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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하이엔드 브랜드]DL이앤씨 '아크로', 적용범위 확대 '아쉬움'수주전 곳곳에 활용 불구 승률 '제각각'

전기룡 기자공개 2022-06-09 08:01:05

[편집자주]

하이엔드 브랜드의 상징성이 점차 퇴색하고 있다. 과거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분양가가 책정되거나 강남 같은 특정 지역에만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해왔다. '꿈의 아파트'로 여겨졌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치열해진 경쟁 탓에 '자격 미달'인 아파트에도 하이엔드 브랜드를 남발하는 사례가 많다. 주요 건설사의 하이엔드 브랜드가 처한 상황은 어떤지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07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DL이앤씨의 '아크로'는 불과 10여년전만 하더라도 주상복합에 적용되던 브랜드였다. 과거 주상복합이 곧 고급 아파트란 인식이 존재했기에 성격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주상복합때부터 자리잡은 '고급'이라는 이미지를 갈고 닦아 재탄생시킨 게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인 셈이다.

지주사인 DL이 '아크로빌(1998년)'을 시작으로 '아크로텔(2000년)', '아크로타운(2000년)', '아크로타워(2009년)' 등 상표권을 일찌감치 등록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대표적인 단지로는 서울 강남구 소재 '대림아크로빌'이나 서초구에 위치한 '방배아크로타워' 등이 있다.

이후 아크로는 '아크로 리버파크'를 분양하면서 하이엔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아크로 리버파크는 2014년 이뤄진 2회차 분양에서 전용 112㎡형이 22억5100만원에 분양됐다. 3.3㎡당 분양가로 환산하면 5000만8000원으로 이는 역대 최고가였다.

아크로 리버파크는 집값 상승 기조에 힘입어 다시 한 번 이름값을 높였다. 2019년 전용 59㎡형이 24억원에 매매돼 3.3㎡당 1억원 시대를 연 것이다. '아크로리버뷰신반포', '아크로 리버하임', '아크로 리버마크' 등 한강변에 랜드마크 단지가 들어선 것도 아크로 리버파크에서의 성과가 주효했다.

◇아크로 vs e편한세상, 3.3㎡당 평균 건축비 800만원 차이

DL이앤씨는 아크로의 입지가 올라선 만큼 같은 해 말 브랜드 리뉴얼 작업에 들어갔다. 기존에는 주택 브랜드 'e편한세상'과 오렌지 구름 형태의 심볼을 공통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바뀐 BI(Brand identity)에는 브랜드명을 전면에 배치시켜 e편한세상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브랜드 리뉴얼과 함께 '아크로 갤러리'도 오픈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아크로 갤러리는 아크로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전시공간이다. 아크로가 입지를 비롯해 기술, 품질, 디자인 등 모든 요소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을 피력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최근 분양 단지인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를 살펴봐도 DL이앤씨가 내세운 고급화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는 공사기간만 4년을 잡았던 단지다. 통상적으로 아파트를 지을 때 3년가량 소요된다는 점에 미루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실제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는 아크로 리버파크에 이어 서울시 건축위원회 우수디자인 인증 2호 아파트에 선정되기도 했다. 해당 인증을 통해 DL이앤씨는 뛰어난 외관을 인정받는 동시에 수요자들에게 발코니면적을 최대 30% 상향시킬 수 있는 특혜를 제공할 수 있었다.

독일 최고급 주방가구인 라이히트(LEICHT) 등 고급 자재와 마감재가 적용된 만큼 건축비면에서도 e편한세상 단지와 격차가 상당했다.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는 2017년 9월 일반분양을 진행할 때 3.3㎡ 평균 건축비로 1875만원을 책정한 바 있다.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보다 한 달여 전에 분양한 'e편한세상 구리수택'은 일반분양 735가구 기준 3.3㎡당 평균 건축비가 1108만원에 그쳤다. 같은 해 5월 분양한 'e편한세상 추동공원2차'의 3.3㎡당 평균 건축비도 1047만원정도다.


◇수주전서 연이은 고배…브랜드 입지 구축 필요

다만 아쉬운 점은 아크로가 하이엔드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것과 달리 굵직굵직한 수주전에서는 고배를 마셨다는데 있다. 대표적으로는 단군 이래 최대 재개발사업인 한남3구역 수주전에서 현대건설에 시공권을 내준 것이 꼽힌다.

2020년 6월 이뤄진 시공사 선정총회에서 DL이앤씨는 현대건설과 접전을 펼쳤다. 첫 투표에서는 과반 득표를 받은 곳이 없어 현대건설과 결선투표를 다시 한 번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DL이앤씨는 151표 차이로 한남3구역의 시공사에 선정되지 못했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에서 큰 득표차로 수주전에서 패배한 것도 쓰라린 기억이다. DL이앤씨는 2020년 4월 열린 시공사 선정총회에서 전체 166표 중 18표를 받는데 그쳤다. 당시 DL이앤씨는 신반포15차에 '아크로 원 하이드'라는 단지명을 제안한 바 있다.

DL이앤씨가 과거 아크로를 강남권과 한강변에 적용하던 것에서 범위를 넓히기 시작한 것도 주요 수주전에서 성과가 더디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는 서울 외곽 지역은 물론 지방 광역시와 경기 안양 등에 아크로 적용이 결정된 상태다.

수주를 위해 아크로 카드를 꺼낸 경우도 있다. DL이앤씨는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6구역 수주전에서 당초 '드레브372'라는 단지명을 제안했다. 그러나 경쟁사가 하이엔드 브랜드를 제시하자 급히 '아크로 드레브372'로 단지명을 바꿨다. 당시 DL이앤씨가 56%정도의 득표율로 시공사에 선정된 만큼 아크로를 제시하지 않았더라면 결과가 바뀌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마지막 분양 단지가 2017년이라는 점도 아쉽다. DL이앤씨는 아크로를 하이엔드 브랜드로 론칭한 첫 해 1조6362억원 수준이었던 주택부문 매출을 2017년 6조8545억원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후에는 점차 감소하기 시작하더니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5조773억원에 머물러있다. 과거 지주사인 DL과 사업회사인 DL이앤씨로의 분할이 이뤄졌기에 2020년까지는 DL(구 대림산업)의 주택부문 실적을, 2021년은 DL이앤씨의 실적을 각각 반영했다.

한편 DL이앤씨는 △입지 △시세 △독보적인 상품과 서비스 △랜드마크 디자인 △혁신적인 기술과 품질 △품질기준에 부합하는 공사비 △향후 미래가치 △분양성 등 요소를 기초로 아크로 적용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회사 내 의사결정기구인 '브랜드 커미티'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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