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증권, VC사업부 '그룹 해외사업' 발판 다진다 '동남아시아 디지털혁신펀드' 결성, 교보생명과 시너지 발휘
김지원 기자공개 2022-06-09 07:08:56
이 기사는 2022년 06월 07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교보증권이 해외 사업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VC사업부가 결성한 해외 스타트업 투자 펀드를 기반으로 해외 진출은 물론 디지털 전환까지 꾀한다는 계획이다.교보증권 VC사업부는 모회사인 교보생명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동남아시아에서 첫발을 내디뎠다. 핀테크 등 기술 중심의 혁신 스타트업에 투자해 동남아시아의 디지털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다.
◇1호 펀드에서 파생…동남아 혁신 스타트업 투자
7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교보증권은 지난달 '동남아시아 디지털혁신펀드'를 결성했다. 이 펀드는 싱가포르 VCC(Variable Capital Company) Act에 따라 신설된 기업구조 투자펀드로 투자 기간은 5년이다. 최소 5000만달러에서 최대 7500만달러 규모로 운영될 예정이다. 투자자는 주로 일본과 동남아시아에서 모집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SBI 홀딩스에서 동남아시아 투자를 맡고있는 'SBI Ven Capital'과 난양공과대학교의 자회사 'NTUitive'가 공동업무집행조합원(Co-GP)으로 펀드를 운용한다.
SBI Ven Capital은 일본계 금융 그룹 SBI 산하의 벤처 캐피탈로, 핀테크에 특화된 하우스로 정평이 나 있다. 동남아시아에서의 투자 경험이 풍부해 교보증권과 손을 잡게 됐다. NTUitive는 IP(지적재산권)를 통한 사업 능력이 뛰어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교보증권 VC사업부가 주로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만큼 NTUitive는 기술에 대한 검증을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VC사업부는 2020년 10월 신희진 이사의 교보증권 합류와 동시에 만들어졌다. 작년 8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신기술사업금융업' 라이센스를 취득했다. 현재 VC사업부는 신희진 이사를 포함해 총 7명으로 구성돼있다. 하반기에 추가로 인력을 충원해 규모를 키워나갈 계획이다.
VC사업부는 조직을 꾸린 지 약 1년 만에 교보생명과 함께 2000억원 규모의 '교보신기술투자조합 1호' 펀드를 결성했다. 1호 펀드의 만기는 8년으로 교보생명이 1750억원, 교보증권이 250억원을 출자했다. △문화·콘텐츠 △금융투자·핀테크 △헬스케어 △교육 4개 테마가 투자의 핵심 키워드다. 이후 2호 펀드는 한국에서 결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동남아시아 디지털혁신펀드'는 1호 펀드에서 파생된 펀드다. VC사업부는 1호 펀드를 결성할 때부터 해외 진출에 대한 계획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올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동남아 스타트업 투자 사업을 준비해 상반기에 해당 펀드의 윤곽을 잡았다. 1호 펀드의 재원인 2000억원 중 일부를 투자해 현재 1차 클로징을 마친 상태로, 10개 내외 기업에 투자한 것으로 파악된다. 향후 18개월 동안 펀드레이징을 진행할 계획이다.
주요 투자 대상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의 동남아시아 지역과 인도,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 소재 초기 스타트업이다. 핀테크, 헬스케어, 인프라테크, 에드테크, 아그리테크 등 기술 중심의 혁신 스타트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교보생명과 '원팀' 전략…그룹 해외 진출 앞장선다
교보증권 VC사업부가 첫 해외 투자처로 동남아시아를 택한 건 모그룹인 교보생명의 과거 사업 방향과 맞닿아있다. 교보생명은 이전에 미얀마 등에서 사업 진출을 시도했으나 군사 쿠데타로 차질을 빚었다. 당시 전통 보험사 사업 확장이 목표였으나 교보증권의 VC사업부는 다른 길을 택했다. 진출하는 지역은 동일하지만 디지털 플랫폼에 투자해 해외 사업 기반을 다지는 것이 이번 펀드의 목표다.
미래에 투자하는 VC사업부가 먼저 길을 닦아놓은 뒤 교보생명이 이후 해외 진출을 시도하면 미래에 두 사업이 만나 시너지를 낸다는 청사진이다. 이번 사업은 최종적으로 교보그룹의 해외 진출 계획과 궤를 같이 하기 때문에 VC사업부는 그룹과 긴밀히 소통하며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교보생명의 오픈이노베이션팀과 소통 중인 것으로 관측된다.
VC사업부는 교보그룹의 DBS(디지털혁신전략)에 부합하는 기업들을 우선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그룹을 대표해 후보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평가한 뒤 최종적으로 그룹과의 시너지 모델을 검증하고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CVC 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교보증권 신희진 이사는 "교보생명이 해외에 구축해놓은 인프라를 바탕으로 VC사업부가 새로운 투자 기회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룹과 방향이 맞으면 장기적으로 동남아시아 이외의 지역에까지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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