐파) 확대, 인수·합병(M&A)을 통해 2025년 파운드리 1위를 노리고 있다. 지난해 미국 애리조나주 공장(Fab, 팹) 건설에 200억달러(약 24조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뉴멕시코주 팹 증설, 독일 팹 건립 등을 추가로 내놨다.

현재 인수 추진 중인 이스라엘 파운드리 타워세미컨덕터 인수금액(약 6조원)을 포함, 올해 캐팩스는 약 270억달러(33조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자료FactSet,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TSMC: 파운드리 초격차 지속, 문준호 연구원)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가 지난 4일 내놓은 '글로벌 반도체 설비투자액 관련 자료'를 보면 지난해 대비 올해 설비투자액이 4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13개 기업 순위에 TSMC는 들어갔으나 삼성은 없었다.

TSMC와의 최첨단 미세공정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에 시장점유율을 결정 짓는 건 캐파다. 경쟁사보다 크게 뒤처지면 나중에 판세를 뒤엎기가 힘들다. 국내 반도체 업계 일각에서 삼성이 이 정도의 투자로 비메모리 시장 구도를 뒤엎을 수 있겠냐고 우려하는 이유다.

◇EBITDA 대비 CAPEX 통해 본 'TSMC vs 삼성전자'

TSMC와 비교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투자액은 확실히 적으나 에비타를 두고 비교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TSMC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약 70조원, 28조원 수준이었다.

주요 증권사에 따르면 지난해 TSMC의 에비타는 약 1조724억 대만달러(약 47조원), 영업현금흐름 역시 1조1168억 대만달러로 에비타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작년 캐팩스가 300억달러(약 37조원) 임을 감안하면 번 돈의 상당부분을 재투자에 사용했으나 에비타, 현금흐름 안에서 감당 가능한 셈이다.

삼성반도체는 메모리(디램, 낸드)와 비메모리(파운드리, 시스템LSI)로 구분되는데, 각 사업부를 구분해 캐팩스와 매출, 영업이익을 따로 발표하지는 않는다. 다만 유안타증권을 비롯한 주요 증권사는 작년 비메모리부문 통합 매출액을 20조원 안팎, 영업이익 1조5000억원 내외 수준으로 추산했다.

반도체 부문 전체 매출액이 94조원, 영업이익은 29조원임을 감안하면 비메모리부문의 이익 기여도는 아직 낮은 편이다.

자료:유진투자증권 2022년 반도체 산업 전망 Revision(이승우 센터장)

영업이익에 감가상각비를 더하면 에비타를 구할 수 있는데, 지난해 전체 사업부 감가상각비는 31조2900억원이었으나 사업부별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 반도체 부문 캐팩스는 약 42조원이라고 밝혔으나 역시 사업부별 투입액은 알 수 없다.

다만 한 증권사 연구원은 "지난해 비메모리 부문 투자 규모는 12조원 정도"라며 "40조원을 투자한 TSMC와 비교하면 너무 투자를 안 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사업부의 에비타 기준으로 보면 완전 다른 얘기"라고 말했다. 삼성 측도 "사실 (에비타에 비해) 투자 많이 하고 있는 것"이라며 "성장성이 높은 분야라 앞으로 더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순수파운드리인 TSMC와 달리 삼성의 경우 다른 사업부에서 번 돈을 파운드리에 무작정 투자하는 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메모리 쪽에 재투자해 시장 지위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1위 하려면 당연히 캐파를 더 확보해야 하지만 고객이 없는데 무작정 투자하는 건 망하는 지름길"이라며 "일단 공장이 돌아가기 시작하면 회계적으로 감가상각비가 발생하기 때문에 지금 TSMC수준으로 투자하는 건 무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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