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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구조조정 포트폴리오 점검]'강석훈 체제' 속 대한항공, 아시아나 인수 완주할까⑧이동걸 전 회장 합병 드라이브 동력 상실 우려...통합 후 사업 정상화가 핵심

김서영 기자공개 2022-08-25 08:08:42

[편집자주]

KDB산업은행은 한국 산업계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기업금융부문과 구조조정본부로 대변되는 산은의 기업금융 시스템은 경제 상황과 기업 여건 등 변화에 맞춰 모습을 달리해 왔다. 최근 몇 년 산은은 기업 구조조정이란 숙제를 푸는데 진땀을 빼고 있다. 성공한 구조조정도 있었지만 여전히 출구를 찾지 못한 기업들도 많다. 더벨은 산은 기업구조조정 시스템을 살펴보고 현재 남아 있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을 집중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24일 07: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은 구조조정에 있어 원칙을 가장 중시해왔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산은이 가장 강조한 원칙은 다름 아닌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이었다. 한진그룹 경영에 강력한 견제 장치를 심어뒀다. 기업의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에 산은 측 사외이사를 진입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그만큼 이동걸 전 산은 회장의 항공업 재편 의지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제 주사위는 강석훈 신임 회장에게 돌아갔다. 강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이 2년 가까이 지연됐다. 항공업계에서는 불승인 결정이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무엇보다 화물 호황이 끝난 후에도 대한항공의 영업력이 유지될 수 있을지도 따져봐야 한다.

더욱이 전임 이동걸 전 회장이 추진했던 일이란 점에서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석훈호'가 항공업 구조조정을 매듭지을 수 있을 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강석훈 체제' 맞은 항공 빅딜...M&A 속력 유지될까

2020년 11월 이동걸 전 산은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M&A에 대해 "투입되는 자금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두 회사를 합병할 필요가 있다"며 "그 방법만이 우리(산은)가 국민 세금을 최소화하는 방법이고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는 예상하에 이런 작업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업계 재편을 누차 강조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산은이 결과적으로 구조조정 이상의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자로 낙점된 당시 한진그룹은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었다.

2020년 11월 산은이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자해 지분율 10.66%를 확보하며 경영권 분쟁이 사그라졌다.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자 항공업계를 재편해야 할 사명을 안은 산은과 경영권 방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것이란 분석이 주를 이뤘다.

경영권 분쟁 이전부터 한진그룹은 오너 일가를 향한 크고 작은 구설로 세간의 시선이 곱지 못했다. 덩달아 산은도 오너 리스크를 안고 있는 한진그룹에 백기사를 자청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를 의식한 영향인지 산은은 한진그룹의 지주사 한진칼에 강력한 경영 견제장치를 심어 뒀다.
(출처: 산업은행 한진칼 투자합의서)
산은은 한진칼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조 회장에게 산은 추천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 등 '7대 의무'를 부과했고 윤리경영위원회 설치 등도 요구했다. 산은이 추천한 사외이사는 △최방길 한국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위원장 △한재준 한국금융정보학회 부회장 △김효권 법무법인 퍼스트 대표변호사 등 3인이다.

이동걸 시대가 저물고 강석훈 시대가 새로 열렸다. 강 회장은 전임 회장 색깔 지우기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강 회장이 이 전 회장의 유산을 이어받아 같은 기조로 항공업 구조조정 과제를 완수할지 주목된다.

이들은 비슷한 발자취를 걸어왔다. 10살 차이가 나지만, 두 사람 모두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또 미국 유학 생활을 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또 이 전 회장은 김대중, 강 회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실에서 근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강력한 구조조정을 시행해야 한다는 생각하는 것도 같다.

다만 항공 빅딜을 가운데 두고 M&A 초반과 지금의 상황은 달라졌다. 기업결합 심사 절차가 지지부진한 상황이고 산은의 부산 이전 등 내부 현안이 산적해 있다. 강 회장이 이 전 회장과 같은 동력으로 아시아나항공 M&A를 끌어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포스트 코로나' 여객이냐 화물이냐...통합 FSC 수익성 관건

산은의 M&A 드라이브와 별개로 대한항공의 인수 여력도 따져봐야 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같은 항공운송업을 영위한다. 2020년 당시 산은은 중복 노선을 합리적으로 재편하거나 정비 비용을 절감하는 등 구조조정 시너지를 통해 연간 3000억원의 수익 효과가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같은 항공업을 영위한다는 것은 시너지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리스크를 안고 있다. 항공업은 정치·외교, 유가 등에 민감한 산업군으로 대외 환경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양사 합병 뒤 업황이 나빠지면 몸집이 커진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 타격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이들 통합 FSC(대형 항공사) 아래에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통합 LCC(저비용 항공사)를 둔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결국 인수 주체인 대한항공 자체 역량이 중요하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치자 여객을 화물 운송으로 발 빠르게 전환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보다 규모가 크기 때문에 화물 운송 사업 전환 효과가 더 컸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 매출액은 9조168억원, 영업이익은 1조4180억원이었다. 전년 말과 비교해 각각 18.5%, 1201.9% 뛴 수치다. 전체 매출액의 70%는 화물 운송에서 비롯됐다.

당분간 화물 호황이 계속된다지만 결국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여객 운송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여객 운송은 화물 운송보다 비용 부담이 크다. 인건비와 공항이용료, 조업료 등이 영업비용의 40%를 차지한다. 대한항공은 포스크 코로나 시대를 맞을 준비에 더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사업 정상화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여객 운송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했던 2010년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0~2020년 10년 동안 2010년, 2012년, 2017년을 제외하면 매년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기 전인 2019년 말 에비타(EBITDA)는 2조3401억원이었으나 당기순손실은 6227억원으로 수익성이 좋지 못했다.

재무구조 개선이 핵심이다. 대한항공의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275%다. 지난해 3월 진행한 3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부채비율이 359%p 낮아졌다. 산은은 한진칼에 9453억원,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성사된다면 통합 FSC가 산은에 갚아 나가야 할 금액은 2조원에 달한다. 통합 FSC가 영업이익으로 해당 자금을 갚아 나갈 체력을 만들어 갈지를 모니터링해야 하는 것도 산은의 역할이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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