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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매크로 리스크 점검]대출자산 팽창시대 종말…손실 관리 능력 키워라②'중기·소호·신용' 대출 중심 자산성장…대규모 리스크 부메랑 맞았다

고설봉 기자공개 2022-10-25 07:20:17

[편집자주]

은행을 중심으로 호황기를 구가했던 금융지주사들이 거대한 변화에 직면했다. 최근 몇 년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대출자산을 늘리며 초고속 성장해왔지만 글로벌 긴축 모드에 변동성이 확대되는 뉴노멀 시대가 도래했다.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와 인플레이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 등에 따른 리스크는 과거보다 크고 다양해졌다. 더벨은 매크로 환경 변화에 대응해 각 금융지주사들이 어떤 대응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18일 15: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매크로 환경 변화는 금융지주사 생존 전략에 근원적인 고민을 던지고 있다. 전쟁과 글로벌 경기 침체, 인플레이션 등으로 이어지는 혼란은 금융사들을 위협하는 리스크로 발전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가 만들어낸 파장은 직간접적으로 영업자산 전반에 걸쳐 부실화를 부채질 하는 모습이다.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금융지주사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대출자산 확대를 통한 이자수익 확보 전략은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이자율이 오르면서 기존 대출자산에서 거둬들이는 이자수익은 늘어날 수 있지만, 과거처럼 적극적으로 대출자산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리스크 관리 비용을 더 많이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잠재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발굴해 잘 관리하고 이미 불거진 리스크를 최대한 컨트롤해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각 금융지주사 경쟁력을 가를 변수다. 자산건전성과 자본적정성을 지켜내는 일이 숙제로 던져졌다.

◇대출자산 증가에 힘입은 금융지주사 호황

최근 몇 년 금융지주사들은 대출자산을 대거 늘리며 수익기반을 넓혀왔다. 특히 주력인 은행업에서 이러한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저금리와 코로나19 등으로 대출수요가 몰린 상황에서 각 은행들은 자산성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은행들의 대출자산은 매년 두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의 원화대출금 단순 합계는 2019년 12월 말 1138조8707억원에서 2021년 12월 말 1358조6599억원으로 19.3% 성장했다.

세부적으로 기업대출 가운데 개인사업자 대출이 증가세가 가장 가팔랐다. 같은 기간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율은 25.19%로 원화대출금 증가율을 크게 앞섰다. 뒤를 이어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이 24.65%로 집계됐다. 가계대출에선 신용대출 증가율이 17.46%로 높았다.


상대적으로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등에서 대출을 크게 늘렸다. 정부의 정책자금이 은행을 통해 풀린 것도 중소기업 대출을 늘린데 한 몫했다. 가계대출에선 개인들이 신용대출을 크게 늘렸는데, 저금리를 활용한 ‘빚투’와 ‘영끌’ 등 열풍이 신용대출 증가세를 부추긴 것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은행 중심의 대출자산 성장은 금융지주사 실적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대출자산 성장 효과로 이자수익이 크게 증가며 은행의 순이익이 큰폭 성장했다. 2019년 9조9307억원 수준이던 5대 은행 순이익 합계는 지난해 11조5866억원으로 16.67% 늘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금융지주사 내 은행에 대한 순이익 의존도는 낮아지는 추세였다. 하지만 최근 대출자산 확대로 은행의 순이익이 증가하면서 각 금융지주사의 은행에 대한 의존도도 다시 높아졌다.


◇유예상품과 빚투·영끌의 그늘, 취약차주 늘어난다

올해 각 금융지주사 및 은행들은 경고등을 켜고 대출자산 추이를 면밀하게 관리하고 있다. 특히 기존 대출의 연체율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또 만기 연장 때 담보물과 차주의 신용도 변동 등을 점검해 리스크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금융지주사들이 가장 경계하는 리스크는 대출자산의 부실화다. 코로나19 기간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에 정부 차원에서 지원한 정책자금 등은 이미 손실이 발생한 자산으로 평가된다. 특히 원금과 이자를 모두 유예하며 버티기에 들어간 차주의 대출자산은 원금 회수조차 위험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현재 57만명의 차주가 총 141조원 규모의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상품을 이용하고 있다. 53만4000명의 대출자가 124조7000억원의 만기연장 상품을 이용하고 있다. 상환유예 상품을 이용 중인 차주는 3만8000명, 16조7000억원 규모다.

5대 은행이 국내 대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달한다. 산술적으로 5대 은행이 떠안고 있는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상품 규모는 최소 127조원으로 추산된다. 각 은행별로 25조원 가량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강달러 등으로 기업환경이 얼어 붙었다는 점이다. 특히 중소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더 어렵다. 원자재값 상승으로 생산원가가 높아진 가운데 판매는 감소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소상공인 역시 물가 인상과 소비 침체로 어려움에 직면했다.

또 다른 리스크는 저금리 시대 유행처럼 번진 ‘빚투’와 ‘영끌’이다. 이들 자산은 은행들에는 양면의 칼이었다. 대출자산의 꾸준한 증가의 일등공신이었지만 역으로 자금의 용처가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자금들은 대부분 부동산과 주식 시장에 흘러들어갔다.

최근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등으로 부동산과 주식 시장이 얼어붙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은 전·월세와 매매 등 모든 지표가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일부 규제가 풀리고 매물이 늘면서 기대감도 커졌지만 오히려 거래 절벽에 낙폭은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일 조사 기준 이번주 서울 아파트값은 10년1개월여 만에, 수도권과 전국 아파트값은 2012년 5월 시세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제 막 시작됐고, 내년 더 큰 폭의 하락장이 올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한때 30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 지수는 최근 2200선에 머물고 있다. 900선을 넘보던 코스닥 지수도 최근 680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외 기관들은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거시경제 불안과 자산 가격 변동 등 영향으로 박스권에 갇혀 하락 압력을 크게 받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결과적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개인 등 최근 몇 년 은행과 금융지주사의 대출자산 성장을 주도했던 차주들의 펀더멘털은 크게 저하됐다. 이들이 대출한 자금의 상환 및 이자 납부 여력도 크게 저하된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상 및 이로인한 부동산 시장 위축 등으로 가계대출 수요가 감소하고 있고, 전쟁과 글로벌 경기침체 등 다양한 원인으로 기업금융 시장도 냉각되면서 자산성장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와 맞물려 자산건전성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잠재 리스크 관리와 표면화된 리스크의 진화 등이 향후 각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의 경쟁력을 가를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과거 쌓아놓은 대손충당금 범위 내에서 부실을 잠재울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전문가들은 대규모 추가 충당금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리스크의 강도와 범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손실흡수 능력을 키우고 있다"며 "과거 쌓아놓은 충당금 등으로 이를 다 커버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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