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5월 26일 07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올해를 기점으로 순수지주사에서 사업지주사로의 전환을 본격화한다. LNG나 수소, 자율주행 등 친환경 디지털 선박 관련 기자재 분야에서 신사업을 발굴해 수익을 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오너3세 정기선 사장이 대표이사에 올라 한국조선해양의 변신을 지휘한다.눈길이 가는 지점은 한국조선해양이 직접 기자재 생산을 하지 않고 라이선서(Licensor)로서 기술 로열티를 받는 데 머무르려 한다는 것이다. 생산은 국내 기자재업체들이 맡는다. 이런 방식에 무언가 이유가 있는 것일까. 한국조선해양 관계자의 설명은 간단했다. “지금까지 기자재업체들과 같이 왔습니다. 앞으로도 같이 가는 거죠.”
일반적으로 배 1척을 건조할 때 조선사가 30%를, 기자재업체 및 협력회사가 나머지 70%를 담당한다고 한다. 한국조선해양이 신사업에서 동반성장을 내세우는 것은 기업의 사회공헌이나 ESG 같은 거창한 가치 때문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냥 조선업계의 생존 방식이 그렇다. 조선사와 거래하는 기자재업체가 장기적 생존성을 확보할 수 없다면 조선사도 결국은 공멸한다.
한국조선해양이라는 사명(社名)은 한국의 대표 조선사로 성장하겠다는 식의 ‘기원’을 담은 것이 아니다. 한국조선해양은 글로벌 수주잔량 점유율 1위(자회사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합산 기준) 조선사다. 이미 한국 조선업의 대표라고 봐도 틀리지 않다.
한국 대표 조선사로서 한국조선해양은 한국 조선업 생태계를 떠받치는 사명(使命)이 있다. 정 사장에 앞서 한국조선해양의 대표이사를 맡았던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은 취임사에서 “우리나라 조선업 전체 생태계를 지킴으로서 우리 조선업의 미래를 책임지는 역할, 그것이 우리 한국조선해양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대형 조선3사가 직접 거느린 사내협력사들을 제외하면 국내 기자재업체들 대부분은 3사와 모두 거래한다. 한국조선해양 신사업의 성패는 한국조선해양 한 회사의 미래를 넘어 한국 조선해양 생태계의 미래를 흔들 만큼의 영향력이 충분히 있다.
때문에 정 사장이 그룹 지주사 HD현대의 대표이사뿐만 아니라 조선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의 대표이사까지 겸임하는 것에서 무언가가 느껴진다. 단순히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는 것을 넘어 한국 조선업의 대표라는 사명(社名)과 한국 조선업 생태계를 지키는 사명(使命)의 무게도 함께 짊어질 준비가 됐다고 말하는 것만 같다.
친환경 디지털 선박의 기자재시장은 콩스버그나 바르질라 등 유럽 선진 기자재업체들의 텃밭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이들의 지배력을 뚫고 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을까. 정 사장이 사명의 무게를 잘 짊어질 수 있을지를 지켜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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