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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금고 쟁탈전]'무거운 왕관'…실속없어도 출혈 경쟁 하는 이유①영예 사업, 단순 손익 저울질 어려워…상대 패 가늠, 고도의 전략 싸움 '시작'

김현정 기자공개 2022-03-28 08:04:11

[편집자주]

4년에 한번 돌아오는 시중은행들의 최대 기관영업, 서울시 금고 유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출연금 및 대출·예금 금리를 너무 과하게 쓰면 실리 없이 출혈만 심해지고 안정성에 무게를 두면 왕관을 놓치게 된다. 이번 입찰의 쟁점을 짚어보는 한편 5월 서울시 금고를 누가 차지하게 될지 시중은행들의 전략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23일 14: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권에선 서울시 금고를 ‘무거운 왕관’에 비유하곤 한다. 화려하고 명예롭지만 이면의 무게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4년전인 2018년 5월 신한은행은 우리은행을 제치고 서울시 금고를 차지했다. 서울시금고는 지난 104년 동안 우리은행이 도맡아 왔던 자리로, 변치 않을 것만 같았던 지위를 가져오기 위해 신한은행은 그만큼 과감한 베팅을 했다.

신한은행은 1금고 출연금으로 3015억원을 냈고 전산망 구축비용으로 1000억원을 제시했다. 이자율로 환산하자면 4년간 연 2%의 비용이 추가로 얹어야 했다. 시금고 은행이 되면서 서울시 정책 사업에 소소하게 지원해야 할 비용들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 3년여간 신한은행이 시금고를 통해 얻은 금전적인 이익은 크지 않다. 작년 말 겨우 서울시 금고 사업이 손익 분기를 넘어 섰다. 그럼에도 신한은행은 서울시 금고 유치에 사활을 걸고 뛰어 들었다. 재탈환을 노리는 우리은행을 포함해 시중 5대 은행이 모두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금전적으론 손실이 있어도 서울시 금고 사업이 갖는 이점이 크다. 서울시가 믿고 맡기는 은행이라는 브랜드 가치에 단순 손익을 따질 수 없을 뿐더러 한국 최대 지자체 금고를 관리한다는 상징성 자체가 크다. 무엇보다 인프라 구축 등 서울시 추진 사업에 가장 먼저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높으며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상징성, 단순 손익계산 넘는 서울시금고 쟁탈전

서울시는 내달 5일부터 11일까지 1금고 지정 제안서를 접수받고 이후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입찰 참여 시중은행들을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다. 2018년의 경우 일주일 정도 나눠 입찰 PT를 진행했다. 4월 안에는 최종 선정을 마치고 5월 금고업무 취급약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서울시금고 금고지기 자리를 놓고 수성과 재탈환, 신규 진입을 위한 시중은행들의 셈법이 복잡하다. 대출 및 예금금리, 전산망 구축을 위한 지출 예정 규모, 서울시와의 협력사업 계획(출연금) 등에 서울시의 구미가 당길 만한 수치를 적어내는 게 유리하지만 이후 부담은 온전히 해당 은행의 몫이기 때문이다.

2018년 서울시 금고지기 자리를 가져온 신한은행은 한동안 금고 탈환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출연금으로 시중은행들 중 가장 높은 3015억원을 내건 데다 전산망 구축 비용으로 1000억원을 지출했기 때문이다.

전산비용의 경우 최초 650억원을 제시했다가 PT 과정에서 350억원이 추가된 것이었다. 즉각적인 추가 지출을 감행할 정도로 의지가 대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사회 결의에서 승인된 규모는 650억원이기에 이는 추후 금감원 종합검사 당시 문제가 돼 과태료가 부과되기도 했다.

4000억원가량의 출연금 및 전산망 구축비용은 고스란히 신한은행의 고정비가 됐다. 1년 평균 10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한 셈이고 이를 서울시 금고의 평균잔액 5조원 정도로 나눈다면 4년간 연평균 2%의 비용이 추가로 얹어지는 격이다.

최근 3년가량 이어진 저금리 국면에서 예수금에 대한 이자비용과 출연금에 해당하는 기부금, IT 비용 등을 모두 합친 코스트를 넘어서는 운용수익률을 내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소소하게 들어가는 서울시 지원 비용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시 시민들의 편의성을 위한 사업이나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정책금융 상품 역시 금고 은행이 앞장서게 된다.

고신용자인 서울시청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과 서울시 산하기관에 대한 영업 모두 별개의 영역이다. 서울시 금고를 맡게 된다고 해서 임직원들의 금융 자산까지 자연스레 넘어오는 것은 아니다. 오로지 서울시 금고만을 가져오는 것이고 개별 영업은 은행의 몫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금고를 차지하려는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한 이유는 단순 숫자로 헤아릴 수 없는 유·무형의 가치 때문이다.

우선 한국 최대 지자체 금고를 관리한다는 상징성이 크다. 서울시가 믿고 거래한다는 측면에서 은행 신뢰도를 공인받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영예 사업’이라고 평가되는 이유다.

서울시 사업 참여에도 유리하다. 인프라 구축 등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사업에 아무래도 금고 은행이 가장 먼저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중요 사업과 관련해 정보 접근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유동성 확보에도 긍정적이다. 서울시 1금고는 44조2000 억원 규모, 기금은 약 3조5000억원 규모다. 수시로 입·출금 되더라도 평균 잔액 규모가 상당하다. 대략 5조원 정도는 평균잔액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 해 예수금 증가분이 통상 22조원 정도인데 5조원을 기본적으로 깔고 있다는 것은 예대율 관리 등에서 긍정적인 부분이다. 2020년 원화 예대율규제 강화 조치를 앞두고 타행들이 특판 등으로 예수금 끌어모으기에 분주했을 당시 신한은행만 여유로웠다. 이를 놓고 ‘서울시금고 효과’로 평가하기도 했다.

서울시 금고를 맡게 되면 타 지자체 금고 선정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는 점도 입찰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신한 ‘수성’ VS 우리 ‘재탈환’ VS KB국민·하나·농협 ‘도전’

현재 5대 시중은행들 모두 서울시 금고 입찰을 둘러싸고 상대 패를 가늠하며 전략 싸움을 벌이고 있다. 낙찰이라는 최종 목표는 같지만 이를 달성해야 하는 이유는 각기 다르다. 이에 따른 절박함의 정도가 승패를 가를 수도 있다.

서울시 금고지기인 신한은행은 수성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 3년 동안 시금고를 운영하면서 거액을 들여 전산 시스템을 이미 구축·정비해놓은 만큼 앞으로도 금고 유치를 이어나가길 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서울시청 및 기관영업에 정통한 임직원들을 작년 연말 인사에서 서울시 영업 일선으로 배치했다. 신한은행이 기존 금고지기라는 점에서 서울시가 현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우리은행은 104년간 서울시 금고를 운영했던 기관영업 ‘강자’인 만큼 재탈환 의지가 높다. 서울시금고를 오랜 시간 관리하면서 구축해온 고도의 전산능력이 든든할 뿐 아니라 서울 구금고와의 시너지가 높다는 강점도 보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서울시 25개구 가운데 5개를 제외한 20개 구에 1·2금고를 맡고 있다. 이 밖에 서울시청에 관한 구석구석을 가장 오랜 기간 파악해왔다는 점에서 서울시와의 호흡도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은행은 뜻밖의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는 다크호스로 평가된다. 취임 첫 해 눈에 띄는 쾌거에 이만한 이슈가 없다는 점에서 이재근 신임 행장이 풍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과감한 베팅을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 2018년 입찰 당시 신한은행 다음으로 많은 출연금을 제시한 곳이 바로 국민은행이었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자체 금고 영업에서는 다소 보수적인 스탠스를 보여왔다. 다만 대전시 등에서 안정적인 입지를 구축한 경험이 있는 만큼 서울시 금고 입찰에서 어필할 부분이 있다.

농협은행은 여러 지방 자치단체에서 광활한 운영권을 확보하고 있는 곳이다. 지방은행들도 지방의 시금고나 구금고의 적수로 시중은행 가운데 농협은행을 먼저 꼽는다. 현재 담당 중인 380여개 시금고 중 절반가량의 계약이 올해 만료되는 만큼 거대 수익원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어디가 얼마를 써낼지 정보 싸움, 눈치싸움이 펼쳐지고 있다”며 “큰 기회일수록 최대한 고민하고 결정을 내리기 마련인 만큼 각행별로 전략을 잘 짜서 대부분 최대한 늦게 의사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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