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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 여론전이 보여주는 구글의 장악력 [망 이용대가 동상이몽]③정치권 압박 통해 입법 저지, 한국인 81% 매달 33시간 쓰는 대체불가 플랫폼

이장준 기자공개 2022-10-25 12:26:48

[편집자주]

국내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와 글로벌 콘텐츠 제공 사업자(CP) 간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 소송전을 벌인 데 이어 국회가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상황을 지켜보던 구글이 유튜버와 고객의 편익이 줄어들 수 있다고 여론전을 펼치자 통신사도 반격에 나섰다.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상이한 양측의 입장을 짚어보고 배경과 영향 등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21일 08: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망 이용대가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와 콘텐츠 제공 사업자(CP), 즉 '사업자'끼리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런데 최근 '개인'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여론이 만들어졌다. 유튜버의 수입이 줄거나 유튜브 동영상 화질이 저하되는 등 불이익에 대한 불안감이 조성됐다.

대중이 관심을 갖고 정치권에 압박을 가하면서 순조롭게 진행되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망 사용료법') 입법 논의도 변수를 맞았다. 시민단체와 유튜버를 앞세워 여론을 만든 구글의 영향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미 유튜브는 한국인의 81%가 사용하고 매달 평균 33시간을 머무르는 대체 불가능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강력한 미디어 영향력을 행사해 원하는 바를 관철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짜뉴스 우려" 통신 3사 공동 대응, 오픈넷 반박에 재반박

"공론의 장이 아닌 왜곡된 가짜뉴스로 선동하는 게 통신사업자 입장에서 우려된다. 팩트(fact)에 기반한 논의가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박철호 KT 사업협력담당 상무는 지난 12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통신 3사(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와 공동으로 개최한 글로벌 빅테크 망 무임승차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KTOA 측이 준비한 발표 자료는 망 이용대가와 관련한 '11가지 거짓 정보와 팩트체크'가 주를 이뤘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비영리 사단법인 오픈넷(Open Net)은 이 기자간담회 내용을 반박하는 보도자료와 함께 해설 동영상 5편을 게시했다. 오픈넷 측은 KTOA가 언론에 배포한 자료 가운데 틀린 주장 및 왜곡·호도된 내용을 바로잡는 것을 골자로 한다고 밝혔다.

오픈넷은 통신사 설명과 달리 망 사용료법이 통과되면 망 이용대가 지급의무가 새롭게 생긴다고 주장했다. 해당 법에 '망 이용대가 지급 거부행위'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는 세계 최초로 망 이용료 지급의무를 법적으로 규정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KTOA는 오픈넷이 자료를 올린 다음 날 다시금 반박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앞선 1심 소송에서도 현행법상 CP는 망 이용대가를 지불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한 만큼 기존에 없던 망 이용대가 지급의무가 생기는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논의 중인 법안 역시 국내 인터넷 망에 무임승차하는 극소수 빅테크의 행위를 근절하기 위함이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오픈넷을 통한 대리전을 멈추고 구글이 직접 나서기를 촉구했다. KTOA 측은 "오픈넷은 시민단체로서 당연히 법안에 대한 자유롭고 다양한 주장을 할 수 있고 통신사는 이를 존중한다"며 "다만 직접 이해당사자는 구글이며 구글이 직접 법안에 반대하는 이유를 밝혀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 인도 진출 무산 사례 "구글은 없던 여론도 만든다"

본래 취지로 내세운 팩트체크 대신 진흙탕 싸움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이는 구글의 여론 형성 전략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한국방송학회,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 한국미디어정책학회는 여기 대응하기 위해 '망 사용료 정책과 입법: 이슈 담론화와 여론 형성'이라는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진행했다.

로슬린 레이튼(Roslyn Layton) 덴마크 올보르 대학 교수는 한국의 초국가적 행동주의(Transnational Activism in South Korea)라는 주제로 발표를 맡았다. 초국가적 행동주의는 정치를 개편하고 한 국가의 규범이나 관습을 글로벌 기준으로 바꾸고 싶어 하는 개인, 기업, 비영리단체의 움직임을 말한다.

로슬린 교수는 회사(구글)가 망 사용료법을 무력화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치적 프로세스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인터넷 트래픽의 80%가 미국 테크기업에서 나오며 이들은 비용 최소화를 바라는 만큼 어떤 비용도 내지 않기를 원한다"며 "구글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다른 국가에서는 결국 구글이 원하는 대로 정책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사진=이종명 강원대 교수(위), Dr.Roslyn Layton(아래). 출처=유튜브

이는 같은 빅테크끼리도 예외가 아니다. 앞서 구글이 인도 광고시장을 독점하기 위해 경쟁자인 페이스북(현 메타)을 막은 게 대표적이다.

페이스북은 인도 통신사업자에 페이스북 앱을 볼 때 통신요금을 무료로 해 가난한 이들도 가족, 친구들과 소통하고 재난 등 상황에서도 통화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제안했다. 현지 통신사업자들도 여기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구글은 이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를 막았다. 인도에 무료로 페이스북이 배포되면 인터넷과 인도가 종말을 맞을 것이란 내용으로 인터넷 공간을 도배하며 여론전을 펼쳤다.

조작된 여론이었지만 구글의 캠페인은 성공했고 결국 마크 저커버그가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페이스북의 무료 비즈니스 모델은 무산되며 마무리됐다. 이와 함께 무료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려던 인도 토종 플랫폼들도 시장에서 사라졌다.

◇언론보다 강력해진 유튜브 미디어 영향력…흔들리는 정치권

유튜브는 한국 시장에서도 독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앱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9월 기준 국내 유튜브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자 수는 5163만명 가운데 81%인 4183만명에 달한다.

총 사용시간은 월간 13억8000만시간에 달한다. 2위인 인스타그램(1억7000만시간)과도 압도적인 격차를 보였다. 사용자 1인당 월평균 32.9시간을 유튜브 시청에 사용하는 셈이다. 주요 매체 앱 가운데 최근 3개월 이탈률은 6.6%로 가장 낮았고 사용률은 반대로 98.7%로 가장 높았다.

이번에 망 사용료 관련된 주요 유튜브 콘텐츠 25개 뷰(view) 수를 더하니 575만5000건에 달했다. 한국인 10명 중 1명은 영상을 시청한 꼴이다.

이종명 강원대 교수는 "논리적 설명과 감정적 설명의 경계가 모호하고 설명에 대한 판단을 구독자에게 전가하는 특징이 있다"며 "구독자와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재부족화'가 이뤄지고 내집단 유튜버에 대한 맹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모바일인덱스

플랫폼 의존도가 높을 뿐 아니라 유튜브 콘텐츠 특성을 고려해도 여론 형성에 최적화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교수는 "유튜버는 '구독'과 '좋아요'를 통해 즉각적인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만큼 구독자 맞춤형으로 듣고 싶은 얘기를 전달하는 특성이 강하다"며 "쉽게 참여할 수 있지만 여론이 갇혀 나오지 못하는 '토끼굴' 효과로 가짜뉴스가 쉽게 확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구글의 전략적 모호성도 대중에게 불안을 심어준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거텀 아난드(Gautam Anand)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은 망 사용료 법 통과 시 한국에서 사업운영 방식을 변경해야 할 수도 있다고 글을 남겼다.

마침 지난달 스트리핑 플랫폼 트위치가 한국 내 동영상 원본 화질을 최대 1080p에서 720p로 돌연 조정하면서 망 사용료법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망 사용료법 통과와 함께 유튜브 동영상도 화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조성됐다. 구글과 수익을 분배하는 유튜버 입장에서도 정책 변경 가능성 예고가 부담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조대근 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은 "CP와 ISP의 연결 방식에 대한 유튜버들의 설명은 초창기 인터넷 백본사업자가 등장했을 때 모델을 바탕으로 한다"며 "이때는 텍스트 중심이라 크게 부하가 걸리지 않았는데 영상이 주된 콘텐츠가 되며 CDN을 도입하고 시장이 바뀌었는데 관련 연구물이 적어 충분한 정보가 시장에 제공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여야 막론하고 추진하던 망 사용료법 입법은 구글의 여론전 이후 지연되고 있다. 구글이 장려하고 오픈넷 주도로 진행되는 망 사용료법에 반대하는 이른바 '망중립성 수호 서명운동'에는 20일 오후 11시 기준 25만9343명이 참여했다.

이달 초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트위터에 "잘 챙겨보겠습니다. 망사용료법 문제점이 있어 보입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애초에 관련 법안을 처음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오히려 신중론으로 돌아서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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