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에 지분 증여하자 주식 사모으는 맏딸…노루그룹에 무슨 일이 3세 한경원 실장 지주사 지분율 두 달만에 0.11%→1.43%, 분쟁 불씨 가능성은
김위수 기자공개 2022-08-26 07:25:00
이 기사는 2022년 08월 24일 15: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노루그룹 3세인 한경원 노루서울디자인스튜디오(NSDS) 실장의 지분율이 어느덧 1.4%를 넘어섰다. 지난 6월 지분매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0.11%에 불과했던 지분율이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열 배 넘게 올랐다.한영재 노루그룹 회장의 장녀인 한 실장의 지분매입 행보에 대해 다양한 추측이 오간다. 확실한 점은 현재 노루그룹 승계가 현재로서는 장남인 한원석 전무를 중심으로 굳혀진 상태라는 점이다. 승계구도를 뒤집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한 실장의 지분 확보에 특별한 이유가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24일 한 실장이 보유한 노루홀딩스 주식은 19만3326주로 나타났다. 지분율은 1.43%에 불과하지만 지분을 확보하는 속도가 빠르다. 지난해 5월에만 해도 한 실장 보유 주식수가 1만4098주였는데, 6월부터 약 2개월간 진행된 지분매입으로 주식수가 18만주 가까이 늘어났다.
한 실장은 6월 10일부터 거의 매일 지분을 사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지난 7월 한 달 중 지분매입이 이뤄진 날은 16일이다. 영업일인 21일 중 단 5일만 빼놓고 지분매입에 나선 셈이다. 노루그룹 측은 "투자 차원이 아닐까 싶다"라고 설명했다. 지분 매입이 노루그룹이 아닌 개인적인 차원으로 진행 중인 일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아직까지 한 실장의 지분율은 노루홀딩스에서 크게 두드러지는 수준은 아니다. 현재 아버지인 한영재 회장이 노루홀딩스의 지분 30.02%를 보유 중이고, 노루그룹 후계자로 지목되는 한원석 전무와 한 전무 개인 회사인 디아이티가 각각 지분 3.68%와 4.43%를 가지고 있다.
이밖에 1%대 지분율을 유지하는 친인척들이 다수 있다. 이 중에서는 현재 한 실장의 지분율인 1.43%보다 소폭 높은 수치도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지분매입 추세로는 한 실장이 이들의 지분율을 앞지르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한 실장이 지분을 사모으는 배경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모인다. 노루홀딩스 측의 설명처럼 단순한 투자 차원일 수도 있겠으나 현재 그룹의 승계작업이 진행 중인만큼 숨겨진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실장은 노루그룹 승계구도에서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 동생인 한 전무가 노루그룹을 물려받는 것이 사실상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루그룹은 장자승계를 원칙으로 하고있다.
이미 한 회장은 2016년 말 노루홀딩스 주식 41만주를 블록딜로 한 전무에게 넘겼다. 이를 통해 한 전무는 지분율을 3.23%로 단숨에 높일 수 있었다. 당시 한 전무가 지분매입을 위해 들인 돈은 약 61억원이었는데, 자금은 한 회장과 한 전무가 소유했던 비상장사 노루로지넷 지분을 노루홀딩스에 매각해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에도 한 회장은 한 전무가 최대주주로 있는 IT기업 디아이티에 노루홀딩스 지분 4.51%를 매각했다. 말하자면 한 전무에게 노루그룹을 물려주기 위해 계열사들을 동원했다.
두 남매가 노루그룹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에도 큰 차이가 있다. 한 전무는 현재 노루홀딩스를 비롯해 노루페인트·노루코일코팅·노루오토코팅·노루알앤씨 등 주요 계열사들과 그룹의 신사업을 맡은 더기반과 같은 곳의 임원으로 올라있다.
반면 한 실장의 경우 아직 계열사 임원명단에서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노루홀딩스에서 컨설팅·디자인 사업을 담당하는 곳의 부장급 직책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와 더불어 계열사 노루페인트의 노루서울디자인스튜디오(NSDS)를 총괄하고 있다. 일반적인 직원들에 비하면 빠른 승진이겠지만 동생인 한 전무와 비교하면 그룹에서의 역할 차이가 큰 점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한 전무를 향한 승계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한 실장의 지분이 어디까지 오를지 주목된다. 승계구도에서 한참 밀려있는 가족 구성원이 유력 후계자에 대한 눈에 띄는 지분 증여가 이뤄진 뒤 지분 매입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한 실장이 노루홀딩스 지분 매입을 시작한 것은 지난 5월 한 회장이 한 전무에게 우회적으로 지분 증여를 한지 불과 한달 뒤다.
다만 이 경우 한 실장이 지분율 차이를 메울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현재 최대주주인 한 회장의 지분율은 30.02%, 한 전무가 직·간접적으로 보유 중인 노루홀딩스 지분은 8.26%이다. 이에 비해 한 실장의 지분율은 1.43%에 불과하다.
한 실장이 지분율을 8%대로만 끌어올리려고 해도 100억원 안팎의 현금이 필요하다. 한 실장의 지분매입을 위한 취득자금 조성경위는 '근로소득 등'이라고 명시돼있다. 노루그룹 비상장 계열사들을 살펴봐도 한 실장이 주요주주로 이름을 올린 곳은 없다. 자금 활용에 있어 한 전무에 비해 제한적인 입장인만큼 현금을 얼마나 확보했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
이밖에도 한 실장의 지분 매입이 그룹 내 단순 지배력 확대를 위한 작업이다, 승계작업상 지분 정리 차원이다 등의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는 지분매입의 배경을 특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실장의 지분율이 2~3% 수준으로 높아질 경우 노루홀딩스 측에서도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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